미끼 효과
사람은 스스로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자 댄 에리얼리 교수는 그런 인간의 자만심을 비웃으며 한 가지 실험을 제안했다.
바로 소비자를 교묘하게 조종하는 미끼 효과(Decoy Effect)다.
오늘은 우리 지갑을 털어가는 아주 영리한 뻐꾸기, 미끼 상품의 정체를 차려보았다.
이코노미스트의 수상한 가격표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의 댄 에리얼리 교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제지 구독 실험을 진행했다.
선택지는 세 가지였다.
1. 인터넷 잡지 구독 : 59달러
2. 종이 잡지 구독 : 125달러
3. 종이 잡지 + 인터넷 잡지 통합 구독 : 125달러
이 가격표를 본 학생들의 반응은 뻔했다. 무려 84퍼센트가 3번 통합 구독을 선택했다. 2번과 3번 가격이 같은데 누가 바보처럼 2번을 고르겠는가? 이때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런 대화가 오갔을 법하다.
학생 A : 야, 가격표 좀 봐. 종이 잡지만 봐도 125달러인데 인터넷까지 공짜로 끼워준대! 이건 완전 득템 아니냐?
학생 B : 그러게! 출판사가 가격 책정을 실수한 거 아냐? 얼른 결제하자!
하지만 이것은 출판사의 실수가 아니라 고도의 심리전이었다.
에리얼리 교수가 아무도 선택하지 않던 2번 선택지를 슬쩍 빼고 다시 물었더니, 통합 구독을 선택하는 비율이 32퍼센트로 뚝 떨어졌다.
2번이라는 쓸모없는 미끼가 사라지자 사람들은 갑자기 59달러짜리 저렴한 인터넷 구독이 합리적이라고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사과 장수의 영업 비밀
사과 가게에서도 이 마법은 통한다.
사장님이 30개들이 비싼 상자를 더 많이 팔고 싶을 때 쓰는 수법이다.
원래는 두 가지만 있었다.
A상자 : 20개들이 3만 원
B상자 : 30개들이 4만 원
여기서 고민하는 손님에게 사장님은 슬쩍 C상자를 끼워 넣는다.
C상자 : 25개들이 4만 5,000원
손님 : 사장님, 제정신이세요? 25개 든 게 30개 든 것보다 더 비싸잖아요! 누가 이걸 사요?
사장 : (속으로 웃으며) 고객님, 안 사셔도 됩니다.
그냥 구색 맞추기니까요.
손님은 코웃음을 치며 B상자를 집어 든다.
C상자에 비하면 B상자는 사과도 더 많고 가격도 싸서 엄청난 이득을 보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사장님의 목표는 처음부터 C를 파는 것이 아니라, C를 이용해 B를 돋보이게 만드는 것이었다.
특제 카레를 주문하게 만드는 법
우리가 식당에 가서 메뉴판을 볼 때도 미끼는 작동한다.
1만 원짜리 일반 카레와 1만 5,000원짜리 특제 카레만 있으면 사람들은 은근히 싼 것을 고민한다.
하지만 여기에 사장님이 신의 한 수를 둔다.
3번 메뉴 : 스페셜 황제 특제 카레 - 3만 원
이렇게 뜬금없이 비싼 메뉴가 등장하면 손님의 심리는 묘하게 변한다.
손님 : 아, 3만 원은 너무 오버고. 그렇다고 제일 싼 거 먹긴 좀 모양 빠지는데? 에이, 중간에 있는 1만 5,000원짜리 특제 카레로 먹자. 적당히 고급스럽네!
결국 사장님이 의도한 주력 메뉴인 1만 5,000원짜리 카레가 불티나게 팔리게 된다.
인간은 논리가 아니라 감정과 비교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라는 사실을 메뉴판이 증명하는 셈이다.
마무리하며 : 스스로 똑똑하다는 착각을 버려라
인간은 조삼모사(朝三暮四)에 속아 넘어가는 원숭이를 보며 비웃지만, 실상은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교묘하게 설계된 비교 대상 하나가 우리의 합리적 판단을 마비시키고 지갑을 열게 만든다.
지식은 살 안 찌지만, 미끼에 걸린 소비는 지갑을 홀쭉하게 만든다.
앞으로 무언가 엄청나게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 때는 주변을 한번 둘러보자.
혹시 당신을 유혹하기 위해 누군가 던져둔 멍청한 미끼 상품이 놓여 있지는 않은가?
이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 전용 콘텐츠입니다.
작가의 명시적 동의 없이 저작물을 공유, 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