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기는 모르는 빳빳한 유혹

햇볕이 세탁물에 뿌린 마법 가루

by 김경훈

집 안 가득 퍼지는 갓 말린 빨래 냄새는 단순히 깨끗하다는 느낌을 넘어선다.

그것은 마치 세상 전체를 압축해 놓은 듯한 거대한 기운을 품고 있다.

바삭하게 마른 침대보에 얼굴을 묻을 때 느껴지는 그 특유의 '햇볕 냄새'는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오늘 지식은 살 안 쪄요 매거진은 세탁기 안의 폭풍을 뚫고 나온 옷가지들이 빨랫줄 위에서 태양과 나누는 은밀한 대화를 파헤쳐 본다.



이탈리아 화학자가 이케아 수건으로 증명한 사실


빨랫줄이 골목마다 갈지자로 걸려 있는 이탈리아에서 자란 한 대기화학자는 이 냄새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그는 이케아에서 산 면 타월 세 장을 각각 실내, 실외 그늘, 햇빛이 짱짱한 실외에서 말린 뒤 냄새 분자를 정밀 측정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오직 햇빛 아래에서 말린 타월에서만 특별한 유기 화합물들이 포집되었다.

여기에는 고수 잎이나 알코올 음료에서 발견되는 펜탄알(pentanal), 상큼한 향을 내는 옥탄알(octanal), 그리고 장미와 오이 사이의 향을 지닌 노난알(nonanal)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가 '햇볕 냄새'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식물이나 과일, 향수에서나 날 법한 천연의 향기 분자들이 세탁물 위에서 새롭게 창조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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