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열 없는 사랑의 대답

by 김경훈

어린이 프로그램의 경쾌한 배경음악이 흐르는 토요일 오후.

거실 한복판에는 리트리버 탱고가 배를 깔고 누워 있었습니다.

탱고는 여섯 살 꼬마 숙녀의 맑은 웃음소리와, 딸을 바라보는 아빠의 자부심 섞인 눈빛, 그리고 주방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의 따스한 공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죠.


자칭 '딸바보'인 아빠는 딸과 보내는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엄마보다 더 많이 놀아주고 더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는 은근한 자신감에 차 있었죠.

아빠는 아내를 장난스럽게 쳐다보며 딸에게 영원한 난제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우리 딸은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돌아온 "아빠!"라는 대답에 아빠는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며 쐐기를 박듯 물었습니다.

"그럼 아빠가 얼마나 좋아?"


그때, 곁에서 꼬리를 살랑이던 탱고가 고개를 들어 아이의 눈을 바라보았습니다.

탱고의 목소리는 보드라운 솜사탕처럼 달콤하고도 지혜롭게 울려 퍼졌습니다.


"아빠, 당신은 지금 딸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의 크기를 줄 세우려 하고 있군요. 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은 점수를 매기는 시험지가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의 이름을 똑같은 깊이로 새겨 넣는 보석함과 같답니다."


아이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아빠의 예상을 기분 좋게 빗나갔습니다.

"엄마만큼 좋아!"


활짝 웃는 아이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이 터진 부부.

그들의 발치에서 평온하게 눈을 감고 있는 리트리버의 따스한 정경.


탱고는 아빠의 무릎에 턱을 괴며 마지막 지혜를 건넸습니다.


"들리나요? '엄마만큼 좋다'는 그 말은 아빠가 2등이라는 뜻이 아니에요. 자신의 세상에서 가장 크고 완벽한 기준인 '엄마에 대한 사랑'과 아빠를 동일한 위치에 놓았다는, 아이가 줄 수 있는 가장 극상의 찬사죠. 아름다운 사랑을 서로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에요. 형태와 표현은 조금씩 다를지 몰라도, 그 마음의 본질은 똑같이 순수하고 거대하니까요."


아빠는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 비교를 했는지 깨닫고 아이를 품에 꼭 안았습니다.

탱고는 다시 거실 한구석으로 돌아가 누웠습니다.

사랑은 누구를 '더' 좋아하는 경쟁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마음껏 품는 넉넉함이라는 사실을 아이의 대답이 증명해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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