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가르는 기회의 앞머리

by 김경훈

정적만이 감도는 토리노 박물관의 대리석 복도, 그 끝자락에는 리트리버 탱고가 귀를 쫑긋 세우고 앉아 있었습니다.

탱고는 박물관을 찾아온 사람들의 망설임 섞인 발소리와, 기이한 조각상 앞에서 내뱉는 짧은 감탄사를 감상하고 있었죠.


그곳에는 벌거벗은 몸에 발에는 날개가 달린, 제우스의 아들 '카이로스'가 서 있었습니다.

무성한 앞머리와는 대조적으로 반질반질한 민머리를 가진 그의 손에는 날카로운 칼과 정밀한 저울이 들려 있었죠.

사람들은 이 기이한 모습의 신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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