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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의 과학적 재발견

수업 중 딴소리가 성적을 올린다?

by 김경훈

세기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우리는 위대한 화가로 기억한다.

하지만 실제 기록을 들여다보면 그는 당시 밀라노 궁정에 화가가 아닌 '음악가'로 초빙되었다.

노래와 리라 연주 실력이 워낙 출중해 화가는 오히려 부업에 가까웠다는 사실은 꽤 흥미로운 잡학이다.

이런 시시콜콜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때 우리 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딴소리'는 단순히 분위기를 띄우는 용도를 넘어 학습 효율을 극대화하는 강력한 장치다.



호기심이라는 이름의 뇌 엔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그루버 교수 연구팀은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도시락의 어원은 무엇일까?"와 같은 112개의 잡학 퀴즈를 준비해 피실험자들에게 내준 것이다.

연구팀은 퀴즈를 낸 직후 정답이 얼마나 궁금한지 호기심의 정도를 점수로 매기게 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스스로 흥미를 느낀 지식은 71퍼센트나 기억했지만, 별로 궁금하지 않았던 지식은 정답률이 54퍼센트에 그쳤다.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존재가 아니라, '궁금한 것'만 기억하는 존재라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잡담 뒤에 숨겨진 4퍼센트의 마법


진짜 놀라운 사실은 그다음 실험에서 드러났다.

연구팀은 퀴즈를 내고 정답이 나오기까지 10초의 대기 시간을 두었다.

그리고 그 찰나에 퀴즈와 전혀 상관없는 모르는 사람의 얼굴 사진을 2초간 보여주었다.


실험이 끝난 뒤 퀴즈 정답이 아닌 '대기 시간에 본 얼굴 사진'을 얼마나 기억하는지 물었다.

놀랍게도 흥미로운 퀴즈를 풀기 직전에 본 얼굴은 재미없는 퀴즈를 풀 때보다 4퍼센트 더 많이 기억되었다.

이 차이는 일주일이 지난 뒤에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우리가 어떤 대상에 강렬한 호기심을 느끼는 순간, 뇌는 '기억 저장 모드'로 전환된다.

이때는 퀴즈 정답뿐만 아니라 그 주변에 있던 아무 상관 없는 정보들까지 덩달아 뇌 속에 각인된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던지는 적절한 잡담이 교과서의 딱딱한 내용까지 뇌에 밀어 넣는 강력한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뇌 안의 보상 센터가 해마를 깨운다


이 현상의 비밀은 뇌 구조에 있다.

사람이 흥미를 느낄 때 뇌에서는 쾌감을 담당하는 복측피개영역과 중격핵이 활발하게 움직인다.

그런데 이 보상 시스템이 가동되면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 활동까지 덩달아 활성화된다.

즉, 즐거운 잡담이 뇌를 즐겁게 만들고, 그 즐거움이 해마의 문을 활짝 열어 정보를 더 깊숙이 받아들이게 만든다.


다 빈치는 "의욕이 동반되지 않은 공부는 기억에 남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공부하고 싶을 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에 흥미를 느껴 뇌가 활짝 열렸을 때 그 틈을 타 정보를 집어넣는 것이 천재들의 공부법이었던 셈이다.



어느 조용한 도서관의 책상을 상상해 본다.

두꺼운 전공 서적 옆에 낡은 잡학 사전 한 권이 펼쳐져 있다.

공부에 지쳐 멍하던 눈동자가 '모나리자의 눈썹이 없는 이유'라는 짧은 문구를 발견하는 순간 번뜩인다.

그 찰나의 호기심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며, 딱딱하게 굳어 있던 뇌의 회로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잠시 후 학생은 다시 전공 서적을 읽기 시작하지만, 아까보다 훨씬 더 선명하게 문장들이 머릿속에 박히는 것을 느낀다.



마무리하며: 지식은 살 안 쪄요


잡담은 시간 낭비가 아니다.

그것은 학습이라는 험난한 여정을 돕는 가장 효율적인 연료다.

지식은 아무리 먹어도 살찌지 않지만, 호기심이라는 양념이 빠진 지식은 금방 배설되어 사라질 뿐이다.

오늘 하루 당신의 뇌를 즐겁게 만든 최고의 '딴소리'는 무엇이었는가.

그 즐거움이 당신의 다음 학습을 위한 가장 완벽한 토대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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