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만이 감도는 토리노 박물관의 대리석 복도, 그 끝자락에는 리트리버 탱고가 귀를 쫑긋 세우고 앉아 있었습니다.
탱고는 박물관을 찾아온 사람들의 망설임 섞인 발소리와, 기이한 조각상 앞에서 내뱉는 짧은 감탄사를 감상하고 있었죠.
그곳에는 벌거벗은 몸에 발에는 날개가 달린, 제우스의 아들 '카이로스'가 서 있었습니다.
무성한 앞머리와는 대조적으로 반질반질한 민머리를 가진 그의 손에는 날카로운 칼과 정밀한 저울이 들려 있었죠.
사람들은 이 기이한 모습의 신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탱고, 왜 이 신은 머리 모양이 이토록 우스꽝스러운 걸까? 그리고 왜 한 손에는 칼을, 다른 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는 거지?"
한 청년이 조각상을 유심히 살피며 묻자, 탱고가 천천히 일어나 조각상의 발치에 앉으며 명쾌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그는 '기회'의 신이니까요. 기회는 다가올 때 누구나 알아볼 수 있도록 앞머리가 무성하지만, 일단 지나가 버리면 잡고 싶어도 미끄러운 뒷머리 때문에 결코 잡을 수 없죠. 발에 달린 날개는 기회가 망설이는 자를 기다려주지 않고 바람처럼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답니다."
탱고는 카이로스가 쥐고 있는 저울과 칼을 가리키며 덧붙였습니다.
"기회(機)라는 글자가 위기(危)에도 쓰이는 이유를 아나요? 기회와 마주친 순간은 곧 결단의 위기이기도 하기 때문이에요. 저울처럼 정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칼처럼 날카롭고 단호하게 행동으로 옮겨야만 그 기회는 비로소 당신의 것이 되죠. 기회는 어느 날 우연히 찾아오는 요행이 아니라, 다가오는 찰나를 자신의 힘으로 슬기롭게 낚아채는 자의 몫이에요."
박물관의 긴 복도 끝에서 언제든 달려나갈 준비를 마친 듯, 앞을 응시하며 늠름하게 서 있는 리트리버의 그림자.
탱고는 박물관을 나서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며 마지막 지혜를 건넸습니다.
"지금 당신 곁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혹시 카이로스의 날갯짓은 아닌가요? 뒷머리를 보며 후회하기 전에, 당신의 손을 뻗어 그 무성한 앞머리를 꼭 붙잡으세요.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그 앞머리를 허락하는 법이니까요."
박물관의 낡은 문이 닫히고, 탱고는 다시 고요한 전시실로 돌아갔습니다.
기회는 잡는 사람에게는 축복이지만, 놓치는 사람에게는 뼈아픈 위기가 된다는 사실을 카이로스의 조각상은 무언으로 웅변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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