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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라는 기묘한 폭발

뇌가 일으킨 가장 우아한 고장

by 김경훈

우리는 흔히 웃음을 행복의 상징이라고 말한다.

기분이 좋아서 웃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어서 웃는다고 믿는다.

하지만 생물학적이고 뇌과학적인 관점에서 웃음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웃음은 사실 우리 뇌가 처리할 수 없는 정보와 마주했을 때 일으키는 일종의 시스템 오류이자 정교한 고장 상태이다.

오늘 지식은 살 안 쪄요 매거진은 당신의 뇌가 왜 예기치 못한 순간에 폭발하듯 비명을 지르는지 그리고 그 고장이 어떻게 우리 몸을 살리는 기적의 명약이 되는지 파헤친다.



좌뇌의 파업과 정체불명의 소포


웃음의 시작은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정보 처리 과정에 있다.

우리 뇌는 크게 논리와 계산을 담당하는 좌뇌와 직관과 예술을 담당하는 우뇌로 나뉜다.

일상적인 상황에서 좌뇌는 매우 성실한 관리자다.

입력되는 정보를 분석하고 인과관계를 따지며 다음 상황을 예측한다.

하지만 좌뇌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괴상하거나 역설적인 정보를 소화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누군가 허를 찌르는 농담을 던지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역설적인 상황을 제시하면 좌뇌는 당황한다.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이질적인 정보가 들어오는 순간 평소 냉철하던 좌뇌의 회로에는 과부하가 걸린다.

계산이 서지 않고 추론이 막힌 좌뇌는 즉시 고장 상태에 빠진다.

이때 좌뇌가 선택하는 전략은 책임 회피다.

소화하지 못한 이질적인 정보를 정체불명의 소포로 꾸려 즉각 우뇌에게 넘겨버린다.



우뇌의 쿠데타와 엔도르핀의 폭격


좌뇌로부터 이 골치 아픈 소포를 넘겨받은 우뇌는 기다렸다는 듯 활동을 시작한다.

우뇌는 직관적이고 예술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영역이다.

우뇌는 소포를 받자마자 좌뇌로 강력한 전류를 보낸다.

이는 관리자인 좌뇌의 활동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키라는 일종의 명령이다.

평소 좌뇌의 논리에 억눌려 있던 우뇌가 주도권을 잡는 찰나의 쿠데타가 일어나는 셈이다.


좌뇌의 활동이 멈추면 대뇌는 극도의 이완 상태에 들어간다.

이때 뇌에서는 엔도르핀이라는 호르몬이 대량으로 분비된다.

엔도르핀은 우리가 사랑을 나눌 때 분비되는 것과 같은 종류의 호르몬으로 강력한 쾌락과 평온함을 선사한다.

역설적인 정보가 좌뇌에게 거북하고 난해하게 느껴질수록 우뇌는 더 강한 전류를 보내고 엔도르핀의 분비량은 더욱 많아진다.

우리가 아주 어처구니없는 농담에 더 크게 자지러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뇌의 고장이 깊을수록 보상으로 주어지는 쾌락도 커진다.



신체라는 전장에서 벌어지는 안전 메커니즘


뇌에서 시작된 이 기묘한 고장은 곧바로 온몸으로 번져 나간다.

이질적인 정보가 야기하는 긴장 상태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 몸의 각 부분은 일제히 긴장 완화 작업에 참여한다.

이것이 우리가 눈으로 확인하는 웃음의 신체적 과정이다.


가장 먼저 반응하는 곳은 허파다.

허파는 공기를 체외로 세차게 배출하기 시작한다.

꺼이꺼이 혹은 껄껄거리는 소리는 허파가 긴장을 털어내기 위해 내뱉는 비명이다.

이어 광대뼈 근육이 수축하고 흉곽과 복부가 단속적으로 움직이며 몸 전체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한다.

마치 몸 전체가 부드러운 지진을 겪는 듯한 풍경이 연출된다.


이 폭발은 몸의 더 깊은 곳까지 침투한다.

심장 근육과 내장은 미세한 경련을 일으키며 일종의 체내 메시지를 발출한다.

이 메시지는 복부 전체의 긴장을 풀어주는 신호가 된다.

이완의 정도가 너무 심하면 때로는 괄약근의 조절 능력마저 상실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너무 웃어서 배가 아프거나 실례를 할 뻔했다는 표현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실제 신체 시스템이 긴장을 완전히 놓아버린 결과다.



고장이라는 이름의 생존 전략


결국 웃음이란 우리 정신이 뜻밖의 정보를 소화할 수 없어 스스로 활동을 정지시킨 결과물이다.

지성이라는 엔진이 잠시 멈춰 선 사고 상태가 우리에게는 가장 기묘하고도 달콤한 쾌락의 원천이 된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 웃음은 과도한 스트레스와 논리의 굴레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가장 세련된 안전밸브다.


더 많이 웃을수록 건강이 좋아진다는 말은 과학적인 진실이다.

웃음은 노화를 늦추고 스트레스를 급격히 감소시킨다.

뇌를 일시적으로 고장 내어 시스템을 재부팅 하는 이 과정이 우리를 더 오래 살게 만든다.

지식은 아무리 먹어도 살 안 찌지만 당신의 뇌를 고장 내는 웃음은 당신의 삶을 아주 풍성하게 살찌운다.

오늘 하루 당신의 좌뇌가 소화하지 못할 엉뚱한 정보들을 기꺼이 환영해 보길 바란다.

그 고장의 순간 당신의 몸은 가장 완벽한 치유를 경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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