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첫사랑, 디올 블루밍 부케

by 김경훈

세상에는 모두에게 사랑받도록 태어난 듯한 존재가 있다.

오늘 만난 친구, 디올의 ‘미스 디올 블루밍 부케’는 바로 그런, 미워할 구석이 단 하나도 없는 ‘캠퍼스 퀸’과 같다.

핑크빛 원피스를 입고 다니며, 언제나 상냥한 미소를 잃지 않는 그녀.

과연 그 완벽한 사랑스러움 이면에는 어떤 다른 얼굴이 숨어있을지, 심술궂은 선배의 마음으로 그녀를 찬찬히 뜯어보기로 했다.


그녀와의 첫 만남은 언제나 기분 좋은 설렘으로 시작된다.

상큼한 시실리안 만다린의 향기가 마치 그녀의 명랑한 목소리처럼 “안녕?”하고 인사를 건넨다.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다.

그저 순수하고, 맑고, 긍정적인 기운이 가득하다.

첫인상만으로도 왜 그녀가 모두의 ‘첫사랑’ 아이콘이 되었는지 단번에 이해가 간다.


본격적인 대화를 시도하자, 그녀의 진짜 매력이자 한계가 드러난다.

인생의 어두운 면이나 깊은 고뇌에 대해 물어도, 그녀의 대답은 언제나 만개한 꽃밭이다.

풍성한 피오니(작약)와 우아한 다마스크 로즈의 향기가 그녀의 세계관을 대변한다.

“힘든 일이 있어도, 예쁜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질 거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여기에 달콤한 살구와 복숭아의 향기가 더해져, 세상의 모든 문제를 단순하고 긍정적으로 해결하려는 그녀의 성격이 완성된다.

그녀의 세계에는 비관이나 절망 대신, 오직 아름다움과 희망만이 존재한다.

이토록 긍정적인 그녀 앞에서, 모든 비판적인 생각은 힘을 잃고 만다.


그녀와의 짧은 만남이 끝나고, 그녀가 떠난 자리에는 부드럽고 깨끗한 잔향만이 남는다.

포근한 화이트 머스크의 향기는 마치 그녀가 입고 있던 핑크색 카디건에서 날 법한, 갓 세탁한 섬유의 냄새와 같다.

그 어디에도 흙먼지나 땀방울 같은 삶의 흔적은 없다.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깨끗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로 남는다.


‘블루밍 부케’는 이름처럼, 막 피어나는 꽃들로 만든 아름다운 부케다.

그녀는 결코 상처 주지 않고, 언제나 곁에서 부드럽게 미소 짓는다.

하지만 그녀의 세계는 너무나 완벽한 ‘온실’ 속이어서, 비바람 치는 현실의 들판과는 어딘지 모르게 동떨어져 있다.


그녀의 단순한 아름다움은 때로 얕게 느껴진다.

그녀는 인생의 모든 계절을 함께할 동반자라기보다, 가장 아름다운 봄날의 추억으로 기억될 첫사랑에 가깝다.

복잡한 교향곡들 사이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청아한 피아노 소품.

그것이 바로 그녀에 대한, 애정 어린 최종 감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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