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동메달, 그리고 보이지 않는 업어치기

by 김경훈

동네 태권도장의 ‘태권!’ 기합 소리는 어린 소년의 심장을 뛰게 하는 로큰롤이었다.

흰 도복에 검은 띠! 그것은 남자아이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명품 벨트였다.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빠따’보다는 ‘사랑의 매’를 선호하는 분이셨다.

직선으로 내지르는 강함보다, 곡선을 그리며 상대를 다스리는 부드러움의 가치를 강조하셨다.


그렇게 인연이 된 것이 유도였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도복 깃을 단단히 잡고 상대의 움직임에 온 감각을 집중하는 순간, 전혀 다른 세계가 열렸다.

눈 대신 온몸의 촉각과 균형 감각으로 상대의 중심을 읽고, 맞서는 대신 흐름에 몸을 맡겨 상대를 넘기는 기술.

유도에서 배운 ‘유능제강(柔能制剛)’의 철학은 어린 마음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초등학생 체전에서 목에 걸었던 동메달의 묵직한 감촉은 지금도 생생한 체화된 기억(embodied memory)으로 남아있다.


이제는 시각 정보 없이 새로운 감각으로 세상의 지도를 다시 그려야 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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