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뱅킹 앱이 먹통이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확인’ 버튼을 눌러도 감감무소식.
나는 이 ‘먹통’이라는 이름의 돌멩이를 두 시간 동안 굳게 들고 있었다.
앱을 껐다 켜보고, 데이터를 껐다 켜보고, 심지어는 핸드폰을 흔들어보기까지 했다.
팔은 안 아팠지만, 뇌가 슬슬 저려왔다.
그때, 옆에서 지켜보던 보보가 한마디 했다.
“자기야, 그냥 핸드폰 한번 껐다 켜보면 안 돼?”
그렇다.
나는 왜 그 간단한 생각을 못 했을까.
이 웃지 못할 해프닝은 숲 속에서 고민에 빠진 청년에게 돌멩이를 들게 한 현자의 이야기와 정확히 겹쳐진다.
가벼워 보이는 고민(돌멩이)도, 오래 들고 있으면 팔이 떨어져 나갈 듯 고통스럽다.
해결책은? 그냥 집어던지면 된다.
이 얼마나 간단하고도 심오한가!
이것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반추(Rumination)’의 완벽한 비유다.
해결책을 찾기보다, 문제와 그로 인한 고통에만 끝없이 집착하는 상태.
이 ‘정신적 돌멩이 들기’는 뇌의 한정된 자원을 소모시켜, 정작 문제를 해결할 에너지는 남겨두지 않는다.
인지적 부하(Cognitive Load)가 극에 달하면, 우리는 핸드폰을 껐다 켜는 간단한 해결책조차 떠올리지 못하는 바보가 되고 마는 것이다.
특히 시각 정보 없이 세상을 파악해야 하는 이에게, 이 ‘걱정 돌멩이’는 유독 무겁다.
‘처음 가는 이 길에서 넘어지면 어떡하지?’, ‘이 키오스크는 또 어떻게 써야 하나?’ 이런 걱정들은 몸을 굳게 만들고, 다른 감각들을 무디게 한다.
정보학의 관점에서 보면, 걱정이라는 ‘노이즈(Noise)’가 들어와야 할 ‘신호(Signal)’를 방해하는 셈이다.
하지만 현자의 가르침은 명쾌하다.
그 돌멩이를 던져버리라고.
넘어질까 봐 걱정하는 대신, 일단 한 걸음 내디뎌 보라고.
키오스크 앞에서 전전긍긍하는 대신, 옆 사람에게 용기 내어 물어보라고.
걱정의 무게에서 해방되는 순간, 비로소 우리는 문제를 해결할 진짜 힘을 얻게 된다.
자, 이제 당신의 손을 보라.
당신은 지금 어떤 돌멩이를 들고 있는가?
그 돌멩이 생각보다 무겁지 않은가?
이제 그만 집어던질 때도 되지 않았을까.
비하인드 스토리
논문 마감일이 다가와 ‘걱정 돌멩이’를 들고 끙끙 앓고 있었다.
그때, 발밑에서 자고 있던 탱고가 부스스 일어나더니, 내 무릎에 턱을 괴었다.
녀석의 묵직한 머리와 따뜻한 숨결.
그 순간, 머릿속을 맴돌던 모든 걱정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렇다.
때로는 가장 좋은 해결책이 그냥 강아지 털을 만지는 것일 때도 있다.
녀석은 나의 가장 위대한 현자이자, 가장 푹신한 걱정 해소제다.
물론, 이 깨달음의 대가로 나는 녀석에게 간식 돌멩이를 상납해야 했다.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