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하버드의 한 심리학 교수가 위험한 실험을 기획한다.
70대 노인 여덟 명을 외딴곳에 감금(?)하고, 20년 전의 과거를 살게 만든 것!
이쯤 되면 거의 SF 영화 시나리오다.
그곳의 모든 것은 20년 전 스타일이었고, 규칙은 단 두 가지.
‘1959년인 것처럼 행동할 것’, 그리고 ‘모든 집안일은 스스로 할 것’.
일주일 뒤, 지팡이 없이는 걷지도 못하던 노인들이 혼자 옷을 입고 계단을 오르는 기적이 일어났다.
이 기막힌 실험은 예전에 겪었던 사소한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피로와 지병으로 몸이 천근만근이던 어느 주말 오후.
침대에 늘어져 있는데, 귀가 심심해서 대학 시절 즐겨 듣던 낡은 플레이리스트를 틀었다.
그런데 그 시절 듣던 밴드의 전주가 흘러나오는 순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언제 그랬냐는 듯 몸이 가벼워지더니, 뜬금없이 미뤄뒀던 서랍 정리를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
20년 전 음악이라는 ‘정보’가 20년 전의 ‘신체’를 잠시 소환해 낸 셈이다.
하버드대 엘렌 랭어 교수의 이 실험은 노화의 원인이 단지 신체적 쇠락이 아니라 ‘나는 늙었다’고 믿는 마음에 있음을 증명한다.
1959년으로 돌아간 환경은 참가자들에게 ‘당신은 아직 젊다’는 정보를 끊임없이 주입하는 강력한 정보 시스템(Information System)이었다.
이는 정신이 신체와 분리된 것이 아니라,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함께 구성된다는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 이론의 완벽한 실례이다.
이 관점은 정보학을 연구하는 시각장애인에게 특히나 의미심장하다.
세상은 종종 시각장애인에게 ‘당신은 할 수 없다’는 정보를 보낸다.
접근 불가능한 웹사이트, 만질 수 없는 키오스크, 배려 없는 도시 설계.
이 모든 환경 정보는 개인의 가능성을 위축시키는 부정적인 암시가 된다.
랭어 교수의 실험은 바로 이 ‘정보 환경’을 의도적으로 재설계할 때, 인간의 신체와 정신이 얼마나 놀랍게 변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핵심은 마음가짐이다.
육체는 우리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믿는 경향이 있다.
‘나는 늙었다’, ‘나는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면 육체는 그에 맞춰 쇠약해진다.
반면, ‘아직 괜찮다’, ‘한번 해보자’는 이야기를 들려주면, 육체는 잠자고 있던 가능성을 다시 깨운다.
자, 당신의 마음은 지금 당신의 몸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가?
비하인드 스토리
‘마음만 먹으면 20년도 젊어지는데!’라는 랭어 교수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헬스장 벤치프레스에 도전했다.
20대 시절에 들었던 무게에 겁 없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마음은 이미 20대 장미란이었지만, 몸은 정직했다.
바벨은 1cm도 올라가지 않았고, 옆에서 보던 보보가 황급히 달려와 도와줘야 했다.
그렇다.
마음의 힘은 위대하지만, 근력 운동은 꾸준함이 진리다.
그날, 나는 20년 젊어지기는커녕 다음 날 끙끙 앓으며 20년 더 늙어버렸다.
정신력에도 한계는 있다.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