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하려고 퍼줬는데, 대박 맛집이 되었다고?

by 김경훈

세상에는 뉴턴의 운동법칙만큼이나 명백한 ‘인생의 법칙’이 있다.

타인에게 던진 돌멩이는 종종 부메랑이 되어 뒤통수에 꽂히고, 무심코 뱉은 따뜻한 말 한마디는 태풍이 되어 나를 덮친다.

‘불평 많은 점원’의 이야기는 이 법칙의 가장 유쾌한 증명 사례다.

사장에게 복수하려 손님들에게 음식을 마구 퍼주었더니, ‘인심 좋은 맛집’으로 소문나 식당이 대박이 났다!

이쯤 되면 사장님은 직원에게 큰절이라도 올려야 하는 게 아닐까?


이 황당한 성공 신화는 대학 시절 통계학 시험 전날 밤을 떠올리게 한다.

시각장애 때문에 그래프와 도표 해독에 쩔쩔매던 시절, 한 친구가 요점 정리가 담긴 전자노트를 건넸다.

“이것만 봐!” 그 순수한 선의가 담긴 노트는 그러나 외계인의 암호문이나 다름없었다.

친구만 아는 약어와 기호들.

결국 그날 밤, 정규분포 곡선만큼이나 절망의 곡선을 그리며 밤을 새워 책과 씨름해야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처절한 사투 덕분에 통계학의 기초를 단단히 다질 수 있었으니, 친구의 선의는 ‘예상치 못한’ 최고의 족집게 과외가 된 셈이다.


이처럼 의도와 결과가 뒤통수를 치는 현상을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은 ‘예상치 못한 결과(unintended consequences)’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점원의 악의가 대박을 터뜨리고, 친구의 선의가 밤샘 고통을 안겨준 것처럼, 우리의 행동은 늘 예측 가능한 길로만 가지 않는다.


자,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자.

점원의 복수가 성공적인 비즈니스 전략으로 둔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음식이 푸짐한 식당은 성공한다’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법칙, 즉 ‘구조적 맥락(structural context)’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개인의 의도는 조약돌에 불과하다.

그 조약돌이 강에 던져졌을 때 어떤 파문을 일으킬지는 강의 유속과 깊이 즉 ‘구조’가 결정한다.

만약 그 식당이 파리만 날리는 곳이었다면, 점원의 행위는 폐업행 급행열차 티켓이었을 것이다.


‘착하면 복 받는다’는 식의 단순한 인과응보는 유치원생들의 도덕 교과서에나 어울린다.

현실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심술궂다.

의도와 결과는 종종 배신한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맹목적인 선행’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이 어떤 사회적 맥락 속에서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킬지 성찰하는 ‘비판적 주체성(critical subjectivity)’이다.


세상을 ‘산다’는 것은 단순히 착한 일을 하는 행위의 총합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행동이 놓인 구조를 이해하고, 그로 인해 파생될 무수한 갈래의 결과까지 사유하는 책임감 있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불평 많은 점원의 유쾌한 복수 실패담은 우리에게 행위의 아이러니와 세상의 복잡성을 함께 읽어내라는 날카로운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비하인드 스토리


얼마 전, 보보의 컴퓨터가 느리다길래 ‘선한 의도’로 최적화 프로그램을 돌렸다.

결과는? 빨라지긴커녕, 그녀가 몇 년간 애지중지 설정해놓은 수십 개의 단축키와 프로그램 설정이 전부 초기화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그날 저녁, ‘예상치 못한 결과’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함께, 등짝 스매싱이라는 이름의 ‘매우 예상 가능한 결과’를 맞이해야 했다.

선의에도 사용설명서가 필요하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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