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너머의 진혼곡(鎭魂曲)

제2부: 근력(筋力)의 도시

by 김경훈


4장: 다른 공기의 냄새


우리의 스텔스 비행선이 착륙한 곳은 낡은 지하철 터널의 깊숙한 내부였다. 문이 열리는 순간, 완전히 다른 세계의 공기와 마주했다. 그것은 네오-서울의 완벽하게 정제된, 오존과 필터의 냄새가 섞인 공기가 아니었다. 그곳의 공기에는 흙과 땀, 오래된 종이와 희미한 기름, 그리고 살아있는 인간들의 체취가 뒤섞여 있었다. 나의 폐는 수백 년 만에 처음으로 '날것'의 공기를 들이마셨고, 그 낯선 감각에 잠시 현기증을 느꼈다.


예레미야를 따라 지상으로 올라왔을 때, 나는 압도적인 풍경 앞에 할 말을 잃었다. 거대한 마천루들이 녹슨 채 늘어서 있는 도시, '뉴욕'. 하지만 그 안에서는 단 하나의 전기 불빛도, 데이터의 흐름도 느껴지지 않았다. 거리에는 페달로 움직이는 자동차들이 소리 없이 오갔고, 공중에는 거대한 헬륨 풍선에 매달린 비행기가 사람들의 근력으로 프로펠러를 돌리며 힘겹게 날고 있었다. 도시의 모든 소음은 기계의 굉음이 아닌, 사람들의 말소리와 땀 흘리는 소리, 그리고 삐걱이는 톱니바퀴 소리로 이루어져 있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공원이었다. 센트럴 파크의 푸른 나무들 사이로, 무언가 낯선 열매처럼 매달려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야 그것이 사람의 시체임을 깨달았다. 목에 '환경 파괴범'이라는 팻말을 건 채, 교수형에 처해진 자들이었다. 조깅하는 사람들은 그 끔찍한 광경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아침 운동에 전념했다. 죽음은 이곳에서 일상이었고, 율법은 무자비했다.


기술적 풍요가 사라진 세상의 생경하고도 강인한 풍경에 압도되었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엄격한 규율과 고된 노동으로 단련된 강인함,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희미한 공포가 서려 있었다. 네오-서울의 언플러그드들이 겪는 절망과는 또 다른 종류의, 질서 정연한 고통이었다.


"이곳이 우리의 현실이오, 셰퍼드."


나의 혼란을 읽은 듯, 예레미야가 씁쓸하게 말했다. "우리는 행성을 구했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 자신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겠소."



> h의 아카식 레코드: 환경 독재와 기술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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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정화' 이후 수립된 브루스 넴로드의 '지구 헌장'은 인류의 생존을 위한 극약 처방이었다. 그의 통치는 '환경 독재'라 불릴 만큼 강압적이었지만, 그 근간에는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희생'이라는 합리적 명분이 있었다. 그는 기술 자체를 악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인류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해질 때까지 기술을 '봉인'해야 한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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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그의 후계자 오바댜는 이 철학을 왜곡했다. 그는 넴로드의 '일시적 봉인'을 '영원한 금기'로 바꾸었다. 그는 기술 통제를 사회 안정과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 그에게 의학 기술은 '자연 질서의 파괴'였고, 역사는 '불온한 사상의 온상'이었으며, 외부 세계는 '타락의 근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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