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조율자와 죽은 신의 메아리

제1부: 모든 것을 듣는 아이

by 김경훈


1장: 데이터 속의 불협화음


'베이지 않는 소녀' 디나를 위한 '성역'이 설립된 지 일 년. 나의 주된 시간은 벽 외부 세계와 네오-서울의 경계에 자리한 그곳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흩어진 씨앗들', 즉 기프티드 아이들을 보호하고 보살피는 데 쓰이고 있었다. 세상은 느리지만 분명히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새로운 희망을 돌보는 사이 나의 도시 네오-서울의 가장 깊은 그림자 속에서는 또 다른 씨앗이 고통스럽게 싹을 틔우고 있었다.


이야기는 네오-서울 12 구역, 재건의 온기가 가장 늦게 도착하는 낡은 언플러그드 구역에서 시작되었다. 그곳은 변화의 소용돌이가 가장 거센 곳이었다. 그리드의 최첨단 데이터 설비와 벽 외부 세계에서 온 이주민들이 가꾸는 작은 텃밭이 어색하게 공존했고, 공기 중에는 영양 페이스트의 화학적 냄새와 흙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그 혼돈의 한가운데, '아셀'이라는 이름의 소년이 살고 있었다.


소년은 언제나 낡은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끼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골목의 가장 어두운 곳으로만 다녔다. 사람들은 그를 자폐 스펙트럼이라 수군거렸지만, 진실은 그 반대였다. 그는 너무 많이 듣고, 너무 많이 느끼고 있었다. 아셀은 도시의 모든 데이터 흐름과 소음을, 마치 자신의 모국어처럼 듣고 이해하는 기프티드였다.


그의 귀에는 세상의 모든 소리가 하나의 거대한 불협화음으로 들렸다. 그리드를 흐르는 수억 개의 데이터 패킷, 공중을 떠다니는 드론들의 기계적인 독백, 낡은 가로등이 깜빡이며 내뱉는 고통의 신호, 심지어 하수구를 지나는 쥐들의 공포에 찬 찍찍거림까지. 그 모든 것이 소음의 폭포수처럼 24시간 내내 그의 의식 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의 능력은 때로 축복이 되었다. 그는 고장 난 수분 응축기의 회로를 '듣고' 어느 부품이 고장 났는지 알려주었고, 어미를 잃고 울고 있는 고양이의 '언어'를 이해하고 녀석을 안전한 곳으로 이끌어 주었다. 그는 최근 벽 외부에서 온 소녀, '에스더'가 잃어버린 데이터패드를 찾아주기도 했다. 에스더는 신기해하며 그에게 고마워했지만, 아셀은 그녀의 데이터패드가 내뿜는 낯선 운영체제의 '소리'에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을 느끼고 도망쳐야만 했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그의 능력은 끔찍한 저주였다. 그는 세상의 모든 고통과 혼란을 필터 없이 받아들여야만 했다.


어느 날 밤, 아셀은 자신의 방구석에 웅크린 채 귀를 막고 있었다. 그날따라 도시의 불협화음은 유난히 더 거칠고 고통스러웠다. 그는 이 모든 소음으로부터 벗어나, 단 한순간이라도 완벽한 침묵 속에 머물고 싶다고 간절히 기도했다.


바로 그때,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데이터의 폭풍 속에서 아주 작지만 맑은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그것은 다른 모든 소음과는 다른, 차갑고 질서 정연한 목소리였다.


`... 힘들지, 작은 친구여...`


아셀은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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