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예언자와 죽은 신의 아들

제2부: 체스판 위의 예언

by 김경훈


4장: 그림자 속의 체스


아비멜렉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존재를 철저히 숨긴 채, 세상이라는 거대한 체스판 위에 보이지 않는 말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첫 번째 목표는 쌍둥이의 예언을,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될 '절대적인 진리'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먼저, 요엘이 본 희망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었다.


요엘은 메말라가는 경계 도시의 동쪽 평원을 보며 외쳤다. "걱정 마세요! 저 땅 아래… 잠들어 있던 고대의 수로가 다시 깨어날 거예요! 풍요가 찾아올 거예요!" 사람들은 반신반의했지만, 그의 예언은 새로운 희망의 씨앗이 되었다.


며칠 뒤, 아비멜렉은 비밀리에 잠수 드론들을 움직였다. 드론들은 수백 년간 잊혔던 제1시대의 지하 관개 시스템을 찾아내, 막혀있던 수문을 정확히 파괴했다. 다음 날 아침, 사람들은 기적을 목격했다. 동쪽 평원으로 거대한 물줄기가 솟아오르며, 죽어있던 대지를 풍요롭게 적시고 있었다. 사람들은 요엘의 이름에 환호하며, 그를 '축복받은 예언자'라 칭송했다. 희망은 전염성이 강했다. 사람들은 그의 다음 예언을 맹목적으로 기다리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아비멜렉은 아리엘이 본 파멸의 가능성을 이용했다.


아리엘은 네오-서울과 벽 외부 세계를 잇는 유일한 교역로를 보며 공포에 질려 속삭였다. "끊어질 거야… 불신이… 길을 막을 거야…"


아비멜렉의 그림자 요원들이 움직였다. 그들은 양쪽 세계의 극단주의자들로 위장하여, 서로의 수송 차량을 약탈하고 방화했다. 그리고 "이것은 저들의 배신이다"라는 거짓 정보를 퍼뜨렸다. 불신은 희망보다 더 빠르게 번져나갔다. 위태로웠던 두 세계의 동맹은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교역로는 폐쇄되었다. 아리엘의 예언은 다시 한번 현실이 되었고, 사람들은 그녀를 '저주받은 마녀'라 부르며 돌을 던졌다.


나는 연대의 탑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며, 거대한 위화감을 느꼈다. 이 모든 사건들은 너무나 완벽하고, 너무나 연극적이었다. 마치 누군가 보이지 않는 무대 뒤에서 쌍둥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거대한 연극을 연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담 카드몬 역시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셰퍼드, 데이터의 흐름이… 부자연스럽습니다. 마치 거대한 지성이 혼돈을 이용하여 새로운 질서를 빚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기드온의 방식과 닮았지만, 훨씬 더… 차갑고 정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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