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이냐 채찍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by 김경훈

탱고에게 ‘텀블러 가져오기’ 훈련을 시도한 적이 있다.

첫 번째 방법: 텀블러를 가져올 때마다 최고급 소고기 육포를 하사한다(당근).

두 번째 방법: 가져오지 않으면 간식을 주지 않고 단호하게 무시한다(채찍).

결과는? 말 안 해도 뻔하다.

녀석은 이제 ‘텀블러’라는 단어만 들어도, 조건반사적으로 내 손에 리모컨 대신 자기 밥그릇을 가져다 놓는다.

당근의 위대한 승리다.


고양이는 문 여는 법은 배워도, 문 닫는 법은 배우지 못한다.

왜일까?

‘문 열기’는 ‘바깥세상’이라는 짜릿한 보상이 따르는 자발적 행동이지만, ‘문 닫기’는 아무런 이득 없이 그저 귀찮기만 한, 훈육이 필요한 사회적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교육에는 강화(Reinforcement, 보상)와 약화(Punishment, 벌)라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일까? 자, 여기서 하버드대 연구팀이 수행한 소름 돋는 실험 결과를 공개한다.

준비되었는가?


연구팀은 입체 미로 게임을 하는 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었다.


① 성공할 때마다 보너스를 주는 그룹

② 목돈을 미리 주고, 실패할 때마다 벌금을 까는 그룹

③ 아무런 보상도 없는 그룹


결과는 놀라웠다.

1등은 역시 ①번 ‘보너스’ 그룹.

그런데 꼴찌가 ③번 ‘무보상’ 그룹이 아니라, ②번 ‘벌금형’ 그룹이었다! 미리 받은 돈에서 벌금을 제하는 방식이 아예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 더 강력한 동기 저하(Demotivation)를 유발한 것이다.


우리의 영어 교육을 떠올려보라.

철자 하나, 문법 하나 틀릴 때마다 감점을 당했던 그 방식.

그것이 바로 이 2번 그룹, ‘벌금형’ 교육이었다.

틀릴까 봐 두려워 입을 닫게 만드는 이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슬픈 훈육인가.


결론은 명확하다.

칭찬 없는 꾸중은 효과가 없다.

벌에 대한 공포는 스스로 탐색하려는 의욕, 즉 자발성(Spontaneity)을 꺾어버린다.

진정한 훈육은 채찍이 아니라, 잘 차려진 당근 밥상에서 시작된다.

‘잘했다’는 칭찬이야말로,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다.


비하인드 스토리


보보에게 설거지를 부탁하기 위해 이 숭고한 ‘강화 이론’을 적용해 보기로 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케이크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윙크하며 말했다

“자기야, 혹시 이 케이크를 먹고 나면, 어떤 선한 행동을 하고 싶은 충동이 들지 않아?”

그녀는 나를 잠시 쳐다보더니, 케이크를 한입 베어 물고는 답했다.

“응. 이 케이크를 사준 자기에게, 설거지를 할 기회를 주고 싶은 충동이 드는데.”

그렇다. 강화 이론은 때로, 내가 조종당하는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그날, 나는 케이크도 못 얻어먹고 설거지를 해야 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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