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는 바위, 그에게는 로또

by 김경훈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 길을 막는 돌멩이를 보고 투덜거리는 사람과, 말없이 그 돌멩이를 치우는 사람. 그리고 아주 가끔, 그 돌멩이에서 돈 냄새를 맡는 사람이 있다. 이건 바로 그 세 번째 종류의 인간이 될 뻔했던 한 남자와, 진짜 세 번째 인간이 되어버린 또 다른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


고대 왕국의 왕필승(王必勝)은 이름처럼 이기는 것, 아니, 증명하는 것을 병적으로 좋아하는 사내였다. 그는 옥좌에 앉아 꾸벅꾸벅 조는 대신, 백성들의 ‘마인드셋’을 개선할 기상천외한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데 시간을 쏟는 시대를 앞서간 CEO형 군주였다.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이 전무해! 불평은 넘쳐나는데, 해결하려는 의지는 바닥이란 말이지.”


그는 어느 맑은 날, 왕국에서 가장 번화하고 잘 닦인 ‘만상대로(萬商大路)’ 한복판에 집채만 한 바위를 가져다 놓으라고 명했다. 매끈한 황톳빛 길 위에 뜬금없이 자리 잡은 거무튀튀하고 울퉁불퉁한 바위는 마치 잘 차려입은 신사 정장에 묻은 김칫 국물처럼 뻔뻔하고 이질적이었다. 왕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근처 숲에 몸을 숨겼다. 일종의 투자였다. 금화 한 주머니를 미끼로 던져, 왕국의 미래를 이끌 인재를 발굴하려는 고차원적 ‘인재 채용 프로젝트’였던 셈이다.


첫 번째로 나타난 인물은 비단옷을 휘날리며 걷는 거상, 허세만(許勢滿)이었다. 그는 열 걸음 전부터 바위를 발견하고는 잔뜩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머릿속 주판은 쉴 새 없이 튕겨졌다. ‘저 바위를 돌아가려면 적어도 3분은 지체될 것이고, 이는 나와 내 하인들의 인건비를 합산했을 때 은화 두 닢의 손실이다. 왕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국부 유출을 방관하는가!’ 그는 혀를 차며 바위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돌아갔다. 그러고는 뒤따르는 하인들에게 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왕의 무능함에 대해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그의 콧대는 하늘을 찔렀지만, 바위를 밀어볼 생각은 먼지 한 톨만큼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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