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과 떠나는 브루어리 순례기

by 김경훈


추석 연휴, 미래의 장모님, 장인어른, 그리고 ‘맛잘알’ 신부님(보보의 동생)과 함께 강원도 순례길에 올랐다.

물론, 나의 충직한 파트너 탱고도 동행했다.

7번 국도를 따라 포항에서 강릉까지. 이번 여행의 목적은 명확했다.

‘디지털 디톡스’를 빙자한, 합법적 낮술 여행!


첫 번째 성지는 강릉시에서 운영하는 미래형 한옥 숙소.

자고 일어났는데 코끝으로 스며드는 진한 나무 냄새에, 폐부 깊숙한 곳까지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첫날은 내내 비가 왔지만, 처마 밑에 앉아 듣는 빗소리는 그 어떤 ASMR보다 완벽한 힐링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었다.

복잡한 시각 정보를 차단하고 오직 청각과 후각만으로 공간을 재구성하는 일종의 감각적 재배치(Sensory Reorganization) 훈련이었다.


본격적인 순례는 강릉 ‘버드나무 브루어리’와 속초 ‘몽트비어’에서 시작되었다.

특히 몽트비어 입구에는 ‘안내견 환영’ 스티커가 붙어있었는데, 사장님께서는 스티커를 붙이고 실제로 안내견을 보는 건 처음이라며 격하게 환영해 주셨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포용적 환경(Inclusive Environment)인가!


다양한 맥주를 맛보며, 나는 하나의 진리를 깨달았다.

나의 미각 데이터베이스는 확실히 ‘스타우트’ 계열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것.

라거의 청량함도 좋지만, 스타우트의 묵직하고 복합적인 풍미야말로 내 취향의 최적값(Optimal Value)이었다.


속초의 숙소는 더욱 가관이었다.

복층 구조에, 바닥은 차가운 대리석, 심지어 욕조가 거실 한복판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차가운 보리차 한 잔을 마시며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는 이 기묘한 부자 체험. 다중감각 경험(Multisensory Experience)의 극치였다.


하지만 이번 여행의 진짜 감동은 다른 곳에 있었다.

강릉 경포대와 속초 설악동 산책길에서, 지나가는 그 누구도 탱고에게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그저 눈으로, 조용한 미소로 인사할 뿐이었다.

심지어 지나가던 다른 강아지들마저 짖지 않았다.

이 얼마나 완벽하고도 이상적인 사회적 상호작용(Social Interaction)인가!

감동의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이 모든 완벽한 여정은 여행 가이드 겸 미식가이신 신부님과, 그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을 주시는 장모님과 장인어른 덕분이었다.

11월쯤, 단풍이 들면 이 행복한 순례길을 다시 한번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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