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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는 없는 소고기카레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

by 김경훈


일요일 오후, 나는 신성한 의식을 치렀다. 끓는 물에 노란색 레토르트 파우치를 넣고 정확히 3분을 기다린 뒤, 갓 지은 흰쌀밥 위로 걸쭉한 내용물을 쏟아내는 의식. ‘오뚜기 3분 소고기카레’의 짙은 향기가 나의 작은 원룸을 가득 채웠다. 이것은 자취생에게 허락된 가장 저렴하고 확실한 행복이었다.



1. 이단아의 탄생: 소고기카레


한 숟갈 크게 떠서 입에 넣었다. 큼직한 감자와 당근, 그리고 부드러운 소고기 덩어리. 그래, 바로 이 맛이다. 나는 만족감에 젖어, 무심코 노란색 포장지를 들여다보았다. 포장지에는 이국적인 향신료와 타지마할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카레의 본고장, 인도의 맛!’이라도 외치는 듯한 디자인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숟갈을 뜨려다, 순간 동작을 멈췄다. 포장지 중앙에 선명하게 박힌 ‘소고기카레’라는 다섯 글자. 그리고 내 머릿속에서 인도의 갠지스 강과, 그 강변을 유유히 거니는 신성한 소들의 이미지가 충돌했다.


‘잠깐만… 인도에서… 소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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