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시각장애인
‘물 밖에 나온 물고기.’
사람들은 종종 나의 처지를 그렇게 표현했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동정 반, 안타까움 반이 섞여 있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나는 눈이 보이지 않았고, 온통 ‘보는 것’을 전제로 설계된 이 세상에서 나는 종종 숨이 막혔다. 마치 물 밖에 던져진 물고기처럼, 그저 뻐끔거리며 퍼덕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내 곁에는 늘 탱고가 있었다. 녀석의 따뜻한 체온과 하네스를 통해 전해져 오는 듬직한 발걸음은 내가 이 낯선 ‘육지’에서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물기였다.
1. 연목구어(緣木求魚),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겠다고?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폭탄선언을 했다.
“나, 사진을 찍어보려고.”
내 말을 들은 유일한 친구 녀석은 마시던 커피를 뿜을 뻔했다. 그는 겨우 웃음을 참으며, 동그란 안경 너머로 나를 쳐다봤다. 그의 표정에는 ‘형, 드디어 미쳤구나’하는 걱정이 가득했다.
“형, 농담이죠? 사진이라니요. 그건… 맹자가 말한 ‘연목구어(緣木求魚)’잖아요. 나무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찾겠다는 격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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