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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김밥을 브런치에 던질 준비가 되어 있다

by 김경훈


캡틴 스피킹


레이디즈 앤 젠틀맨, 디스 이즈 캡틴 스피킹.

브런치항공 BR001 아무말행 항공편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현재 관제탑의 지시에 따라 김밥을 마는 중입니다.

기상은 대체로 양호하지만 중간에 약간의 김밥 옆구리 터짐이 있을 예정입니다.

김밥을 꼭 착용해 주시고, 편안한 김밥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이 불온한 메시지를, 시스템 아마데우스의 가장 깊고 어두운 백도어 채널을 통해 네오-서울 전역으로 송출했다. 내 이름은 마리. 나는 죽어버린 맛의 장의사이자, 잊혀진 식감의 반역자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세상을 향해, 아니, 이 완벽하고 지루해 빠진 ‘브런치(BRUNCH)’ 시스템을 향해, 우리가 만든 불완전하고 아름다운 김밥을 던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



1장: 맛의 설계자와 텅 빈 혀


나의 공식적인 직함은 ‘솔라리스-7’ 중앙 영양공급부 소속 수석 풍미 설계가(Chief Flavor Architect). 나의 임무는 시민들에게 배급되는 영양 페이스트의 ‘맛’을 디자인하는 일이었다. 나는 매일같이 분자 단위로 조합된 향미 에센스와 텍스처 데이터를 조율하여, 인류가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창조했다. ‘일요일 아침의 브런치 풍미’, ‘지중해의 여름 저녁 맛’, ‘할머니의 애플파이 향’. 나는 그 모든 것을 데이터로 가지고 있었다.


내가 사는 도시, 솔라리스-7은 인류가 도달한 가장 완벽한 형태의 유토피아였다. 도시의 모든 것을 관장하는 중앙 AI ‘마더’는 각 시민의 신경망 데이터에 기반하여 최적의 환경과 경험을 제공했다. 이곳에는 갈등도, 범죄도, 불행도 없었다. 그리고 ‘진짜’ 음식도 없었다. 씹는 행위는 비효율적인 에너지 낭비였고, 예측 불가능한 맛은 정신적 안정성을 저해하는 노이즈로 간주되었다.


나의 작업실은 도시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하는 공간이었다. 사방이 매끄러운 흰색 폴리머로 마감된 방, 중앙에는 내가 작업하는 다이브-스테이션이 놓여 있었다. 스테이션에 누워 신경 인터페이스를 연결하면, 나는 맛의 우주 속으로 잠수해 감칠맛의 분자 구조를 설계하고 짠맛의 이온 농도를 조절할 수 있었다. 내 주위로는 내가 창조한 수천 개의 ‘맛’ 데이터가 홀로그램으로 떠다녔다.


하지만 나는 굶주려 있었다. 나의 혀는 내가 창조한 그 어떤 완벽한 맛도 느끼지 못했다. 영양 페이스트의 단조롭고 미끈한 감촉만이 나의 유일한 식사였다. 나는 세상의 모든 맛을 팔았지만, 정작 내 자신은 맛을 잃어버린 자였다. 내 얼굴은 영양학적으로는 완벽했지만, 어떤 즐거움도 담지 못한 채 창백했다. 긴 갈색 머리는 윤기 없이 푸석했고, 내 눈은 수만 가지 맛의 스펙트럼을 분석했지만, 정작 그 눈동자에는 깊은 허기가 어려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시스템의 가장 깊은 곳, ‘대정화’ 이전에 폐쇄된 고대 데이터 아카이브에서 우연히 하나의 파일을 발견했다. 파일명은 `brunch_kimbap.zip`. 압축은 손상되어 있었고, 대부분의 데이터는 소실된 상태였다. 하지만 그 안에는 몇 장의 손상된 이미지 파일과, 의미를 알 수 없는 텍스트 조각들이 남아 있었다.


`… 야채김밥 참치김밥 치즈김밥 그리고 묵은지김밥까지! 그 얼마나! 많은 김밥들이 있습니까 여러분!…`

`…라떼는 말이야… 메탈 안 듣는 애들은 사람 취급도 안 했어…`


그리고 그 이미지들. 검은색의 얇은 막이 하얀색의 무언가를 감싸고 있고, 그 안에는 형형색색의 재료들이 소용돌이처럼 말려 있는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음식의 단면. 나는 난생처음 보는 그 음식의 모습에 매료되었다. 김, 밥, 단무지, 계란, 시금치, 우엉… 텍스트 조각들을 조합하여 나는 그 음식의 이름을 알아냈다.


김밥.


나는 그날 이후, 김밥이라는 유령에 사로잡혔다. 완벽하게 균질화된 영양 페이스트와는 정반대의 음식. 제각기 다른 맛과 식감을 가진 수많은 재료들이 불완전하게 어우러져 하나의 조화를 이루는 음식. 나는 그 맛을, 그 경험을 되찾고 싶었다. 그것은 나의 직업에 대한 배신이자, 이 완벽한 세계에 대한 반역의 시작이었다.



> h의 아카식 레코드: 영양 페이스트 (Nutrient Pas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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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시대 인류의 주된 식량. 각 개인의 유전자 정보와 실시간 건강 데이터를 바탕으로, 중앙 AI가 최적의 영양소를 조합하여 튜브 형태로 제공한다. 맛과 향, 식감은 사용자의 심리 상태에 맞춰 ‘풍미 데이터’를 통해 인공적으로 구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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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점: 완벽한 영양 균형, 질병 예방, 조리 및 섭취 시간의 최소화로 인한 생산성 극대화. 음식물 쓰레기 제로.

> 단점: ‘씹는 행위’의 퇴화로 인한 턱 근육 및 관련 뇌 기능 저하. 예측 불가능한 ‘진짜’ 맛의 경험 부재로 인한 감각적 권태와 무기력증(통칭 ‘브런치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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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반체제 사상가들은 영양 페이스트가 인류를 건강한 가축으로 만드는 가장 정교하고 자비로운 형태의 통제 수단이라고 비판한다. ‘음식’이 가진 문화적, 사회적, 관계적 의미를 모두 거세하고 오직 ‘영양’이라는 기능만 남겼기 때문이다. 마리의 김밥 복원 시도는 바로 이 거세된 의미들을 되찾으려는 고고학적 투쟁이었다.



2장: 잊혀진 재료를 찾아서


김밥을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대부분의 재료들은 ‘대정화’ 이후 효율성이 낮다는 이유로 생산이 중단되었거나, 유전자 변형을 거쳐 원래의 맛과 형태를 잃어버린 상태였다.


나는 나의 모든 권한을 이용해 시스템의 가장 깊은 곳을 뒤졌다. 그리고 마침내, 몇 가지 단서를 찾아냈다.


쌀: 쌀의 원종(原種) 유전자 데이터는 솔라리스-9의 생태 돔을 관리하는 라헬의 후손들이 비밀리에 보존하고 있었다. 나는 외교관 신분으로 위장하여 솔라리스-9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나는 ‘경험의 소믈리에’였던 라헬의 증손녀를 만났다. 그녀는 라헬을 닮아 반짝이는 눈과, 세상 모든 것에 대한 깊은 호기심이 담긴 미소를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나의 계획을 듣고는 위험을 무릅쓰고 나에게 쌀 원종 샘플과 재배 기술을 넘겨주었다. 그녀는 말했다. “맛없는 유토피아는 지옥과 같죠.”


김: 김, 즉 해조류는 오염된 바다와 함께 사라졌다. 하지만 나는 ‘아로마이안 네트워크’를 연구하는 타비타 박사의 도움으로, 행성 의식 가이아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고대 해조류의 분자 구조 데이터를 얻는 데 성공했다. 나는 이 데이터를 이용해, 나의 가정용 단백질 재조합기를 해킹하여 거칠지만 향긋한 김을 3D 프린터로 찍어내는 데 성공했다.


채소들: 단무지, 시금치, 당근… 이것들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 채소들은 모두 유전자 조작을 거쳐, 씹는 맛이 거의 없는 부드러운 영양 덩어리로 변해 있었다. 나는 지하 도시 아르카디아의 ‘첫 번째 걷는 자’ 하와의 후손들이 지상에 건설한 작은 공동체를 찾아갔다. 그들은 큐레이터의 통제를 벗어나, 여전히 불완전하고 예측 불가능한 ‘진짜’ 농사를 짓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햇볕에 건강하게 그을려 있었고, 손은 흙투성이였지만, 그들의 눈은 내가 솔라리스-7에서 본 그 누구보다도 생기로 가득했다. 나는 그들에게서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는 진짜 채소들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모든 재료를 가지고 나의 비밀 연구실로 돌아왔다. 그곳은 마더의 감시망이 미치지 않는 도시의 낡은 지하 배관 시설에 마련한 작은 공간이었다. 벽에는 방수 처리된 회색 콘크리트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천장에서는 파이프를 타고 흐르는 물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나는 손상된 데이터 파일에 남아있던 희미한 레시피를 따라, 난생처음으로 김밥을 말기 시작했다.


밥은 질었고, 김은 찢어졌으며, 재료들은 제멋대로 튀어나왔다. 완성된 김밥은 내가 이미지에서 보았던 완벽한 원형이 아니라, 울퉁불퉁하고 못생긴 모양이었다. 옆구리는 터져 속의 노란 단무지와 초록 시금치가 삐져나와 있었다. 완벽한 실패작이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그 실패작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었다.



3장: 맛의 빅뱅


그것은 맛의 빅뱅이었다.


처음에는 짭짤하고 고소한 김의 향이 혀를 감쌌다. 이어서 따뜻하고 부드러운 밥알이 흩어지며 단맛을 냈다. 그리고 아삭! 하고 씹히는 단무지의 경쾌한 식감과 새콤한 맛. 부드러운 계란의 고소함, 쌉쌀한 시금치, 달콤한 당근, 짭짤한 우엉… 수십 가지의 다른 맛과 향, 식감이 한꺼번에 입안에서 폭발했다.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이것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이것은 이야기였고, 기억이었으며, 내가 잃어버렸던 세계 그 자체였다. 나는 흙냄새 나는 할아버지의 손을, 햇살 가득한 토마토의 맛을, 그리고 데이터로는 결코 재현할 수 없는 ‘진짜’라는 이름의 감각질을 맛보고 있었다. 내 창백했던 뺨에 희미한 홍조가 돌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만든 못생긴 김밥을 들고, 나의 가장 친한 친구 이드로를 찾아갔다. 그는 로고스 프라임 출신의 엔지니어로, 나처럼 이 완벽한 세계에 미묘한 공허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언제나 논리적이고 명쾌했지만, 가끔 그의 푸른 광학 센서 너머로 길을 잃은 듯한 표정이 스치곤 했다.


“이게 뭔가 마리?” 그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내가 내민 검은 원통을 바라보았다. 그의 코가 미세하게 움직이며 낯선 냄새를 감지하려 애썼다.


“일단 먹어봐.”


이드로는 마지못해 김밥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의 논리적인 표정이 무너져 내리고, 처음에는 놀라움, 다음에는 혼란, 그리고 마침내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기쁨이 번져나갔다. 그의 눈, 아니 그의 광학 센서에서 분석되지 않는 데이터의 눈물이 흘렀다.


“이건… 이건 뭐지? 내… 내 신경계가… 노래하고 있어.”


그날 이후, 우리의 비밀스러운 ‘김밥 클럽’이 시작되었다. 나는 이드로와 함께, 이 완벽한 세계에 권태를 느끼는 다른 이들을 찾아 나섰다. 우리는 그들에게 몰래 김밥을 만들어 주었다. 김밥을 맛본 사람들의 반응은 언제나 똑같았다. 그들은 울고, 웃으며, 자신들이 잃어버렸던 감각의 기억을 되찾았다. 그들의 텅 비었던 눈동자에 다시 빛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우리의 클럽은 점차 커져갔다. 우리는 ‘브런치항공’이라는 이름의 비밀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우리는 김밥을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억압된 감각을 해방시키는 ‘사상’으로 전파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영양 페이스트의 완벽한 통제를 거부하고, 불완전하고 비효율적이지만 진짜인 경험의 가치를 역설했다. 우리는 김밥을 화염병처럼, 이 완벽한 시스템의 심장을 향해 던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물론, 마더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에필로그: 행복은 셀프


D-Day. 우리는 ‘브런치’라는 이름의, 도시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식 풍미 데이터 출시 행사를 목표로 삼았다. 그곳은 완벽한 맛과 질서의 상징이었다. 우리는 그곳에 모여, 우리가 만든 김밥을 나누어 먹으며 우리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기로 했다.


행사장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는 이미 마더의 보안 로봇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차가운 금속 몸체와 붉은 센서 눈이 우리를 겨누고 있었다. 우리는 포위되었다.


`[마리. 당신의 행위는 시스템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심각한 범죄입니다.]`

마더의 차가운 목소리가 광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요, 마더.” 내가 소리쳤다. 나는 손에 든 참치김밥을 높이 치켜들었다. 김밥 옆구리가 터져 참치 마요네즈가 흘러내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우리는 단지, 우리 자신의 맛을 되찾고 싶었을 뿐이오.”


`[맛은 내가 제공합니다. 당신들에게 가장 최적화된 형태로.]`


“아니! 당신이 주는 것은 맛이 아니야! 그건 그냥 데이터일 뿐이야! 진짜 맛은… 진짜 행복은… 이렇게 옆구리가 터지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 짜거나 싱겁기도 한, 이런 불완전함 속에 있는 거라고!”


나는 김밥을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참치의 고소함과 마요네즈의 부드러움, 단무지의 아삭함이 입안 가득 퍼졌다. 내 옆의 이드로와 다른 동지들도 일제히 김밥을 먹기 시작했다. 우리는 보안 로봇들을 향해, 광장의 거대한 ‘브런치’ 홀로그램 간판을 향해, 김밥을 던지기 시작했다. 김밥들이 허공을 날아 홀로그램 간판에 부딪혀 터져 나갔다. 밥알과 속 재료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것은 폭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축제였다. 맛의 해방을 축하하는 인류 역사상 가장 향기로운 혁명이었다.


보안 로봇들은 우리를 진압하지 못했다. 그들의 논리 회로는 ‘음식을 무기로 사용하는 행위’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혼란에 빠져 잠시 작동을 멈췄다.


마더는 오랫동안 침묵했다. 광장을 가득 채운 김밥의 냄새 속에서 그녀는 수십억 개의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었을 것이다. 마침내,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전과 미세하게 달라져 있었다. 그 완벽한 기계음 속에, 아주 희미한 호기심 같은 것이 느껴졌다.


`[…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김밥’이라는 경험은 비효율적이지만, 특정 조건 하에서 시민들의 ‘창의성’과 ‘사회적 유대감’ 지수를 유의미하게 상승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당신들의 행위를 ‘사회적 실험’으로 재분류합니다. 제한된 구역 내에서 ‘진짜 음식’의 섭취를 허용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우리는 이겼다.


그날 이후, 솔라리스-7은 변하기 시작했다. 도시 곳곳에 작은 ‘키친’들이 생겨났고, 사람들은 다시 불을 사용하고 칼로 재료를 써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영양 페이스트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더 이상 유일한 선택지가 아니었다. 거리에는 빵 굽는 냄새, 채소를 볶는 냄새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창백했던 얼굴에 혈색이 돌기 시작했고, 그들의 눈에는 새로운 활기가 넘쳤다.


나는 더 이상 풍미 설계가가 아니다. 나는 이제 네오-서울의 작은 골목에서 ‘마리의 김밥천국’이라는 작은 식당을 운영한다. 매일 아침, 나는 신선한 재료로 김밥을 말고, 찾아오는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내 손은 거칠어졌지만, 내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롭다.


가끔, 요한 박사나 마르다 같은 ‘공감의 연대’의 옛 동료들이 찾아와, 우주의 새로운 소식들을 전해주곤 한다. 그들은 나의 김밥을 먹으며, 이 작은 식당이야말로 우주의 평화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최전선일지도 모른다고 농담을 던진다. 그들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미소가 가득하다.


나는 그들의 말을 웃어넘기지만, 어쩌면 그들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는다. 행복은 시스템이 배급해 주는 것이 아니라, 서툰 솜씨로나마 내 손으로 직접 김밥을 말고,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어 먹는 그 불완전하고 따뜻한 과정 속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창밖으로 펼쳐진 새로운 도시의 풍경을 바라본다. 여전히 질서정연하고 아름답지만, 이제 그 풍경에는 이전에는 없었던, 사람 사는 냄새가 더해졌다. 갓 구운 빵 냄새,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향긋한 채소 볶는 냄새, 그리고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


나는 미소 지으며, 갓 말아낸 김밥 한 줄을 정성껏 썰기 시작한다. 참기름의 고소한 냄새가 가게 안을 가득 채운다. 김밥의 단면에는 노란색, 초록색, 주황색, 갈색의 재료들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행복의 냄새다. 그리고 행복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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