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의 정원'이라 불리는 온화한 곳에 산다는 인물을 만났다.
날씨가 온화하고 여름이 길어 모든 것이 풍요로운 곳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작 그의 이름은 '큰 바위'(Cragganmore)란다.
이토록 아름다운 곳에 사는 사람의 이름치고는 너무 투박하다.
시작부터 모순적인, 12년 경력의 스페이사이드 출신이다.
그는 소문난 괴짜다.
대부분의 증류소가 위스키의 기본이라며 부드러운 연수(軟水)를 쓸 때, 그는 꿋꿋하게 억센 경수(硬水)를 고집한다.
남들이 다 "아니요"라고 할 때 혼자 "예"를 외치는 청개구리 심보다.
심지어 세상을 네모반듯하게 보는지, 둥근 응축기 대신 보기 드문 '정방형 웜 튜브'라는 구식 장치를 쓴단다.
작은 증류기만 고집하는 것 또한 그의 괴팍함을 더하는 요소다.
하지만 이 괴짜, 보통내기가 아니다.
전설적인 위스키 평론가 마이클 잭슨이 그를 두고 "스페이사이드 위스키 중 가장 복잡한 맛"이라 극찬했다.
겉보기에는 고집 센 괴짜 같지만, 그의 내면은 그 누구보다 깊고 다층적이라는 뜻이다.
심지어 '화이트 호스', '올드 파' 같은 쟁쟁한 스타급 블렌디드 위스키들이 그를 '핵심 몰트'로 모시고 있다.
겉으로는 정원의 은둔자인 척하지만, 실은 왕들을 뒤에서 조종하는 진짜 '킹메이커'인 셈이다.
그의 복잡한 내면이 궁금해진다.
첫 향은 그가 사는 '정원'처럼 달콤한 꽃향기와 강가의 허브 향이 어우러진다.
그러나 한 모금 입에 넣는 순간, 그의 진가가 드러난다.
꿀과 바닐라의 미묘한 달콤함은 서막일 뿐, 이내 몰트 위스키가 낼 수 있는 가장 복잡다단한 향이 혀를 휘감는다.
왜 마이클 잭슨이 그런 찬사를 보냈는지 즉각 이해되는 순간이다.
맛의 절정이 지나가자, 강한 몰트의 맛과 달콤하면서도 가벼운 모닥불 향이 길게 여운을 남긴다.
'큰 바위'라는 이름처럼, 화려하게 자신을 드러내진 않지만 그 무엇보다 단단하고 복잡한 내면을 지닌, 스코틀랜드의 정원에 숨어 사는 진짜 현자(賢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