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뱃사공

제4부: 새로운 지평

by 김경훈


10장: 마지막 강가


(서술자: 이세벨)


나의 집무실 홀로그램 스크린 위로, 도시의 데이터가 조용한 강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붉은색 경고로 들끓던 사회 불안 지수는 이제 잔잔한 호수처럼 안정적인 녹색을 유지하고 있었다. 폭동은 멎었고, 증오는 가라앉았다. 기드온의 망령도, 이브 카렐의 원죄도, 이 거대한 평온 앞에서는 한낱 과거의 잡음처럼 희미해져 갔다.


엘리야가 이겼다.


그의 비논리적이고, 비효율적이며, 감상적이기 짝이 없는 '수업'이 나의 모든 데이터 분석과 위기 대응 프로토콜이 해내지 못한 일을 해냈다. 그는 도시를 구했다. 나는 나의 늙고 주름진 손을 내려다보았다. 한평생을 완벽한 시스템과 통제 가능한 논리를 추구해 온 나의 손. 이 손은 한 아이의 숭고한 죽음 앞에서 그리고 도시 전체를 감싼 저 고요한 자장가 앞에서 너무나 공허하고 무력했다.


나는 패배했다. 내가 제안했던 '아마데우스 프로토콜', 즉 의식 업로딩을 통한 기술적 영생이라는 완벽한 해답은 이제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힘을 잃었다. 죽음의 공포가 사라진 세상에서 영생은 더 이상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었다.


나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19 구역을 둘러쌌던 붉은 선은 해제되었지만, 그곳은 여전히 조용했다. 다만 그 침묵의 색채가 달라져 있었다. 이전의 그것이 절망의 잿빛이었다면, 지금의 그것은 경건한 애도의 남색이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기적을 갈구하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의 어깨에 기댄 채, 제단 위의 작은 진료소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절망 대신, 깊은 사색과 평온함이 깃들어 있었다.


나는 내가 경멸했던 그들의 나약함 속에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강인함을 보았다.


그날 저녁, 나는 격리 구역의 작은 진료소 폐허를 홀로 찾아갔다. 그곳에는 낡은 침대 위에, 하얀 천으로 덮인 작은 형체가 놓여 있었다. 나사로. 나의 완벽한 논리를 단 하나의 순수한 행동으로 무너뜨린, 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변수. 나는 그의 곁에 조용히 서 있었다.


나는 그를 성자나 기적으로 보지 않았다. 나의 눈에 그는 인류라는 종이 가진 가장 비효율적이고도 강력한 특성, 즉 '자기희생적 이타주의'의 극단적인 발현이었다. 그는 자신의 생존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프로그래밍을 거부하고, 타인의 생존을 위해 스스로를 소멸시킨, 경이로운 유전적 변이체였다.


"당신도… 그 아이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온 건가."


등 뒤에서 엘리야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어느새 나의 곁에 와 서 있었다. 그의 늙은 얼굴에는 깊은 슬픔과 함께, 모든 것을 완수했다는 평온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의 주름진 눈은 마지막 강가에 선 뱃사공의 그것처럼 고요했다.


"작별이 아니요, 엘리야." 내가 대답했다. "나는… 확인하러 왔소. 나의 패배를."


"이 싸움에 승패는 없소, 이세벨."


"아니, 있소." 나는 그를 돌아보았다. 나의 은회색 눈동자가 그의 맑은 눈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당신의 공감이 나의 논리를 이겼소. 당신은 사람들에게 죽음을 받아들일 용기를 주었지. 하지만 용기는 역병을 치료하지 못해. 사람들은 여전히 죽어가고 있소. 당신은 그들에게 아름다운 장례식을 치러주었지만, 나는 그들에게 끝나지 않는 삶을 주고 싶었소."


우리는 오랫동안 침묵 속에서 서로를 마주 보았다. 수십 년간 이 도시를 함께 이끌어온 두 개의 축. 감성과 이성, 이상과 현실. 우리는 단 한 번도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서로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다.


"당신 말이 맞소, 엘리야." 내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나의 굳게 닫혔던 입술이 패배를 인정하며 천천히 열렸다. "인류는… 기계 속의 영생을 선택하지 않았소. 그들은 이 불완전하고 고통스러운 육체 속에서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길을 선택했지."


나는 나의 단말기를 꺼내, 연대 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아마데우스 프로토콜'의 무기한 폐기를 요청했다. 그리고 새로운 의안을 발의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김경훈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안내견 탱고의 눈으로 길을 보고, 시각장애인 연구자의 눈으로 세상을 봅니다.

1,16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10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4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매거진의 이전글마지막 뱃사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