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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착의 아키텍처

해리 할로의 애착 심리학

by 김경훈


사랑. 우리는 이 단어를 성역(聖域)에 두기를 좋아한다. 시인에게는 영감의 원천으로, 철학자에게는 존재의 목적으로, 연인에게는 삶의 이유로. 그것은 신비롭고, 불가해하며, 분석 불가능한 영역에 속한다고 믿어진다. 그러나 만약 사랑이 그 숭고한 감정조차도, 굶주림이나 갈증, 혹은 성욕과 마찬가지로 생존을 위해 설계된 하나의 정교한 생물학적 프로토콜에 불과하다면 어떨까. 만약 이 모든 애틋함과 헌신이 그저 ‘접촉’이라는 이름의 변수에 의해 좌우되는 기계적 반응이라면. 우리는 우리의 존엄을 모독당했다고 분노해야 할까,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우리의 모습을 경이롭게 바라보아야 할까. 이것은 그 잔인하고도 아름다운 질문의 심연을, 눈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 들여다본 한 남자에 대한 기록이다.



1. 온기라는 이름의 데이터


김경훈의 연구실은 차가운 햇빛이 길게 드리워진 채 고요했다. 공기 중에는 먼지가 내려앉은 책등의 냄새와, 식어가는 커피의 쌉싸름한 산미(酸味)가 섞여 있었다. 그는 ‘연구 모드’에 깊이 잠겨 있었다. 그의 손가락은 키보드 위에서 잠시 멈춘 채였고, 귀에는 화면낭독기가 쏟아내는 정보 대신, 자신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논리의 충돌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그는 지금, 디지털 소외 계층의 정보 접근성이 그들의 우울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문의 결론부를 구상 중이었다. ‘접근’이라는 행위가 어떻게 ‘존재’의 감각으로 이어지는가. 그는 그 연결고리를 찾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평소의 유쾌한 미소가 옅게 깔려 있었지만, 그것은 습관에 가까운 것이었고, 그의 미간에는 깊은 사유에 잠긴 자 특유의 미세한 주름이 잡혀 있었다. 그는 지금, 서늘한 시선으로, 인간의 고독이라는 데이터를 해부하고 있었다. 그의 발치에는 안내견 탱고가 주인의 지적인 고뇌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었다.


그때, 이 고요한 아키텍처에 유쾌한 버그가 침투했다.

“자기야, 아직도 그 딱딱한 논문이랑 씨름 중? 그러다 당신 뇌가 아니라 뇌가 담긴 그릇(머리)이 먼저 깨지겠어.”


보보였다. 그녀는 노크 소리와 거의 동시에 문을 열고 들어와, 그의 어깨에 자신의 차가운 뺨을 부볐다. 그녀에게서는 늦가을 대구의 싸늘한 바람 냄새와, 그녀가 좋아하는 낡은 서점의 종이 냄새,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감싸는 그녀 특유의 따뜻하고 지적인 향기가 났다. 그녀의 존재 자체가 김경훈의 세계를 순식간에 다른 차원으로 전환시켰다.


김경훈은 ‘연구 모드’의 스위치를 내리고, 그녀의 갑작스러운 ‘접촉’에 환하게 웃었다. 그의 얼굴 전체가 빛나는 듯했다. 유쾌함이 돌아온 순간이었다.

“왔어? 철학 박사님께서 이 미천한 정보학도의 동굴에는 어쩐 일로. 또 무슨 이상한 거 주워듣고 나 놀려먹으려고 왔지?”

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감쌌다. 그녀의 피부는 차가웠지만, 그 아래에는 생생한 온기가 흘렀다.


“정답.” 보보가 그의 손바닥에 자신의 뺨을 더 깊이 묻으며 속삭였다. “오늘, 당신이랑 아주 잘 어울리는 지독하게 잔인하고 또 지독하게 낭만적인 미치광이 과학자 이야기를 들었거든. 듣는 내내 당신 생각이 났어. 해리 할로라고 알아?”



2. 사랑의 증명


그날 밤, 그는 보보가 끓여준 따뜻한 차를 옆에 두고, 자신의 아이폰을 통해 《사랑의 본질에 관한 실험: 해리 할로의 애착 심리학》이라는 제목의 긴 데이지 도서를 ‘듣고’ 있었다. 탱고는 거실 카펫 위에 배를 대고 누워, 이따금씩 그의 발에 턱을 괴었다. 보보는 소파 반대편에 앉아, 조용히 자신의 책 페이지를 넘기며, 이따금씩 그의 얼굴을 살폈다.


화면낭독기의 기계적인 목소리가 해리 할로라는 한 남자의 황량한 세계를 그의 귓속으로 쏟아붓기 시작했다. 실패한 발명가 아버지, 창밖의 흙빛 하늘만 바라보던 따뜻하지 않은 어머니. 김경훈은 15년 간의 시각적 기억을 더듬어, 아이오와의 그 메마르고 끝없이 펼쳐진 중서부의 겨울 풍경을 머릿속에 그렸다. 회색 하늘, 시커먼 나뭇가지, 그 사이를 채우는 절망적인 공백. 그는 할로의 우울증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성이 이스라엘이라서 교수가 못 된다고?” 그는 툴툴거렸다. “이거 완전 인종차별적 알고리즘이네. 르위스 터먼이라는 그 양반, IQ는 높았을지 몰라도 EQ는 완전 바닥이었구먼.”

보보가 책 너머로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렸다.


낭독은 계속되었다. 터먼이 할로의 결혼을 축하하며 보냈다는 그 기묘한 편지. ‘클라라의 놀라운 유전적 특성이 심리학자 해리의 높은 생산성과 결합되는 것을 보게 되어 기쁘오.’

“와….” 김경훈은 탄식을 내뱉었다. “이건 뭐 축사가 아니라, 거의 씨수마 교배 성적표잖아. 젠장, 나랑 보보는 무슨 결합이지? 철학 박사의 현학적인 불안과 정보학자의 편집증적인 강박이 결합됐나? 우린 망했네, 자기야.”

“조용히 좀 들어, 이 수다쟁이야.” 보보가 책장을 넘기며 낮은 목소리로 받아쳤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도 웃음기가 묻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웃음기는 곧 사라졌다. 이야기는 할로의 잔인하고도 아름다운 실험의 본론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감각을 동원해 그 실험실의 풍경을 재구성했다.


‘철사 어미’. 그는 그 단어를 듣는 순간, 손끝이 저릿했다. 그는 15년의 기억 속에서 차가운 철망의 감촉을 불러왔다. 딱딱하고, 비인간적이며, 어떤 온기도 거부하는 재질. 그 위에 달린 강철 젖꼭지. 그것은 순수한 ‘기능’이자 ‘효용’이었다. 굶주림이라는 원초적 충동을 해소시켜 주는 차가운 데이터의 공급원.


‘천 어미’. 그는 이 단어에서 자신이 매일 밤 덮는 부드러운 이불의 감촉을 떠올렸다. 온기를 품고, 몸의 굴곡에 따라 형태를 바꾸며, 존재를 감싸 안는 재질. 그 어미에게는 우유가 없었다. 오직 ‘접촉’과 ‘편안함’이라는 데이터로 환산될 수 없는 가치만이 존재했다.


그리고 실험의 결과. 새끼 원숭이들은 허기를 채우기 위해 철사 어미에게 달려갔지만, 배가 부르면 즉시, 망설임 없이 천 어미에게 달려가 그 품에 매달렸다. 하루 24시간 중 거의 대부분을.


“대단하군.” 김경훈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의 얼굴에서 유쾌함이 사라지고, 서늘한 분석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그는 증명한 거야. 사랑이 혹은 애착이라는 시스템이 위장(胃腸)이 아닌 피부(皮膚)에서 시작된다는 걸. 경영학에서 말하는 ‘보상 시스템(우유)’만으로는 존재가 유지될 수 없다는 걸. 그는 이성과 효율성만 따지던 1950년대 심리학계 한복판에, ‘스킨십’이라는 가장 비논리적이고 비효율적인 변수를 던져 넣은 거야.”


그는 자신의 연구를 떠올렸다. ‘정보 접근성’. 사람들은 그저 정보를 얻기만 하면(우유만 마시면) 만족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니었다. 정보에 접근하는 과정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시스템이 얼마나 따뜻하게 느껴지는지(천 어미의 감촉)가 사용자의 만족도와 시스템에 대한 신뢰, 즉 ‘애착’을 결정했다. 할로의 원숭이들은 이미 반세기 전에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3. 고통의 연대


그의 사유는 낭독의 다음 챕터에서 산산조각 났다. 이야기는 할로의 실험이 가진 더 어두운 이면으로, 그가 설계한 지옥의 아키텍처 속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철의 여인(Iron Maiden)’. 그 단어를 듣는 순간, 김경훈은 숨을 잠시 멈췄다. 날카로운 스파크, 강하고 찬 바람, 몸을 찌르는 뾰족한 것들. 그는 15살, 시력을 잃고 병원에 누워 있던 3년의 시간을 떠올렸다. 그때 그가 느꼈던 공포. 언제 다시 닥칠지 모르는 수술의 고통, 차가운 주삿바늘이 혈관을 뚫는 감촉, 소독약 냄새, 그리고 모든 것이 암흑 속에서 벌어진다는 절대적인 무력감.


‘하지만 새끼들은 어떤 고문을 당해도 어미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어미를 단념하지 않았다. 좌절도 하지 않았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신은 강인했다.’


그는 이 문장에서 한때 자신이 꿈꿨던 사제로서의 신념, 즉 고통 속에서도 신을 찾는 인간의 맹목적인 믿음을 떠올렸다. 그리고 동시에, 그 믿음을 이용하는 시스템의 잔인함에 전율했다. 할로의 원숭이들은 어미를 사랑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어미’라는 개념 외에는 기댈 곳이 없도록 완벽하게 고립되었을 뿐이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고문이 만들어낸 외상적 유대였다.


그리고 마침내, ‘절망의 우물(Pit of Despair)’이 등장했다.


‘격리된 검은 방… 원숭이를 거꾸로 매단 채 길게는 2년까지 몸을 움직이지도, 세상을 보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음식은 V자 모양으로 생긴 장치 밑 쇠창살을 통해 먹도록 했다.’


김경훈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발치에 엎드린 탱고의 등을 세게 움켜쥐었다. 탱고가 놀라 ‘캥’ 하고 짧은 비명을 질렀다. 보보가 놀라 책에서 고개를 들었다.


“자기야…?”


김경훈은 대답할 수 없었다. 그의 얼굴은 늘 따뜻한 미소를 머금고 있던 그의 얼굴은 지금 핏기 없이 창백하게 굳어 있었다. 입술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


그에게 그 ‘우물’은 단순한 실험 장치가 아니었다. 그것은 15살의 그가 갇혔던, 병원 침대라는 이름의 또 다른 우물이었다. 빛이 사라진 세상, 몸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고, 모든 정보는 쇠창살(간호사의 목소리, 의사의 진단)을 통해서만 주어지던 그곳. 그는 그곳에서 자신을 물어뜯거나 머리를 벽에 부딪치지는 않았지만, 스스로의 존재를 포기하려 했었다. 그는 할로의 원숭이들이 느꼈을 그 절대적인 고립과 공포를, 뼈 속까지 이해하고 있었다.


그를 그 우물에서 꺼내준 것은 무엇이었나. 그것은 ‘치료’가 아니었다. 그것은 ‘말’이었다. 어느 날, 그의 곁에 앉아 “네가 보는 세상은 어둡겠지만, 네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빛이 나는구나”라고 말해주었던 한 노신부의 목소리. 그것이 그를 살린 ‘한 마디의 말’이었고, 그가 ‘심의(心醫)’가 되기로 결심하게 한 이유였다.


하지만 할로의 원숭이들에게는 그 ‘말’이 없었다. 그들에게는 그저, 자신들의 고통을 데이터로 기록하는 할로의 차가운 시선만이 존재했다.


“미안, 탱고….” 김경훈은 떨리는 손으로 탱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는 아이폰의 재생 버튼을 눌러, 끔찍한 낭독을 중지시켰다. 거실의 침묵이 방금 전까지 기계음이 들려오던 때보다 훨씬 더 무겁게 내려앉았다.



4. 접촉의 책임


보보가 책을 덮고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소파 팔걸이에 걸터앉아, 그의 젖은 이마를 부드럽게 닦아주었다. 그녀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저 그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천 어미’의 감촉이었다. 김경훈은 그녀의 어깨에 이마를 기댔다.


한참의 침묵 끝에,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아직 조금 떨렸지만, 특유의 자조적인 유머가 희미하게 섞여 있었다.

“와… 저 양반, 진짜 ‘돌아이’ 중의 상 ‘돌아이’ 맞네. 그런데 말이야, 보보. 제일 무섭고 소름 끼치는 건, 그 상 ‘돌아이’가 증명하려고 했던 게 하필 ‘사랑’이라는 거야.”


그는 고개를 들고, 보이지 않는 그녀의 얼굴을 향해 말을 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이제 서늘한 통찰력이 돌아와 있었다.

“사람들은 그가 원숭이를 학대했다고 비난하지. 맞아, 잔인해. 끔찍해. 렌 로젠블럼 말대로 ‘강간 침대’가 아니라 ‘구속 장치’라고 불렀어야 했어. 하지만 그건 본질이 아니야. 본질은… 그가 ‘지옥’을 너무나 완벽하고 체계적으로 설계했다는 거야. 그는 사랑의 부재가 접촉의 결핍이 어떻게 한 존재를 완벽하게 파괴하는지 과학적으로 증명해 냈어.”


그는 자신의 연구를 다시 떠올렸다. “우리는 ‘정보’를 주면 된다고 생각해. 경제학에서는 ‘효용’을, 경영학에서는 ‘보상’을 주면 인간이 움직인다고 하지. ‘글로소득’이 확실한 동기가 된다고 하고. 다 맞아. 그건 ‘철사 어미’의 우유야. 생존에 필수적이지. 근데 할로는 그 우유만 먹고 자란 원숭이는 결국 시스템 전체를 붕괴시키는 치명적인 버그(자폐, 자해, 공격성)가 되어버린다는 걸 보여준 거야.”


“접촉… 스킨십… 움직임… 그리고 놀이….” 그가 렌 로젠블럼이 말한 세 가지 변수를 읊조렸다. “그건 전부 데이터가 아니야. 전부 ‘관계’의 언어야. 비효율적이고, 비논리적이며, 예측 불가능한 것들. 내가 3년 동안 그 지옥 같은 병원에서 배운 것도 그거였어. 나를 살린 건 진통제나 수술이 아니었어. 내 손을 덜덜 떨면서 잡아주던 엄마의 온기, 내 말도 안 되는 철학적 농담에 진심으로 웃어주던 당신의 목소리였지.”


보보는 그의 손을 깍지 껴 잡았다. 그녀의 손은 따뜻했다.

“그래서 그 불쌍한 사람이 아니었던 신께 감사드린다던 그 과학자 말이 맞았네. ‘박사가 사랑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은 근접성이 전부이군요.’ 할로는 그 이상의 것을 알고 있었던 거지.”


김경훈은 고개를 저었다. 그의 입가에 다시 그만의 유쾌하고도 쓴 미소가 돌아왔다.

“아니, 그 박사도 틀렸어. 어쩌면 할로도 끝까지 틀렸는지 몰라. 그들은 사랑을 ‘근접성’이나 ‘접촉’이라는 이름의 ‘변수’로 환원하려고 했잖아. 그게 그들의 한계야. 그들은 사랑을 실험실의 통제 가능한 대상으로 본 거지. 하지만 사랑은 변수가 아니야. 사랑은… 젠장, 나 지금 철학 박사 앞에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보보가 그의 헝클어진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소설 속 현자가 툭 던지는 말처럼, 그러나 그보다 훨씬 다정하게.

“지금 아주 훌륭한 ‘심의’ 납셨네. 유쾌하게 팩트 폭력 날리다가 서늘하게 결론 내리기는. 당신의 매력이 그거잖아.”


김경훈은 그녀의 말에, 비로소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자신의 뺨으로 가져갔다.

“어쩌겠어. 사람이 어쩌면 그래?”

“사람이라 그래, 자기야.” 보보가 웃으며 대답했다.



5. 주석: 아키텍처


그는 아이폰을 찾지 않았다. 그는 그저, 거실의 따뜻한 공기 속에서 한 손으로는 탱고의 부드러운 털을, 다른 한 손으로는 보보의 따뜻한 손을 감각하며, 오늘의 이 복잡한 경험에 대한 마지막 주석을 머릿속으로만 그렸다.



‘제목: 접촉의 아키텍처, 혹은 온기의 윤리학.

해리 할로는 사랑의 본질을 찾으려다 괴물을 만들었다. 그는 사랑이 ‘우유(효용/데이터)’가 아니라 ‘온기(접촉/관계)’임을 증명했다. 그는 시스템 설계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 효율적인 정보 제공만으로는 인간을 구원할 수 없다.

하지만 그는 그 ‘온기’마저도 ‘천 어미’라는 기계적 시스템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믿었다. 거기서 그는 첫 번째 실패를 했다. 그리고 그 온기의 부재가 만들어낸 지옥(절망의 우물)을 통해, 그는 사랑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증명했다.

그의 방식은 잔인했지만, 그의 질문은 정직했다. 우리는 그가 남긴 끔찍한 데이터 덕분에, 비로소 접촉의 윤리학을, ‘안아주라’는 가장 단순하고도 위대한 과학적 진실을 얻게 되었다.

결론: 데이터는 우리를 살게 하지만, 접촉은 우리가 왜 사는지 말해준다. 가장 완벽한 정보 접근성 시스템은 결국 사용자의 손을 잡아주는 따뜻한 시스템일 것이다. 지금, 내 손을 잡고 있는 이 온기처럼.’



그는 탱고의 등과 보보의 손에서 느껴지는 살아있는 존재만이 줄 수 있는 불규칙하고 따뜻한 감각에 집중했다. 그것은 그 어떤 완벽한 시스템도, 그 어떤 정교한 논리도 줄 수 없는 삶의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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