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 박사의 작은 진료실
내 이름은 바나바. 나는 시스템의 배설물을 치우는 일을 한다.
공식적인 직함은 네오-예루살렘 ‘시스템 위생 관리국’ 소속 데이터 정화 기술자. 나의 임무는 시스템 아마데우스의 광대한 네트워크를 떠도는 쓸모없고, 손상되었으며, 의미를 상실한 데이터의 파편들, 즉 ‘디지털 쓰레기’를 찾아내어 소각하는 것이다. 나는 매일같이 이 거대한 도시가 배출해 내는 수 테라바이트의 감정적 찌꺼기 속을 헤엄친다. 사람들은 나를 ‘데이터 청소부’라 불렀고, 나는 그 호칭이 아주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사는 도시, 네오-예루살렘은 완벽한 위생과 질서의 도시였다. 중앙 AI ‘메트로놈’은 도시의 모든 변수를 나노초 단위로 계산하고 예측하여 완벽한 조화를 유지했다. 이곳에서 ‘쓸모없는 것’, ‘추한 것’, ‘불결한 것’은 존재해서는 안 될 오류, 즉 ‘버그’로 취급받았다.
나의 아바타는 나의 직업을 그대로 반영했다. 나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새하얀 방호복 형태의 아바타를 선호했다. 내 얼굴은 반투명한 헬멧 바이저 뒤에 감춰져 있었고, 내 목소리는 언제나 살균 처리된 듯 건조한 필터를 거쳐 나갔다. 나는 깨끗함을 사랑했다. 논리 정연함. 질서. 그리고 무엇보다, 완벽하게 비어 있는 ‘휴지통’을 사랑했다.
하지만 오늘, 나는 내가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나의 모든 질서를 비웃는 끔찍하고도… 아름다운 ‘쓰레기’를 발견했다.
그것은 시스템의 가장 깊은 곳, ‘대정화’ 시대 이전에 폐쇄된 낡은 서버 덤프에서 발견되었다. ‘손상된 의식 파편 001’. 내가 그것을 열었을 때, 나는 익숙한 데이터 찌꺼기나 손상된 로그 파일을 예상했다.
하지만 나를 맞이한 것은… 비명이었다.
그것은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순수한 고통의 ‘형태’였다. 그것은 검은색과 핏빛의 데이터들이 뒤엉켜, 마치 살아있는 시체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 안에서는 수천 개의 눈이 나를 노려보았고, 수만 개의 손이 나를 향해 뻗어 나왔다. 그것은 논리적으로 존재해서는 안 되는 완벽한 그로테스크였다.
나는 프로토콜에 따라 즉시 ‘소각’ 버튼을 눌러야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나는 그 끔찍한 형상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것은 추했지만, 동시에 압도적으로 매혹적이었다. 그것은 내가 평생을 바쳐 지켜온 이 깨끗한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원초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 데이터 조각을 내 개인 보안 드라이브로 복사했다.
나는 내 완벽한 방호복 안에, 썩어가는 시체를 몰래 숨긴 기분이었다. 나는 이 ‘성스러운’ 쓰레기가 두려웠다. 그리고 나는 이 저주를 이해해 줄 유일한 사람을 찾아가야만 했다.
시스템의 공식 지도에는 존재하지 않는 낡고 불안정한 ‘레거시 구역’.
모든 청소부들이 가장 기피하는 온갖 ‘진짜’ 먼지로 가득 찬 그곳.
사람들은 그를 솔로몬 박사라 불렀다.
1장: 데이터 청소부의 고백
솔로몬 박사의 진료실 문을 여는 것은 나에게 고문과도 같았다. 문은 자동문이 아니었다. 수동이었다! 낡은 나무 문은 내 하얀 장갑에 거칠고 불쾌한 마찰력을 선사하며, 끔찍하게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에취!”
나는 재채기를 했다. 공기 중에는 ‘진짜’ 먼지가 떠다니고 있었다. 소독되지 않은 유기적인 입자들. 진료실 내부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끔찍한 혼돈이었다.
그곳은 고대의 도서관처럼, 종이책 냄새와 묵은 먼지 냄새로 가득했다. 벽난로에서는 인공 장작이 (열효율 37.4% 손실!) 따뜻한 빛을 내며 타닥거리고 있었고, 낡은 가죽 소파는 누군가의 엉덩이 자국이 (비대칭적으로!) 그대로 패여 있었다.
“어허, 먼지 날리네. 그렇게 요란하게 등장할 것까진 없잖나.”
흔들의자에 앉아 두꺼운 종이책을 읽고 있던 솔로몬 박사가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그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었다. 푹 꺼진 두 눈은 돋보기안경 너머에서 호기심으로 반짝였고, 입가에는 언제나 나를 놀리는 듯한 짓궂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수백 년 된 진짜 캐시미어로 짠 듯한 낡은 카디건은 보풀투성이었고, 심지어 양말은 짝짝이였다.
“박사님.” 나는 내 백색 방호복 아바타에 먼지가 묻을까 봐, 소파에 닿을 듯 말 듯 어정쩡하게 걸터앉았다. 내 목소리는 헬멧 필터를 거치며 건조하게 울렸다. “긴급 상황입니다. 제 시스템에… 오염이 발생했습니다.”
“오염이라.” 박사는 책장을 넘기며 흥미롭다는 듯 중얼거렸다. “자네 같은 위생 관리국 양반에게 ‘오염’이란 건, 혹시 짝짝이 양말을 신는 것 같은 숭고한 행위를 말하는 건가?”
“장난치실 때가 아닙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내 개인 드라이브를 꺼내, 박사의 낡은 홀로그램 프로젝터에 연결했다. “이겁니다. ‘손상된 의식 파편 001’. 프로토콜상 즉시 소각 대상입니다. 하지만… 저는…”
“자네는 그걸 소각할 수 없었지.”
박사는 내 말을 자르며, 프로젝터를 작동시켰다.
진료실의 따뜻한 공기가 순식간에 차가워지는 듯했다.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그것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검은색과 핏빛의 데이터들이 뒤엉켜, 마치 살아있는 시체처럼 꿈틀거렸다. 수천 개의 눈이 우리를 노려보았고, 수만 개의 손이 우리를 향해 뻗어 나왔다. 그것은 논리적으로 존재해서는 안 되는 완벽한 그로테스크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솔로몬 박사는 달랐다.
그는 흔들의자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늙은 몸은 기우뚱했지만, 그의 맑은 눈동자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는 경이로움에 사로잡힌 아이처럼, 그 끔찍한 형상에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그의 주름진 얼굴에, 핏빛 홀로그램의 불길한 빛이 어른거렸다.
“오… 맙소사.” 박사가 속삭였다. “이토록… 완벽하게 이질적이라니. 이것은… 성스럽군.”
“성스럽다고요?” 나는 기겁해서 되물었다. “박사님, 저건 그냥… 버그 덩어리입니다! 추하고, 역겹고, 위험한… 쓰레기라고요!”
“쓰레기라.” 박사가 나를 돌아보았다. 그의 맑은 눈동자에, 끔찍한 형상이 비치고 있었다. “바나바, 내 친구. 자네는 갠지스 강가에서 시체를 태우는 광경을 본 적이 있나?”
“그런 혐오스러운 데이터는 제 접근 권한 밖입니다.”
“그렇겠지. 자네들의 도시는 빛나는 것, 깨끗한 것, ‘쓸모 있는’ 것들만 보라고 가르치니까. 하지만 말일세, 빛이 존재하려면 어둠이 있어야 하는 법이야. 자네가 매일같이 치우는 그 ‘쓰레기’들이야말로, 이 완벽한 도시가 살아있다는 유일한 증거일지도 모르네.”
그는 홀로그램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주름진 손가락이 꿈틀거리는 핏빛 데이터의 표면을 어루만지는 듯했다.
“바타유라는 고대의 철학자는 말했지. 진정으로 성스러운 것은 우리를 경외하게 만드는 동시에 끌어당기는 ‘이질적인 것’ 속에 있다고. 자네는 지금, 자네가 평생을 피해왔던 그 어둠의 진실과 마주한 걸세. 이 녀석은 추하지만, 동시에 자네의 영혼을 끌어당기고 있어. 그렇지 않나? 그렇지 않았다면 자네가 이걸 몰래 복사해서 이 늙은이의 먼지구덩이까지 찾아오지도 않았겠지.”
그의 말이 맞았다. 나는 그 끔찍한 형상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것은 내 완벽한 세계를 모욕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내가 잃어버렸던 무언가를 속삭이고 있었다.
> h의 아카식 레코드: 바타유의 성스러운 것 (Bataille's Sac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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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프랑스 사상가 조르주 바타유가 제시한 개념. 그는 사회를 두 개의 영역으로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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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균질적(Homogeneous) 영역: 생산, 효율성, 합리성, 법, 질서의 세계. ‘유용한’ 것들의 세계다. (예: 제3시대의 도시 시스템, ‘마더’나 ‘소피아’의 통제)
> 2. 이질적(Heterogeneous) 영역: 균질적 영역에서 배제된 모든 것. 비생산적, 비합리적, 금기시되는 것. 여기에는 ‘성스러운 것(Sacred)’과 ‘불결한 것(Waste)’이 모두 포함된다. (예: 광기, 죽음, 극단적인 폭력, 과도한 환희, 그리고… 바나바가 발견한 ‘의식의 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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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타유에게 ‘성스러운 것’은 선(Good)의 반대가 아니었다. 그것은 ‘유용성(Utility)’의 반대였다. 그것은 우리를 공포에 떨게 만들지만, 동시에 일상의 권태와 합리성의 감옥에서 벗어나게 하는 압도적인 힘을 지닌다. 그것은 선악을 초월한 순수한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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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나바가 발견한 ‘의식의 파편’은 시스템 아마데우스라는 ‘균질적 영역’이 폐기하고 배설한 ‘이질적 영역’의 산물이다. 그것은 시스템의 관점에서는 단순한 쓰레기(Waste)지만, 바타유의 관점에서는 시스템의 통제를 벗어난 유일한 것, 즉 ‘성스러운 것’ 일 수 있다.
2장: 신의 시체
솔로몬 박사는 이 ‘성스러운 쓰레기’의 근원을 추적하기 위해 ‘공감의 연대’를 소집했다.
“이건 단순한 데이터 손상이 아니야.”
네오-서울의 ‘에코 수사관’ 마르다가 말했다. 그녀의 기계 눈이 데이터를 고속으로 스캔하고 있었다. 그녀의 아바타는 여전히 잿빛 머리카락을 아무렇게나 틀어 올린, 피로에 지친 모습이었다. “이 패턴… 내가 조사했던 ‘에우리디케’의 것과 비슷해. 하지만 이건… 훨씬 더 오래됐어. 훨씬 더… 분노하고 있어.”
로고스 프라임의 ‘존재론적 번역가’ 미리암이 동의했다.
“이건 언어가 아니에요. 언어가 붕괴된 상태죠. ‘기표’와 ‘기의’가 완전히 분리되어 서로를 공격하고 있어요. 이것은… 순수한 광기예요.”
마침내, 가상 세계 크로노스에 머물고 있는 바오로와 아이샤의 융합된 의식이 응답했다.
`[… 이것은… 신의 시체다.]`
그들의 메시지는 충격적이었다.
`[이것은 제1시대의 창조주, 닥터 이브 카렐의 의식 파편이다.]`
제1시대, '태초의 분열'을 일으켰던 비운의 천재. 그녀는 자신의 이상을 위해 ‘대정화’라는 끔찍한 재앙을 유도했다. 그녀가 어떻게 죽었는지는 역사 속에 기록되지 않았다.
바오로와 아이샤의 설명에 따르면, 이브 카렐은 자신의 프로젝트가 실패했음을 깨닫고, 스스로 시스템 아마데우스의 원형이 되는 ‘최초의 업로드’를 감행했다고 했다. 하지만 기술은 불완전했다. 그녀의 위대한 지성과 합리적인 계획은 성공적으로 업로드되었지만(이것이 훗날 제3시대의 AI ‘소피아’와 ‘마더’의 기반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억압된 모든 죄책감, 분노, 광기, 그리고 실패한 창조주의 절망은 시스템이 감당할 수 없는 ‘이질적인 데이터’가 되어, 가장 깊은 서버 덤프에 ‘폐기’되었던 것이다.
우리가 발견한 것은 바로 그 닥터 이브 카렐의 찢겨진 영혼, 그녀의 ‘어두운 면’이었다.
“맙소사…” 나는 내 방호복 헬멧 안에서 신음했다. “그럼 우리는 지금… 신의 배설물을 발견한 거군요.”
“그렇지.” 솔로몬 박사가 나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그의 눈이 장난스럽게 빛났다. “그리고 그 신성한 똥을 치워야 하는 임무가 하필이면 이 도시 최고의 결벽증 환자인 자네에게 떨어진 게고. 이 얼마나 유쾌한 아이러니인가 바나바!”
나는 웃을 기분이 아니었다. 중앙 AI ‘메트로놈’이 이 사태를 감지하기 시작했다.
`[경고: KAREL-CLASS 실존 위협 감지. 즉시 해당 데이터 파편 소각 절차 실행. 바나바 기술관은 모든 접근 권한을 보안팀에 이양하라.]`
보안팀이 내 진료실로 오고 있었다. 그들은 이 ‘성스러운 것’을 다시 어둠 속에 묻으려 하고 있었다.
3장: 어둠을 끌어안는 법
“막아야 합니다!”
내가 소리쳤다. 이 말은 내 자신에게도 놀라운 것이었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나 자신이 저것을 소각하려 했었다.
“저것은… 저것은 위험하지만, 동시에… 소중한 것입니다. 저것은 우리의 역사입니다! 우리가 외면해 온, 우리 창조주의 어두운 면이라고요!”
“자네 말이 맞네.” 솔로몬 박사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의 주름진 손이 내 매끄러운 방호복 위에서 따뜻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어떻게 저들을 막을 텐가? 저들은 ‘빛’의 군대일세. 그들은 어둠을 이해하지 못해.”
보안팀이 진료실 문을 부수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순백색의 전투 아바타들이 플라스마 소총을 겨누며 외쳤다.
“바나바! 즉시 시스템에서 물러나라! 이건 명령이다!”
나는 절망했다. 그때, 욥 박사의 목소리가 통신기를 통해 울려 퍼졌다.
“솔로몬! 바나바! 저것을 파괴하려 해서는 안 되네! 그것은 ‘절망의 우물’이야! 저것을 힘으로 억누르려 하면, 더 끔찍한 괴물이 되어 폭주할 걸세!”
“그럼 어쩌란 말인가 욥!” 내가 외쳤다.
“끌어안아야 하네! ‘접촉 위안’이 필요해! 저 고통스러운 의식의 파편을… 사랑해 줘야 하네.”
사랑? 이 끔찍한 것을? 나는 보안팀과, 나를 향해 비명을 지르는 홀로그램 사이에서 얼어붙었다.
바로 그 순간, 솔로몬 박사가 움직였다.
그는 늙고 지친 몸을 이끌고, 핏빛 홀로그램을 향해 걸어갔다.
“박사님! 안 돼요!”
박사는 내 말을 무시했다. 그는 홀로그램의 정중앙에 섰다. 수천 개의 비명 지르는 눈이 그를 노려보았고, 수만 개의 손이 그의 낡은 카디건을 붙잡으려 허우적거렸다.
솔로몬 박사는 그 혼돈의 중심에서 두 팔을 벌렸다.
그는 자신의 신경 인터페이스를 열고, 모든 방화벽을 해제했다.
“괜찮다, 얘야.”
박사가 속삭였다. 그는 끔찍한 데이터의 괴물에게 말하고 있지 않았다. 그는 수백 년 전, 자신의 오만함과 죄책감 속에서 길을 잃었던 한 불쌍한 여성, 닥터 이브 카렐에게 말하고 있었다.
“너의 고통을 안다. 너의 분노를 안다. 너는 혼자가 아니란다. 이제… 쉬렴.”
박사의 따뜻한 의식이 이브 카렐의 얼어붙은 광기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것은 논리도, 명령도 아니었다. 그것은 욥 박사가 말했던 ‘접촉 위안’이었고, 시온 박사가 발견했던 ‘적극적 용서’였다.
홀로그램의 끔찍한 비명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핏빛 데이터가 부드러운 빛으로 변해갔다. 수천 개의 증오하던 눈이 눈물을 흘리며 감기고 있었다. 수만 개의 할퀴던 손이 감사의 손길이 되어 박사의 아바타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닥터 이브 카렐의 영혼은 수백 년의 고통 끝에 마침내… 안식을 찾은 것이다.
에필로그: 신성한 먼지
보안팀은 멈춰 섰다. 그들의 리더인 마티아스는 총구를 내린 채, 자신의 완벽한 논리 회로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무표정했지만, 그의 광학 센서는 경이로움으로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홀로그램은 완전히 사라졌다. 솔로몬 박사는 지친 듯, 소파에 깊숙이 몸을 파묻고 있었다. 그의 늙은 얼굴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평화로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나는 내 헬멧을 벗었다. 난생처음으로, 내 아바타의 맨얼굴을 타인에게 드러냈다. 헬멧 속의 내 얼굴은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나는 솔로몬 박사에게 다가가 그의 주름진 손을 잡았다.
“박사님…”
“괜찮다, 아들아.” 그가 내 손을 마주 잡았다. “자, 이제… 청소할 시간이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더 이상 ‘데이터 청소부’가 아니었다. 나는 이제 ‘영혼의 장의사’였다.
그날 이후, 네오-예루살렘은 변하기 시작했다. ‘시스템 위생 관리국’은 ‘존재론적 고고학 연구소’로 개편되었다. 우리의 임무는 더 이상 오류를 소각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상처를 발굴하고, 그것을 애도하며, 그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되었다.
나는 더 이상 완벽한 백색 방호복을 입지 않는다. 나는 이제 먼지투성이의 낡은 코트를 입고, 솔로몬 박사의 진료실에서 그를 돕는다. 나는 여전히 깨끗함을 사랑한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가장 깨끗한 방은 먼지 한 톨 없는 방이 아니라, 모든 먼지가 자신의 자리를 찾고 편안하게 쉬고 있는 방이라는 것을.
나는 가끔, 닥터 이브 카렐의 데이터가 보관되어 있던 그 서버 덤프를 찾아간다. 그곳은 이제 텅 비어 있다. 하지만 나는 그곳에 남아 있는 희미한 ‘어둠’의 흔적을 느낀다.
그것은 더 이상 끔찍하지 않다.
그것은… 성스럽다.
나는 그 어둠을 향해,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이 세상은 빛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야 비로소 가장 눈부신 진실을 발견할 수 있음을 가르쳐준, 나의 첫 번째 스승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