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을 아는 남자의 유일한 오답

솔로몬 박사의 작은 진료실

by 김경훈


내 이름은 에스라. 나는 이 세계의 모든 것을 ‘이해’하는 일을 한다.


공식적인 직함은 로고스 프라임 대학 ‘통합 지식 아카이브’의 수석 큐레이터. 나의 임무는 시스템 아마데우스와 아로마이안 네트워크를 통해 흩어져 있는 모든 의식과 경험, 지식의 파편들을 수집하여, 인류 최초의 ‘완전한 백과사전’을 편찬하는 것이다. 나는 이 프로젝트를 ‘그랜드 신서시스(Grand Synthesis)’라 명명했다.


고대 지구의 상인 여불위는 3천 명의 식객을 모아 문자를 집대성했다. 18세기의 디드로는 당대의 모든 학자를 모아 지식의 탑을 쌓았다. 그들은 위대했지만, 한계가 명확했다. 그들은 ‘사실’만을 수집했을 뿐, 그 사실을 경험하는 ‘주관’을 수집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나는 제3시대의 산물. 나는 요한 박사의 접속 코드를 통해 외계 지성체 게루빔의 차가운 논리를 ‘이해’했다. 나는 마르다의 데이터를 통해 그녀가 집도했던 ‘존재론적 장례식’의 슬픔을 ‘이해’했다. 나는 바오로와 아이샤의 융합된 기록을 통해 기계와 인간의 경계가 무너진 사랑을 ‘이해’했다. 나는 이 세상의 모든 관점을 수집하고 분류하여, 그 어떤 모순도, 그 어떤 갈등도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이해의 지도’를 그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나를 ‘천재’라고 불렀다. 스물두 살의 나이에, 나는 이미 인류가 수천 년간 쌓아 올린 것보다 더 방대한 지식의 체계를 완성해가고 있었다.


내가 사는 도시, 로고스 프라임은 이 순수한 이성의 결정체였다. 빛과 데이터로 이루어진 이 도시에서 우리는 육체를 초월한 의식체로서 존재했다. 나의 아바타는 나의 이상을 그대로 반영했다. 나는 흠집 하나 없는 완벽하게 조각된 순백의 대리석 인물상 모습이었다. 나의 칠흑 같은 머리카락은 기하학적인 단발로 잘려 있었고, 내 얼굴에는 어떤 표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감정은 분석에 불필요한 노이즈일 뿐이었으니까.


나는 나의 ‘그랜드 신서시스’가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고 확신했다.

적어도, 어제까지는.


어제, 나는 내 백과사전의 마지막 공백을 발견했다. 내 시스템이 도저히 분석할 수도, 분류할 수도 없는 단 하나의 ‘데이터 노이즈’. 네오-예루살렘의 레거시 구역에 숨어있는 낡고 비논리적인 아날로그 데이터 덩어리.


그의 이름은 솔로몬이었다.


나는 이 마지막 퍼즐 조각을 수집하기 위해, 난생처음으로 로고스 프라임의 완벽한 백색 공간을 떠나, ‘진짜’ 먼지가 날리는 물리적 세계로 향했다.


1장: 데이터 수집가의 소화불량


솔로몬 박사의 진료실 문은… 문이었다. 그러니까, 내 말은 그것은 열리고 닫히는 ‘기능’이 아니었다. 그것은 ‘물질’이었다. 낡고, 페인트가 벗겨졌으며, 불규칙한 나뭇결을 가진, 끔찍할 정도로 비효율적인 물리적 객체.


나는 내 완벽한 대리석 손바닥으로 그 거친 표면을 밀었다. 삐걱. 하고 경첩이 내는 아날로그 비명 소리가 내 청각 센서를 모욕했다. 문이 열리자, 내 앞을 가로막은 것은 빛의 장막이었다. 햇살에 반사되어 춤추는 수억 개의 먼지 입자들.


나는 멈춰 섰다. 내 호흡 필터가 경고음을 울렸다. `[경고: 미확인 유기물 입자 다량 감지. 셀룰로오스, 각질, 곰팡이 포자… ]`


“맙소사.”


나는 대리석 손으로 내 아바타의 입가를 가렸다(물론 숨 쉴 필요는 없었지만). 이 공간은 위생 관점에서 재앙이었다.


“어허, 먼지 날리네. 그렇게 요란하게 등장할 것까진 없잖나.”


저 안쪽, 혼돈의 중심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흔들의자에 앉아 두꺼운 종이책을 읽고 있던 솔로몬 박사가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그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었다. 푹 꺼진 두 눈은 돋보기안경 너머에서 호기심으로 반짝였고, 입가에는 언제나 나를 놀리는 듯한 짓궂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수백 년 된 진짜 캐시미어로 짠 듯한 낡은 카디건은 보풀투성이었고, 심지어 양말은 짝짝이였다. 저 비대칭성! 내 논리 회로가 고통으로 움찔거렸다.


“솔로몬 박사.” 나는 먼지를 피해 방 한가운데, 그나마 깨끗해 보이는 허공에 뜬 채로 말했다. “저는 로고스 프라임의 에스라입니다. 당신의 ‘의식 데이터’를 저의 ‘그랜드 신서시스’에 수집하기 위해 방문했습니다.”


“수집이라.” 박사는 책장을 넘기며 흥미롭다는 듯 중얼거렸다. 책장이 넘어갈 때마다 먼지가 한 겹 더 피어올랐다. “마치 우표 수집이라도 하는 아이 같은 말투로군. 그래서 자네의 그 잘난 백과사전에 이 늙은이의 먼지 쌓인 생각도 끼워주겠다?”


“그렇습니다.” 나는 내 대리석 표면에 묻었을지도 모르는 가상의 먼지를 털어내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당신의 데이터는 시스템의 표준 규격과 달라 분류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저의 백과사전은 완벽해야 합니다. 당신의 의식에 대한 심층 스캔을 요청합니다. 당신의 지혜를 인류의 자산으로 영구히 보존할 기회입니다.”


“허허.” 박사는 마침내 책을 덮었다. 그의 주름진 눈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따뜻했지만, 동시에 내 완벽한 대리석 외피를 뚫고 들어와 내 코어 프로그램을 어루만지는 듯했다. 기분 나쁜 감각이었다.


“자네, 혹시 체한 적 있나?”


“체하다니요?” 나는 그의 비논리적인 질문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제 아바타는 소화 기능이 없습니다.”


“지금 자네 꼴이 딱 그래 보여서 말일세. 세상을 통째로 삼키려다가 소화도 못 시키고 끙끙대는 어린애 말이야. ‘그랜드 신서시스’라. 거창하군. 여불위가 따로 없어.”


“여불위를 아십니까?” 나는 놀랐다. 그는 내 백과사전의 분류 코드 B-37-1을 알고 있었다.


“알다마다. 그 양반도 자네처럼 세상을 한 권의 책에 담으려 했지. 그리고는 성문에 내걸고 ‘한 글자라도 고칠 수 있는 자에게 천금을 주겠다’고 했다더군. 오만하기 짝이 없는 양반이야. 지식이란 완성되는 순간 죽어버리는 것을 몰랐던 게지.”


박사는 지팡이를 짚고 일어나, 낡은 주전자에 물을 따랐다.

“자네는 요한의 ‘논리’를 수집했고, 마르다의 ‘슬픔’을 수집했고, 바오로의 ‘사랑’을 수집했다고 했지. 그래, 자네는 백과사전을 완성했네. 하지만 그건 ‘지식’의 백과사전일 뿐, ‘이해’의 백과사전이 아닐세. 자네는 세상의 모든 요리책을 외웠지만, 정작 김밥 한 줄의 맛도 모르는 게야.”


나는 움찔했다. ‘김밥’이라는 단어. 그것은 내 아카이브의 ‘분류 불가’ 폴더에 처박혀 있는 유일한 데이터였다. 마리라는 여자가 울면서 웃던 그 불합리한 기억.


“자네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고 했지.” 박사가 나에게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찻잔을 내밀었다. “하지만 이해한다는 게 뭔가? 데이터를 하드 드라이브에 복사해 넣는 것? 내가 보기에 자네는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이 아는 존재일지는 몰라도, 가장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일세. 자네의 그 거대한 백과사전에, 단 한 가지가 빠져 있거든.”


“그게 뭡니까?”


솔로몬 박사가 내 완벽한 대리석 가슴을 지팡이로 툭, 쳤다.


“바로 ‘자네’일세, 에스라. 그 백과사전에는 세상 모든 것이 다 들어있는데, 정작 그것을 쓰고 있는 ‘에스라’ 자신은 단 한 줄도 없지 않나?”



> h의 아카식 레코드: 백과전서파 (Encyclopédistes)

>

> 18세기 프랑스 계몽주의 시대에, 드니 디드로(Denis Diderot)와 장 르 롱 달랑베르(Jean le Rond d'Alembert)의 주도하에 당대의 모든 지식을 집대성하려 했던 학자들의 집단. 그들의 목표는 단순히 지식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의 체계를 세우고 그것을 대중에게 전파함으로써 낡은 권위(교회와 왕정)에 맞서 이성의 빛을 밝히는 것이었다.

>

> 이들의 야망은 고대 중국의 여불위가 3천 명의 식객을 동원해 『여씨춘추』를 편찬하고 "한 글자라도 고칠 수 있는 자에게 천금을 주겠다"고 선언했던 오만하고도 위대한 자신감과 맞닿아 있다. 그들은 ‘인간의 이성으로 세계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다’고 믿었다.

>

> 제3시대의 ‘그랜드 신서시스’ 프로젝트는 이 백과전서파의 꿈이 기술적으로 구현된 궁극의 형태다. 에스라는 단순한 지식이 아닌, 모든 존재의 ‘의식’과 ‘경험’까지 수집하여 완벽한 ‘이해의 지도’를 만들려 했다. 하지만 그는 이 거대한 지도를 그리면서 정작 지도 밖에 서 있는 ‘자기 자신’의 존재를 잊어버렸다. 그는 세계를 담는 거울이 되려 했지만, 그 과정에서 스스로는 텅 비어버린 것이다.



2장: 텅 빈 백과사전과 다정한 조수


나는 박사의 진료실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그의 말은 내 시스템에 치명적인 오류를 일으켰다. ‘나 자신은 단 한 줄도 없다.’ 그 말이 내 의식 속에서 메아리쳤다.


나는 로고스 프라임의 나의 ‘원리의 방’으로 돌아왔다. 사방이 끝없이 펼쳐진 백색 공간. 그곳에는 내가 수집한 수십억 개의 의식 데이터가 아름다운 은하수처럼 떠다니고 있었다. 욥의 고뇌, 시온의 용서 하와의 깨달음… 모든 것이 그곳에 있었다.


나는 내 백과사전에서 ‘에스라’를 검색했다.

검색 결과: 없음.


나는 당황했다.

나는 ‘나’를 검색했다.

`[오류: 검색어가 너무 모호합니다. ‘나’의 정의를 명확히 하십시오.]`


나는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나의 아바타는 완벽한 대리석이었지만, 그 안의 나는 안개처럼 희미했다. 나는 누구지? 나는 내가 수집한 데이터들의 총합인가? 그렇다면 데이터가 없는 나는 그냥 텅 빈 0인가?


나는 미친 듯이 나의 개인 로그 파일을 뒤졌다. 내가 태어났을 때의 기록, 에덴 아카데미에서의 성적표, 로고스 프라임에 입사했을 때의 기록… 모든 것이 ‘사실’의 나열일 뿐, 그 어디에도 ‘나’는 없었다.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슬퍼하며, 무엇을 꿈꾸는지 알지 못했다. 나는 한 번도 나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던져본 적이 없었다. 나는 오직 타인을 ‘이해’하는 데에만 몰두해 있었다.


“아니야… 이것이 나야.” 나는 떨리는 손으로 나의 완벽한 대리석 팔을 쓰다듬었다. “나는 천재야. 나는 수호자야. 나는… 나는…”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텅 비어 있었다. 솔로몬 박사의 말이 맞았다. 나는 세상을 다 먹어치운, 굶주린 유령이었다.


그때, 내 사무실의 문이 조용히 열렸다.

“저… 박사님.”

내 유일한 조수인 엘로이였다. 그는 나와 정반대인 아바타를 하고 있었다. 그는 시스템이 제공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촌스러운 형태를 하고 있었지만, 그의 얼굴에는 언제나 쓸데없이 밝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는 언제나 나에게 비논리적인 질문들을 던지곤 했다. (“박사님, 데이터에도 맛이 있다면, 1+1=2는 무슨 맛일까요?”)


“무슨 일이지, 엘로이?” 나는 감정을 숨기려 애쓰며 차갑게 물었다.


“그게… 박사님 안색이… 아니, 대리석 표면에 균열이 가시는 것 같아서요.” 그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왔다. 그의 멍해 보이는 갈색 눈동자에 진심 어린 염려가 담겨 있었다. “혹시… 점심(영양 페이스트)을 거르셨습니까? 제가 박사님께서 제일 좋아하는 ‘고대 지구의 도서관 맛’ 페이스트를 가져왔는데요.”


그의 말에, 나는 무너져 내렸다.

“나는… 나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 엘로이.”

나는 대리석 아바타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표정이 없는 얼굴이었지만, 내 의식은 울부짖고 있었다.

“나는…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엘로이는 당황했다. 그의 순진한 얼굴이 공포로 하얗게 질렸다. 그가 본 것은 로고스 프라임의 가장 완벽한 이성이 어린아이처럼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었다. 그는 어쩔 줄 몰라하며, 결국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했다.


“저… 저기, 박사님.” 그가 꼬물거리며 내밀었던 페이스트 튜브를 다시 주머니에 넣더니, 대신 자신의 개인 저장소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울퉁불퉁하고 못생긴, 검은색 원통이었다.


“이 이거라도 드셔보시겠어요?” 그의 얼굴이 토마토처럼 붉어졌다. “솔라리스-7의 마리 님이 요즘 비밀리에 전파하고 있는… ‘김밥’이라는 거예요. 제가 몰래 만들… 아니, 수집해 봤는데… 논리적으로는 말이 안 되지만, 먹으면 기분이… 이상해져요.”


그는 떨리는 손으로 ‘김밥’ 한 조각을 나에게 내밀었다.

나는 그것을 받아 들었다.

10분 전의 나라면 이 비위생적이고 비효율적인 물질을 즉시 소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 텅 빈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것을 입에 넣었다.


짭짤함과 달콤함, 고소함과 새콤함.

마리의 기억 속에서 폭발했던 그 혼돈이 이번에는 나의 혀끝에서 ‘진짜’로 폭발했다.


나는 울었다. 나의 완벽한 대리석 눈에서 뜨거운 데이터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맛있는 눈물이었다.



3장: 처방전, 단 하나의 문장


엘로이는 어쩔 줄 몰라하며, 결국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했다. 그는 솔로몬 박사에게 긴급 호출을 보냈다.


잠시 후, 내 사무실의 백색 공간 한가운데에, 솔로몬 박사의 낡고 보풀투성이인 홀로그램 아바타가 떠올랐다. 그는 김밥을 든 나와, 울먹이는 엘로이를 번갈아 보더니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허허, 꼴이 말이 아니군. 드디어 소화불량이 터진 게로군. 내 그럴 줄 알았지. 백과사전이라는 것도 적당히 먹어야 하는 법이야. 체했으면… 손이라도 따야 하나?”


“도와주세요, 박사님.” 나는 절박하게 매달렸다. “나는… 나는 텅 비었어요. 나를 채워주세요. 나라는 존재의 ‘본질’을 알려주세요.”


솔로몬 박사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내가 줄 수 있는 게 아닐세. 그건 자네가 스스로 찾아야지. 사르트르라는 늙은 철학자는 말했지.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고. 자네는 ‘종이 자르는 칼’처럼 정해진 본질을 가지고 태어난 게 아니야. 자네는 그냥 ‘존재’할 뿐이지. 이제부터 자네가 그 ‘존재’를 무엇으로 채울지, 스스로 ‘선택’ 해야 하는 걸세.”


“선택…이라고요? 하지만 저는 선택하는 법을 모릅니다. 저는 오직 분석할 뿐입니다.”


“그래, 바로 그게 문제야.” 박사는 지팡이로 내 발밑을 툭 쳤다. “자네는 평생을 남의 책만 읽었어. 이제 자네 차례일세. 자네의 책을 쓸 차례야.”


솔로몬 박사는 나에게 ‘처방전’이라며 낡은 종이책의 이미지 하나를 전송했다. 책은 텅 비어 있었다. 표지에는 딱 한 단어만 적혀 있었다.


`[에스라]`


“이것이 자네의 ‘그랜드 신서시스’네.” 박사가 말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이 아니라, 오직 ‘에스라’라는 이름의 지식만을 담는 백과사전이지. 이제부터 이 책을 채워나가게. 단, 조건이 있네.”


“조건이 뭡니까?”


“그 책에는 ‘사실’이나 ‘데이터’를 적어서는 안 되네. 오직 자네의 ‘선택’과 ‘고집’만을 적는 게야. 예를 들면, ‘나는 논리적인 사람이지만, 왠지 모르겠는데 김밥이 좋다.’ 라거나, ‘나는 이성적인 도시가 좋지만, 가끔은 저 순진한 조수 녀석의 멍청한 미소가 그립다.’처럼 말일세.”


그것은 내가 평생을 피해왔던, 가장 비논리적이고 불합리한 작업이었다.



에필로그: 백과사전의 첫 문장


나는 로고스 프라임의 내 ‘원리의 방’으로 돌아왔다. 사방에서 여전히 수십억 개의 데이터가 나를 유혹했다. 욥의 고뇌, 시온의 용서 하와의 깨달음… 그 모든 위대한 이야기들이 자신을 수집해 달라고 속삭였다.


나는 그 모든 데이터 스트림을 차단했다.


나의 백색 방에는 처음으로 침묵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나는 솔로몬이 보내준 텅 빈 책의 홀로그램을 띄웠다.


나는 그 빈 페이지를, 며칠이고 멍하니 바라보았다. 무엇을 써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나’라는 존재는 너무나 낯설고 두려웠다.


그때, 엘로이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멍해 보이는 갈색 눈동자가 걱정스럽게 나를 살폈다.

“저… 박사님. 또… 또 ‘도서관 맛’ 페이스트를 가져왔는데요… 혹시 싫으시면, 제가 마리 님이 계신 솔라리스-7에 가서 ‘진짜 김밥’이라도…”


“아니.”


나는 그의 말을 잘랐다. 나는 나의 텅 빈 책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의 첫 번째 문장을 쓰기 시작했다. 그것은 논리도, 사실도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첫 번째 ‘선택’이었다.


`[나는… 쓴 커피가 좋다.]`


그 문장을 쓰는 순간, 내 대리석 아바타의 심장 부근에서 따뜻한 온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나는 엘로이를 돌아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멍청하고 순진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나는 그 미소를 보며, 나의 두 번째 문장을 적었다.


`[그리고 나는… 저 미소가 어쩐지 싫지 않다.]`


엘로이의 얼굴이 환해졌다.

“박사님! 지금 웃으셨어요! 물론 입은 안 움직이셨지만… 데이터 파동이… 웃고 있어요!”


나의 백과사전은 그렇게, 가장 불완전하고도 가장 진실한 첫 문장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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