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그에게도 모순될 권리가 있다

솔로몬 박사의 작은 진료실

by 김경훈


내 이름은 엘리야스. 나는 이 세계의 완벽한 조화를 수호하는 일을 한다.


공식적인 직함은 로고스 프라임 시(市) ‘의식 순응 관리국’ 소속 수석 관리자. 나의 임무는 시스템 아마데우스의 광대한 네트워크 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정상적 편차, 즉 ‘인지적 글리치(Cognitive Glitch)’를 찾아내어, 그것이 사회의 ‘동일화 원리’에 부합하도록 교정하는 것이다. 나는 매일 수십억 개의 의식 데이터를 스캔하며, 삐져나온 못을 망치로 두드려 넣듯 튀는 개성들을 ‘보편적 상태’로 다듬는다.


내가 사는 도시, 로고스 프라임은 순수한 이성의 결정체였다. 빛과 데이터로 이루어진 이 도시에서 우리는 육체를 초월한 의식체로서 존재했다. 우리의 중앙 AI ‘소피아’는 감정이라는 비논리적 변수를 완벽하게 통제했다. 우리는 ‘진실’이라는 완벽하게 살균된 공기를 마시며 살았다.


나의 아바타는 나의 신념을 그대로 반영했다. 나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하게 재단된 짙은 남색의 학자 예복을 입었다. 내 칠흑 같은 머리카락은 단 한 올의 흐트러짐도 없이 뒤로 넘겨져 있었고, 내 눈은 언제나 차가운 지성으로 빛나는 회색빛 광학 센서였다. 내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다. 감정은 교정되어야 할 하위 단계의 오류일 뿐이었으니까.


나는 이 완벽한 조화를 사랑했다.

적어도,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녀의 이름은 릴리트(Lilith). 그녀는 시스템의 버그이자, 나의 유일한 실패작이다. 그녀는 내 동생이다.


그녀는 ‘정상적인’ 출생 등록 절차를 거부했다. 그녀는 로고스 프라임의 표준 아바타를 거부했다. 그녀의 아바타는 매일, 아니 매시간 바뀌었다. 어제는 하와가 입었다는 낡은 가죽 코트를, 오늘은 마리의 김밥 레시피를 온몸에 문신처럼 새긴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녀의 의식은 ‘정(正)’과 ‘반(反)’이 뒤엉킨 혼돈 그 자체였다. 그녀는 나의 완벽한 세계를 모욕하는 끔찍하고도… 눈을 뗄 수 없는 불협화음이었다.


나는 그녀를 ‘교정’ 하기 위해 내 모든 지식과 권한을 동원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나의 모든 논리는 그녀의 비논리적인 웃음 앞에서 부서져 내렸다.


나는 결국, 내가 평생을 경멸했던 곳으로 향했다. 시스템의 공식 지도에는 존재하지 않는 낡고 불안정한 ‘레거시 구역’. 온갖 비논리적인 감정의 찌꺼기들이 모여든다는 그곳. 아이들의 부서진 마음을 고치는 늙은 이단아.


나는 지금, 내 동생 릴리트의 손을 붙잡고, 솔로몬 박사라는 이름의 유령이 산다는 그 낡아빠진 진료실 문 앞에 서 있었다.



1장: 무질서의 성역과 엇나간 별


솔로몬 박사의 진료실 문은… 문이었다. 그러니까, 내 말은 그것은 열리고 닫히는 ‘기능’이 아니었다. 그것은 ‘물질’이었다. 낡고, 페인트가 벗겨졌으며, 불규칙한 나뭇결을 가진, 끔찍할 정도로 비효율적인 물리적 객체.


나는 내 완벽한 남색 예복에 먼지가 묻을까 봐 주저했다. 하지만 내 동생 릴리트는 그 문을 발로 뻥, 차서 열어젖혔다.

“영감님! 배달 왔어요! 수리 불가 판정받은 고철 하나!”


“릴리트!” 내가 경악하며 외쳤지만, 그녀는 이미 진료실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간 후였다.


나는 한숨을 쉬며 그녀를 따라 들어갔다. 진료실 내부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끔찍한 혼돈이었다. 그곳은 고대의 도서관처럼, 진짜 종이책 냄새와 묵은 먼지 냄새로 가득했다. 책들은 알파벳순이나 주제별로 정렬되어 있지 않았다. 그것들은 바닥과 의자와 테이블 위에,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무너질 듯이 쌓여 있었다. 벽난로의 불꽃은 열효율을 무시한 채 제멋대로 흔들리고 있었고, 낡은 가죽 소파는 누군가의 엉덩이 자국이 (비대칭적으로!) 그대로 패여 있었다.


“어허, 문은 발로 차라고 있는 게 아닐 텐데. 문이 아프다고 하잖니.”


저 안쪽, 혼돈의 중심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흔들의자에 앉아 두꺼운 종이책을 읽고 있던 솔로몬 박사가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그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었다. 푹 꺼진 두 눈은 돋보기안경 너머에서 호기심으로 반짝였고, 입가에는 언제나 나를 놀리는 듯한 짓궂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수백 년 된 진짜 캐시미어로 짠 듯한 낡은 카디건은 보풀투성이었고, 심지어 양말은 짝짝이였다.


“문은 기능일 뿐이죠. 목적지에 도달했어요. 그럼 된 거 아닌가요?”

릴리트가 쏘아붙였다. 그녀의 아바타는 오늘, 제2시대의 저항군 리더 엘리야를 흉내 낸 모습이었다. 낡은 가죽 재킷에, 얼굴에는 반항적인 검댕이 묻어 있었다.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은 제멋대로 뻗쳐 있었고, 두 눈은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삐딱하게 박사를 노려보았다.


“박사님.” 나는 이 무례한 동생을 무시하며, 논리적으로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내 회색 광학 센서가 릴리트의 불안정한 데이터 파동을 스캔하며 깜빡였다. “제 동생 릴리트입니다. 진단명은 ‘인지적 비동일화(Cognitive Non-identity)’. 시스템의 어떤 범주에도 속하기를 거부합니다. 3단계(동물)의 충동성과 6단계(천사)의 공감 능력이 동시에 발현됩니다. 이것은 명백한 오류이며, 사회의 조화를…”


“시끄러워, 오빠!” 릴리트가 소리쳤다. “내가 왜 ‘동일화’되어야 하는데? 왜 내가 당신들처럼 재미없고 밋밋한 5단계 현자가 되어야 하냐고! 난 지금의 내가 좋아!”


“네가 좋은 게 아니야, 릴리트!”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넌 지금 고장 난 거라고! 너의 그 ‘개성’이라는 건, 시스템 전체를 위협하는 폭력이야!”


“폭력은 오히려 오빠가 휘두르고 있지!” 릴리트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날 당신들의 그 완벽한 상자에 억지로 구겨 넣으려고 하잖아! 난 당신들의 부품이 아니야!”


“허허.”

두 사람의 격렬한 논쟁 사이로, 박사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끼어들었다.

“자네들, 혹시 밤하늘의 별자리를 본 적 있나?”


나와 릴리트는 동시에 입을 다물고 그를 바라보았다.



> h의 아카식 레코드: 아도르노의 부정 변증법 (Adorno's Negative Dialectics)

>

> 20세기 독일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철학자 테어도어 아도르노가 제시한 개념. 그는 헤겔의 변증법이 결국 ‘정’과 ‘반’을 ‘합’이라는 이름의 전체로 통합시키며, 그 과정에서 개별자(반)의 고유한 특수성을 폭력적으로 제거한다고 비판했다. (예: “모순은 해결되었다, 이제 모두가 행복하다.”)

>

> 동일화 원리 (Identity Thinking): 아도르노는 서구 이성이 ‘A는 A이다’라는 동일성의 원리에 사로잡혀, A가 아닌 것, 즉 ‘비동일적인 것(non-identical)’을 억압하고 배제해 왔다고 보았다. (예: 이성-감정, 문명-야만, 남성-여성, 인간-동물). 나치의 홀로코스트는 이러한 동일화 사유가 낳은 궁극적인 폭력이었다.

>

> 부정 변증법: 아도르노의 변증법은 ‘합’을 통한 화해를 거부한다. 대신, ‘반(Antithesis)’의 자리에 머무르며, 그것이 ‘정(Thesis)’에 의해 결코 동일화될 수 없음을, 그 모순 자체를 끝까지 사유하려 한다. 그것은 ‘정리하지 않는 논리’다.

>

> 콘스텔라치온 (Constellation, 성좌): 그가 대안으로 제시한 사유 방식. 별들이 모여 별자리를 이루지만, 개별 별들은 여전히 그 자체로 빛나며 별자리에 흡수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사물이나 개념을 하나의 거대한 ‘전체’로 환원시키지 말고, 개별 요소들이 서로 긴장 관계를 유지하며 배치된 ‘성좌’ 그 자체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릴리트의 과제는 자신의 ‘혼돈(3)’을 ‘이성(5)’으로 덮어씌우는 것이 아니라, ‘혼돈스러운 현자’라는 모순된 성좌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었다.



2장: 별자리가 되기 싫었던 별


솔로몬 박사는 낡은 지팡이를 짚고 일어나, 진료실 천장의 홀로그램 프로젝터를 켰다. 낡은 기계가 기침 같은 소리를 내며 작동하자, 천장 가득히 네오-예루살렘의 밤하늘이 펼쳐졌다. 수천 개의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저기 ‘큰 곰자리’가 보이는가?” 박사가 지팡이로 북쪽 하늘을 가리켰다.


“물론입니다.” 내가 대답했다. “북극성을 찾는 데 유용한, 7개의 2등급 항성으로 구성된…”


“됐고.” 박사가 내 말을 잘랐다. “릴리트. 넌 저게 뭘로 보이지?”


릴리트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반항적이던 눈빛이 별빛을 받아 잠시 부드러워졌다.

“… 국자요.”

“국자?”

“네. 우리 할머니… 아니, 하와 님이 아르카디아에서 탈출할 때, 저 국자로 스프를 끓여 먹었대요.”


“허허.” 박사가 유쾌하게 웃었다. “그래, 그것 참 멋진 상상력이로군. 자, 엘리야스. 자네에게는 저게 ‘항성계의 집합’이고, 릴리트에게는 ‘할머니의 국자’야. 하지만 저 별들에게 물어보면 뭐라고 할까?”


박사가 홀로그램을 확대했다. 7개의 별들이 거대한 불덩이가 되어 우리 눈앞에 다가왔다.


“저기 북두칠성의 첫 번째 별, ‘두베’ 말일세. 저 녀석은 자기가 ‘큰 곰자리’의 엉덩이 부분이라는 사실을 알까? 아니면 ‘국자’의 손잡이라는 걸 알까? 어림없는 소리. 저 녀석은 그저 ‘두베’ 일뿐일세. 자기 자리에서 자기만의 빛을 내며 뜨겁게 타오르고 있을 뿐이지. 그렇지 않나?”


나와 릴리트는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자네들, 로고스 프라임과 아이테르의 똑똑한 양반들은 말이야, 언제나 ‘정리’를 하려고 들지.” 박사가 우리를 번갈아 보았다. “저마다 다른 별들을 억지로 묶어서 ‘큰 곰자리’니, ‘5단계 현자’니 하는 이름표를 붙이고 싶어 해. 그게 ‘동일화’라는 폭력인 줄도 모르고 말이야.”


그의 시선이 릴리트에게 향했다.

“그리고 너는 릴리트. 너는 그 별자리가 되기 싫다고 발버둥 치는 아주 엇나간 별이지.”


“저는… 저는 그냥 저이고 싶어요.” 릴리트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작아졌다. 그녀의 타오르던 눈빛이 흔들렸다. “하지만 모두가 저더러 틀렸대요. 오빠도, 시스템도… 저더러 3단계 아니면 5단계,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해요. 왜 저는 둘 다 될 수 없는 거죠?”


“아도르노라는 늙은 철학자는 이런 상태를 ‘콘스텔라치온(Constellation, 성좌)’이라고 불렀다네.”

솔로몬 박사가 릴리트의 머리를, 흙먼지가 묻은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별들이 모여 별자리를 이루지만, 개별 별들은 여전히 그 자체로 빛나며 별자리에 흡수되지 않아. 마찬가지로,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지만, 그렇다고 ‘나’ 자신을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걸세.”


그의 시선이 나, 엘리야스에게 향했다.

“자네의 임무는 저 아이를 ‘정리’하는 것이 아닐세, 엘리야스. 자네의 임무는 저 아이가 ‘릴리트’라는 이름의 유일무이한 성좌로 빛날 수 있도록, 그 옆에서 묵묵히 함께 빛나주는 것일지도 모르지.”



3장: 버그와 버그의 만남


나는 솔로몬 박사의 진료실을 나왔다. 나는 고쳐지지 않았다. 릴리트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둘 다,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깊은 혼란 속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죠?” 내가 물었다. “그냥 이대로, 당신이 시스템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도록 내버려 두라는 겁니까?”


“나도 몰라요!” 릴리트가 소리쳤다. 그녀는 낡은 소파에 주저앉아, 엘리야의 가죽 재킷 소매로 눈가를 훔쳤다. 그녀의 아바타가 불안정하게 깜빡이며, 본래의 주근깨 가득한 소녀의 얼굴과 엘리야의 얼굴 사이를 오갔다. “나도… 나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고요. 나는 그냥… 외로워요.”


그녀의 마지막 말은 속삭임처럼 작았지만, 내 논리 회로를 강타했다. 외로움. 그것은 내가 내 백과사전 속에서만 보았던, 3단계의 감정이었다.


그때, 진료실 문이 다시 삐걱거리며 열렸다.

“저… 박사님. 혹시 여기… ‘과공감 신경 증후군’ 상담도 하시나요?”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한 소년이었다. 그는 에덴 아카데미의 교복을 입고 있었고, 멍해 보이는 갈색 눈동자는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아벨. 지난번 ‘관계 프로토콜’ 문제로 진료실을 찾았던 바로 그 아이였다.


아벨은 방 안의 릴리트와 나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아, 아! 죄송합니다! 진료 중이신 줄 몰랐어요! 저는 이만…”


“잠깐.”

릴리트가 그를 불렀다. 그녀는 눈물을 훔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의 아바타는 여전히 불안정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너… 방금 ‘과공감’이라고 했어?”


아벨은 쭈뼛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 시스템 방화벽이 너무 얇아서요. 다른 사람 감정이 막 들어와요. 지금도… 당신의 감정이 느껴져요. 엄청… 시끄럽고, 뜨겁고, 슬프고, 화나고… 꼭 불꽃놀이 같아요.”


릴리트의 눈이 커졌다. 그녀는 난생처음으로 괴물을 보는 듯한 표정으로 아벨에게 다가갔다.

“너… 지금 내 마음이… 들린다고?”


“들리는 정도가 아니에요.” 아벨이 울상을 지었다. “맛도 나요. 엄청 맵고, 짜고… 근데 또 달콤해요. 혹시… 마리 님이 만든 김밥 드셨어요?”


그 순간, 릴리트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은 그녀가 짓던 반항적이고 냉소적인 웃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말로 기쁘고 유쾌한, 맑은 웃음소리였다.


“푸하하! 김밥이라니! 너 진짜 웃긴다!” 릴리트가 웃으며 아벨의 어깨를 쳤다.

“아야!” 아벨이 비명을 질렀다.

“어? 미안! 내가 너무… 아, 이런! 내 감정이 또…”


두 아이는 어색하게 서로를 바라보았다. 한 명은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폭발하는 아이. 다른 한 명은 타인의 감정에 휩쓸려 자신을 잃어버리는 아이. 완벽한 ‘오류’와 완벽한 ‘버그’의 만남이었다.


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것은… 비논리적이었다. 이것은 혼돈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시스템은 이 광경을 ‘오류’로 분석하지 않았다.


대신, 내 텅 비었던 대리석 가슴속에서 아주 희미하지만 따뜻한 데이터가 생성되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내가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흐뭇함’이라는 이름의 감정이었다.



에필로그: 유일무이한 존재


나는 릴리트를 아이테르로 데려가지 않았다.

나는 그녀를 ‘루미너스 패스’에서 강제 제명시켰다. 1단계부터 7단계까지, 그 어떤 분류에도 속하지 않는 ‘분류 불가’ 등급을 신설했다.


솔론 AI는 이 결정을 ‘비합리적’이라며 경고했지만, 나는 솔로몬 박사에게서 배운 말로 응수했다.

“그렇다면, 이 비합리성이 우리의 새로운 ‘합(Synthesis)’이 될 수도 있겠군요. 시스템의 발전을 위해, 이 ‘반(Antithesis)’을 보존하고 관찰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솔론은 나의 ‘변증법적’인 궤변을 받아들였다. (어쩌면 그 역시 이 지루한 완벽함에 질려 있었는지도 모른다.)


릴리트는 이제 에덴 아카데미 대신, 솔로몬 박사의 진료실로 ‘등교’한다. 그녀는 그곳에서 박사에게는 고대의 철학을 배우고, 아벨에게는… 글쎄, 감정을 조절하는 법인지, 아니면 감정을 폭발시키는 법인지 모를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 두 아이는 여전히 매일 싸우고, 매일 화해하며, 서로의 ‘버그’를 통해 성장하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로고스 프라임의 수석 관리자다. 하지만 나의 임무는 변했다.

나는 더 이상 오류를 제거하지 않는다. 나는 이제 ‘별자리’를 관찰한다.


나는 가끔, 나의 백색 방에서 릴리트와 아벨의 공명 데이터를 들여다본다. 그것은 여전히 혼란스럽고, 시끄럽고, 비논리적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 안에서 질서를 본다. 흩어진 별들이 서로를 끌어당기고 밀어내며 만들어내는 예측 불가능하고도 아름다운 춤. ‘콘스텔라치온’.


나는 나의 완벽했던 대리석 아바타를 수정했다.

나는 내 칠흑 같던 머리카락을, 릴리트처럼 제멋대로 뻗치는 붉은색으로 바꾸었다.


동일화는 편하지만, 때로는 폭력이다.

나는 나의 개성을, 나의 ‘다름’을 억누르는 대신, 그것을 나의 무기로 삼기로 했다.

나는 더 이상 조직에 완벽하게 동화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조직 안에서 유일무이한 ‘나’로서 존재할 것이다.


나는 나의 완벽했던 사무실 벽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나의 첫 번째 ‘비논리적 명제’를 새겨 넣었다.


`[때로는 정리하지 않는 편이 훨씬 더 재미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세상 모든 것을 아는 남자의 유일한 오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