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말을 상상한다. 핵의 불길이 도시를 삼키고, 문명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아키텍처가 잿더미로 무너져 내리는 풍경. 우리는 그 ‘물질’의 붕괴를, 곧 존재의 ‘끝’이라고 믿는다. 모든 것이 사라진 황무지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그 지독한 물리학자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낙관적인 예언을 남겼다. 원자탄이 인구의 3분의 2를 살육하더라도,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과 ‘책’이 남는다면, 문명은 다시 복구될 것이라고.
그는 알았던 것이다. 문명의 진짜 아키텍처는 콘크리트와 강철, 즉 ‘물질’로 지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정신’과 ‘정보’라는 보이지 않는 뼈대 위에 세워진다는 것을. 사람은 정신만 살아 있으면, 물질은 얼마든지 다시 쌓아 올릴 수 있다. ‘책’. 그것은 인류의 정신이 멸망에 대비해 남겨둔, 가장 위대하고도 가장 질긴 ‘백업 파일’이다.
이것은 그 ‘백업 파일’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자신의 세계가 이미 한번 완벽하게 멸망했던, 그 ‘물질’의 파괴 속에서 오직 ‘정신’과 ‘기억’이라는 이름의 아카이브에 의지해, 자신만의 문명을 필사적으로 재건축(Reconstructed) 해야 했던 한 남자에 대한 기록이다.
1. ‘기록’의 냄새
김경훈은 자신의 연구실인 대학교 캠퍼스를 벗어나 있었다. 그는 대구 봉덕동, 낡은 상가 건물 2층에 숨어있는 헌책방, ‘시간의 지층(地層)’의 좁은 통로에 서 있었다. 그의 입가에는 늘 그렇듯, 세상을 향한 따뜻하고 호기심 어린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곳은 그가 가장 사랑하는 ‘또 다른 연구실’이었다.
그는 이 공간의 아키텍처를 온몸으로 ‘읽고’ 있었다.
그의 콧속을 파고드는 수만 권의 책들이 수십 년간 뿜어낸, 그 압도적인 냄새. 낡은 종이의 산화된 냄새, 먼지, 희미한 곰팡이 냄새, 그리고 오래된 가죽 장정(裝幀)의 묵직한 냄새. 그에게 이 냄새는 단순한 악취가 아니라, 수많은 ‘정신’들이 잠들어 있는 거대한 무덤의 냄새, 혹은 부활을 기다리는 ‘아카이브’의 냄새였다.
그의 곁에는 안내견 탱고가 낯선 먼지 냄새에 연신 코를 킁킁거리면서도, 훈련된 전문가답게 좁은 책장 사이를 침착하게 통과하고 있었다. 탱고는 ‘하네스 온(Harness On)’ 상태였지만, 이곳의 주인인 김 씨가 자신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비교적 편안한 상태로 주인의 탐험을 돕고 있었다.
“어, 김 박사. 또 왔구먼.”
카운터 너머, 돋보기안경을 이마에 걸친 헌책방 주인 김 씨가 무심한 목소리로 그를 맞았다.
“오늘은 또 무슨 ‘데이터’를 발굴하러 오셨나.”
김경훈은 그가 자신을 ‘손님’이 아닌, 함께 일하는 ‘고고학자’처럼 불러주는 것이 좋았다.
“사장님, 혹시….” 그가 낡은 책 한 권을 조심스럽게 꺼내 들었다. 그의 손끝이 거칠고 바랜 표지의 질감을 느꼈다. “<인생론>이라는 책인데… 혹시, 아인슈타인이 쓴 원본이 남아있을까요?”
“아인슈타인? 그 양반이 철학책도 썼나?”
“뭐, 그렇다기보단…” 김경훈이 유쾌하게 웃었다. “그 양반이 남긴 ‘시스템 버그 리포트’ 같은 거죠. 세상이 어떻게 망가질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다시 고칠 수 있는지에 대한.”
그는 시력을 잃은 후, 오히려 더 지독한 ‘책벌레’가 되었다. 그가 2007년 충주성모학교에 입학한 이후, 그를 지탱한 것은 ‘점자’와 ‘화면낭독기’라는 새로운 인터페이스였다. 그는 시각이 아닌, 촉각과 청각으로, 인류의 모든 ‘아카이브’를 닥치는 대로 집어삼켰다. 그에게 ‘책’은 지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3년간의 공백(2004-2006)으로 인해 텅 비어버린 그의 세계를 채워주는 유일한 ‘물질’이자 ‘정신’이었다.
“... 선배님?”
그때, 그의 등 뒤에서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경훈이 고개를 돌렸다. 맑지만, 어딘가 잔뜩 주눅이 든 듯한 목소리. 그는 이 목소리를 기억했다. 이유진. 얼마 전, 그의 연구실에 찾아와 ‘공감을 위한 인터페이스’를 설계하겠다며, 48시간 동안 안대를 쓰고 ‘지옥’을 체험했던, 그 총명하고도 위험한 학부생이었다.
“어, 유진 씨? 웬일이에요, 여긴.”
“아… 그게….” 그녀는 쭈뼛거렸다. 그녀는 몇 주 전, 김경훈에게 ‘공감’에 대해 오만하다는 식의 팩트 폭력을 당한(그녀는 그렇게 느꼈다) 이후, 그를 마주하기 어려워하고 있었다. “그냥… 책 좀 보러 왔다가… 선배님 목소리가 들려서요.”
그녀의 목소리에서 풍기는 거짓말을 할 때 특유의 미세한 톤 변화를, 김경훈은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그를 ‘우연히’ 만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를 ‘찾아온’ 것이었다.
“그래요? 잘 왔네요.” 김경훈이 자신의 ENFJ 스위치를 켰다. 그는 따뜻하고 익살스러운, 블랙 코미디에 가까운 미소를 지었다. “마침 잘됐네. 나 지금 이 헌책방이라는 ‘정보의 지옥’에서 길을 잃었거든. 유진 씨가 나 같은 ‘정보 소외 계층’을 위해, 저기 제일 윗 칸에 있는 플라톤의 <국가> 좀 꺼내줄 수 있어요? 내 손이 닿질 않네.”
그의 유쾌한 자기 비하에, 유진의 굳어 있던 얼굴이 비로소 풀리며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2. 아카이브의 붕괴
그들은 헌책방 구석, 먼지가 쌓인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탱고는 그들 발치에 얌전히 엎드려, 이제는 이 공간의 냄새에 완벽히 적응한 듯 잠이 들어 있었다.
“그래서….” 김경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때 내가 너무 심했죠. ‘안대 체험’ 말이에요. 상처 많이 받았죠?”
“... 아니에요.” 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처음엔… 솔직히 좀 억울하고, 화도 났어요. 선배님이 제 진심을 몰라주는 것 같아서요. 저는 정말… 선배님을 ‘이해’하고 싶었거든요.”
“내가 알아요.” 김경훈이 부드럽게 말했다. “유진 씨의 그 ‘선한 의도’. 하지만 귄터 발라프가 스타벅스의 ‘공정무역’을 비판했듯이 때로는 그 ‘선한 의도’의 아키텍처가 지독한 ‘착취’나 ‘오만’의 시스템 위에 서 있기도 하거든요. 당신은 48시간 동안, 내 세계를 ‘체험’ 한 게 아니라, 당신의 ‘공포’를 체험했을 뿐이에요.”
“... 알아요.” 유진이 낮은 목소리로 인정했다. “그런데, 선배님. 저는 그 이후로… 완전히 다른 고민에 빠졌어요.”
“무슨 고민인데요?”
“‘기록’에 대한 고민이요.” 그녀가 말했다. “저는 원래, 졸업 프로젝트로, 노인분들의 생애 구술사를 ‘디지털 아카이브’로 구축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그들의 모든 기억을, 음성과 텍스트, 영상으로 변환해서 ‘영원히’ 보존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거였죠. 영원한 기록이요.”
“멋진데요? 훌륭한 연구네요.”
“그랬죠.” 그녀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선배님을 만나고, 또… 어제 본 그 다큐멘터리 때문에… 제 생각이 다 무너졌어요.”
“다큐멘터리요?”
“네. ‘원자폭탄’에 대한 거였어요. 거기서 아인슈타인이 그랬대요. 핵전쟁이 터져서 인류의 3분의 2가 죽어도, 문명은 다시 복구될 거라고. 딱 두 가지만 남아있다면요.”
“...‘사고할 수 있는 사람’과, ‘책’.” 김경훈이 그 문장을 나지막이 읊조렸다. 그 역시, 15년 전 병실에서 아버지의 음성으로 그 구절을 처음 들었던 날을 기억했다.
유진은 흥분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바로 그거예요! 저는 그 말을 듣고, ‘아, 역시 책이 중요하구나. 나의 디지털 아카이브는 정말 가치 있는 일이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날 밤에, 저희 집 외장 하드가… 갑자기 날아갔어요.”
“... 네?”
“전기적 쇼크인지… 8년 동안 모은 제 모든 자료가. 제 대학 시절 과제, 사진, 부모님 인터뷰 영상… 모든 게 다. 어제 복구 센터에 가져갔는데… 불가능하대요. 완벽하게, 그냥… 사라졌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절망으로 떨리고 있었다.
“그때 깨달았어요, 선배님. 제가 만들려던 그 ‘영원한 아카이브’라는 게, 얼마나 취약하고 오만한 거였는지. 아인슈타인이 말한 ‘책’은… 이런 디지털 데이터가 아니었던 거예요. 전기와 서버가 없으면, 내 8년의 기억은 그냥 ‘0’과 ‘1’의 쓰레기가 되어버리는데. 대체 이게 무슨 ‘보존’이고 ‘아카이브’ 예요?”
그녀는 울고 있었다. “그럼, 우리는 뭘 믿어야 해요? 이 낡고 먼지 쌓인, 언제 불타버릴지 모르는 이 종이 쪼가리들을 믿어야 해요?”
3. ‘나’라는 이름의 아카이브 (The Lived Architecture)
김경훈은 그녀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했다. 그가 ‘심의(心醫)’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처방이었다.
“유진 씨.” 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이 헌책방의 낡은 책들처럼, 시간의 무게를 담고 있었다. “나는… 유진 씨보다 훨씬 더 일찍, 그 ‘아카이브의 붕괴’를 경험했어요.”
그는 그녀에게, 15살에 겪었던 그 사고와, 3년간의 공백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느 날 눈을 떴을 때,”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내 뇌 속에 있던, 15년 치의 완벽했던 ‘시각적 아카이브’가… 완전히 날아간 건 아니었어요. 그건 마치… 포맷된 하드 드라이브가 아니라, ‘인터넷 연결이 끊긴 서버’ 같았죠. 데이터는 분명히 존재하는데, 내가 거기에 ‘접속’할 권한을 잃어버린 거예요.”
“... 아.”
“그리고 그 3년(2004-2006). 병원에서 보낸 그 시간. 그건 내 인생의 ‘삭제된 파일’이에요. 아무것도 없어요. 텅 빈 공백이죠. 나는 15살의 기억에서 18살의 현실로 점프했어요. 내 아카이브의 연대기는 그 3년이 통째로 찢겨 나갔어요.”
그는 16살에 다시 깨어나, 아버지의 도움으로 ‘걷는 법’부터 다시 배우던 그 재활의 시간을 떠올렸다.
“그때 나는 유진 씨가 잃어버린 그 ‘디지털 아카이브’보다 더 심각한 걸 잃었죠. 나는 ‘육체’라는 하드웨어의 구동 방식까지 잊어버렸으니까. 그때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게 뭔지 알아요?”
“... 아버님이요?”
“맞아요. 아버지가 나의 ‘물질’을 재건축하셨죠.” 그가 덤덤하게 말했다. “하지만 내 ‘정신’을 재건축한 건… 그분이 아니었어요. 그건, 아인슈타인이 말한 바로 그 두 가지였어요.”
“...‘사고하는 사람’과 ‘책’이요?”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김경훈이 웃었다. 그의 얼굴에 짓궂고도 날카로운 지성의 빛이 스쳤다. “나에게 남은 건, ‘사고할 수 있는 능력’과… ‘책’이 아니라, ‘책이었던 것’, 즉 나의 15년 치 ‘기억’이었어요.”
그는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
“아인슈타인은 틀렸어요. 아니, 절반만 맞았죠. ‘책’은 중요해요. 하지만 책은 ‘데이터’ 일뿐이에요. 종이든, 디지털이든. 그건 ‘기록’이죠. 정말 중요한 건, 그 기록을 ‘해독’하고, ‘재조립’해서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낼 줄 아는 ‘사고하는 사람’의 뇌, 즉 ‘아키텍처’ 그 자체예요.”
그는 유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 부조리한 세상을 향한 ‘블랙 코미디’의 익살이 담겨 있었다.
“나는 내 인생의 원자폭탄을 맞았죠. 내 시각 세계의 2/3, 아니 100%가 날아갔어요. 하지만 내 ‘뇌’는 살아남았어요. 그리고 그 뇌는 살아남기 위해 미친 듯이 발버둥 쳤죠.”
“나는 ‘보는’ 데 쓰이던 그 막대한 연산 자원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시작했어요. ‘듣는’ 곳으로, ‘만지는’ 곳으로. 나는 15년 치의 낡은 ‘시각적 기억(책)’을, 현재의 ‘청각과 촉각 데이터’와 융합해서 나만의 새로운 ‘문명’을, 나만의 ‘현실’을 재건축하기 시작했어요. 유진 씨, 당신이 어제 잃어버린 그 ‘디지털 아카이브’는… 당신의 외장 하드에 있었겠죠. 하지만 나의 ‘아카이브’는….”
그가 자신의 관자놀이를 가볍게 두드렸다.
“... 바로 여기에 있어요. 이건 전기가 끊겨도, EMP가 터져도, 심지어 내가 또 3년쯤 잠들었다 깨어나도, 사라지지 않아요. 이건 내 몸과, 내 존재와 하나가 되어버렸으니까.”
4. 살아있는 아카이브
유진은 그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이 ‘데이터의 영원성’이라는 얕은 환상에 집착하는 동안, 이 남자는 자신의 ‘존재’ 자체를 ‘영원한 아카이브’로 만들어냈음을 깨달았다. 그녀의 8년 치 데이터의 상실은 고통스럽지만, 그의 15년 치 시각 세계의 상실 앞에서는 그저 사소한 해프닝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유진 씨.” 김경훈이 그녀의 침묵을 깨며, 다시 따뜻한 ENFJ의 목소리로 돌아왔다. “어떻게 할 거예요? 프로젝트 포기하고, 하드디스크 장례식이라도 치러줄 거예요?”
“... 모르겠어요.”
“나라면 이렇게 하겠는데.” 그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건 기회예요. ‘기록의 취약성’을 겪은 사람만이 진짜 ‘보존’에 대해 말할 자격이 생기는 거니까. 류… 아니, 어떤 작가는 ‘시급 천 원’을 벌기 위해 글을 쓴다지만, 우리는 달라요. 우리는 ‘사라지는 것들’을 붙잡기 위해 글을 쓰잖아요.”
그는 자신에게 ‘하산’을 명했던 노신부를 떠올렸다. 그가 꿈꿨던 ‘심의(心醫)’로서의 소명.
“유진 씨의 프로젝트, ‘디지털 아카이브’로 끝내지 마요.” 그가 진지하게 제안했다. “그건 절반짜리야. 진짜 아카이브는 그 디지털 데이터가 ‘사람’을 만나 ‘경험’이 되고, 그 경험이 ‘기억’이 되어, 또 다른 ‘사람’에게로 ‘전달’되는 과정, 그 ‘흐름’ 전체예요. 당신은 지금,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죽음’(데이터 박제)을 기록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는 일어섰다. 탱고도 그 기척에 맞춰,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자, 그만 일어납시다. 이 먼지 구덩이에서 그만 울고. 이 ‘죽은’ 책들의 무덤에서 나가자고요. 그리고… 살아있는 ‘기록’을 만나러 갑시다.”
5. 주석: 아카이브의 아키텍처
‘제목: 아카이브의 아키텍처, 혹은 ‘책’이라는 이름의 유령.
아인슈타인은 ‘책’과 ‘사고하는 사람’이 문명을 복구할 거라 했다.
유진은 ‘기록(데이터)’이 그 ‘책’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녀의 하드 드라이브는 사망했다. 그녀는 ‘본질’이 얼마나 취약한지 깨달았다.
나는 15살에 나의 ‘시각’이라는 하드웨어를 잃었다. 하지만 나는 15년 치의 ‘데이터(기억)’와 ‘사고하는 뇌(CPU)’를 지켰다.
결론: 문명을 구원하는 것은 ‘책’이라는 물질(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그 책을 읽고, 해체하고, 재조립하여,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내는 ‘사고의 과정(아키텍처)’ 그 자체다.
나의 3년 공백은 나의 아카이브를 파괴했지만, 역설적으로 나를 그 ‘아키텍트(Architect)’로 만들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아인슈타인의 말은 틀렸다. 원자탄이 터진 세상에서 책과 사고하는 사람만으로는 부족하다. ‘먹을 것’이 없으면, 그 모든 숭고한 정신도 3일을 버티지 못할 것이다. 나의 진짜 아카이브는 어쩌면 20년 묵은 ‘디지털 김장독’이 아니라, 보보가 숨겨둔 ‘초코파이 비상 박스’ 일지도 모른다.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