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향수 설명
‘프리지아(Freesia)’는 8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영원한 베스트셀러다.
이름은 꽃 이름인 ‘프리지아’지만, 향수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비누 향의 끝판왕’으로 통한다.
"나 향수 안 뿌렸어, 원래 내 살냄새야(혹은 방금 씻고 나왔어)"라고 주장하기 가장 좋은 향수다.
순수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주지만, 동시에 어딘가 모르게 도도하고 새침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2. 노트 구성
탑 노트 (Top Notes): 프리지아 어코드
첫 향은 생화의 싱그러움보다는, 코를 톡 쏘는 알싸함이 강하다. 이것은 프리지아 꽃의 줄기 냄새 같기도 하고, 비누 거품이 코에 들어갔을 때의 매운 느낌 같기도 하다.
미들 노트 (Middle Notes): 바이올렛(제비꽃), 센티폴리아 로즈
꽃향기가 나긴 하지만 물기 어린 꽃이 아니다. 바이올렛 특유의 파우더리한 분 냄새가 더해져, 꽃을 아주 곱게 빻아 만든 고급 비누의 향으로 변모한다.
베이스 노트 (Base Notes): 아이리스, 머스크
잔향은 뽀송뽀송한 코튼이나 수건 냄새에 가깝다. 물기가 바짝 마른 하얀 천에서 나는 포근하고 건조한 냄새가 오래 남는다.
3. 전체적인 리뷰
"저 여자, 화장 안 한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예쁘지?"라는 의문을 갖게 만드는 향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철저하게 계산된 ‘쌩얼 메이크업’이다.
순수해 보이지만 결코 만만하지 않다.
특유의 쨍한 파우더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깨끗한 이미지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이만한 무기가 없다.
쌩얼 메이크업의 고수, 프리지아의 하얀 거짓말
세상에는 “어머, 나 오늘 세수만 하고 나왔어”라고 말하며 등장하지만, 사실은 거울 앞에서 2시간 동안 공들여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스타일링을 마친 얄미운 친구들이 있다.
오늘 만난 친구,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프리지아’는 바로 그런, 고도의 심리전을 구사하는 ‘내숭 100단’의 여우다.
그녀는 화려한 드레스 대신 헐렁한 흰 티셔츠를 입고 있지만, 그 티셔츠마저 수십만 원짜리 명품임이 분명하다.
과연 이 하얀 거짓말쟁이의 실체는 무엇일지, 의심의 눈초리로 그녀의 민낯을 검증해 보았다.
그녀와의 첫인사는 의외로 따갑다.
“안녕? 난 순수한 프리지아 꽃이야”라고 말하며 다가오는데, 코끝을 톡 쏘는 매운 향기가 먼저 공격해 온다.
이것은 꽃밭의 향기가 아니다.
욕실에서 비누 거품을 너무 많이 내다가 실수로 코로 들이마셨을 때의 그 쨍하고 매캐한 통증이다.
그녀의 순수함 뒤에는, 만만하게 보고 덤비는 사람에게는 언제든 가시를 세울 준비가 된, 날카로운 신경질이 숨어 있다.
시간이 지나면 그녀는 본격적으로 ‘비누 코스프레’를 시작한다.
바이올렛과 아이리스가 섞인 향기는, 땅에 뿌리내린 생화가 아니라, 공장에서 정교하게 가공된 최고급 도브 비누 냄새다.
그것도 물기가 축축한 비누가 아니라, 포장을 갓 뜯어낸 건조하고 뽀송뽀송한 새 비누다.
그녀는 자연의 꽃이 되기를 거부하고, 문명이 만들어낸 가장 깨끗한 공산품이 되기를 자처한다.
그녀에게서 흙냄새나 풀냄새 같은 자연의 흔적을 찾으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녀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이 ‘인공적인 깨끗함’이다.
땀 냄새, 음식 냄새, 세상의 온갖 더러운 냄새를 완벽하게 차단하고, 오직 “나는 방금 샤워를 마쳤을 뿐이야”라는 메시지만을 반복해서 송출한다.
하지만 비판적으로 보자면, 이것은 결벽증이다.
그녀는 누군가와 뒤엉키거나 섞이는 것을 거부한다.
그녀의 하얀 옷에는 김치 국물 한 방울도 튀어서는 안 된다.
그녀의 순수함은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범접할 수 없는 차가운 결계와도 같다.
최종 판결.
프리지아는 ‘꽃’이라는 이름을 빌린 사기극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성공적인 사기극이다.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깨끗한지 증명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그녀를 만지면, 보들보들한 벨벳이나 갓 세탁해서 바짝 말린 수건의 질감이 느껴진다.
물기는 하나도 없다.
그녀는 촉촉한 감성보다는, 바스락거리는 이성으로 무장하고 있다.
그녀는 당신의 연인이 되기보다는, 당신이 영원히 동경해야 할 ‘첫사랑의 환상’으로 남기를 원한다.
잡으려 하면 비누 거품처럼 미끄러져 나갈, 새침하고 도도한 아가씨와의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