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법사의 눈물겨운 장애물 경주

by 김경훈


1. 상아탑의 독재자


왕국 마법 아카데미의 학장, 카리우스는 살아있는 전설이자, 걷어차고 싶은 늙은이였다.

그는 7서클 대마법사였으며, 그의 신조는 단 하나였다.


“마법은 재능이 아니다. 피를 깎는 노력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가혹했다. 잠을 자지 않고 주문을 외우게 했고, 마나 고갈로 쓰러지는 학생을 보며 혀를 찼다.


“일어나라! 네가 쓰러진 건 체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정신력이 썩어빠져서다! 간절함이 부족해!”


그의 집무실에서는 항상 학생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느 날, 한 장학생이 무릎을 꿇고 빌었다.


“학장님! 제발 추천서 한 장만 써주십시오! 집안이 망해서 장학금이 없으면 학교를 다닐 수 없습니다!”


카리우스는 차갑게 깃펜을 놓았다. 탁.


“안 돼. 넌 이번 학기 성적이 0.1점 떨어졌더군. 그건 네가 나태했다는 증거다. 가난? 핑계 대지 마라. 정말 간절했다면 잠을 줄여서라도 점수를 지켰어야지.”


“학장님… 제발…”


“나가. 패배자의 냄새가 내 서재를 더럽히는군.”


카리우스는 학생을 내쫓고 향수를 뿌렸다. 그는 자신의 성공이 오로지 노력 덕분이라고 믿었다.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막대한 마나 친화력을 가지고 태어난 귀족 가문의 자제라는 사실은 잊은 채.



2. 납치된 보물


그러던 어느 날 오후.

카리우스는 왕국 외곽에 있는 자신의 별장, ‘에메랄드 숲’의 산책로를 거닐고 있었다.

그때, 품속의 마법 통신구가 요란하게 진동했다.


지이잉! 지이잉!


“누구야? 감히 내 산책 시간을 방해해?”


카리우스가 통신구를 켰다.


[잘 지내셨나, 위대하신 학장님?]


변조된 목소리. 쇠를 긁는 듯한 기계음이었다.


“누구냐, 넌.”


[네 소중한 보물을 데리고 있다. 지금 당장 에메랄드 숲 중앙에 있는 ‘요정의 분수’로 뛰어와. 안 그러면 네 보물은 오크들의 장난감이 될 거야.]


“보물? 내 금고는 마법으로 봉인되어 있는데?”


[금고 말고. 네가 금고보다 더 아끼는 거 있잖아. 네 숨겨둔 딸, ‘리리’ 말이야.]


카리우스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는 평생 독신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사실 비밀리에 키우는 늦둥이 딸이 하나 있었다. 그녀는 카리우스의 유일한 약점이자 역린이었다.


“너… 너 이 새끼! 리리한테 손끝 하나라도 대면…!”


[말이 많군. 10분 내로 튀어와. 늦으면 딸의 손가락부터 보낼 테니까.]


뚝. 통신이 끊겼다.

카리우스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지팡이를 집어 던지고 달리기 시작했다. 평생 우아하게 걷기만 했던 대마법사가 흙탕물을 튀기며 미친 듯이 질주했다.


“헉… 헉… 리리! 아빠가 간다!”



3. 세 명의 주자


요정의 분수 앞.

카리우스는 땀으로 범벅이 된 채 도착했다. 비단 로브는 나뭇가지에 찢어졌고, 구두 굽은 부러져 있었다.


“도착했다! 내 딸 내놔!”


카리우스가 소리쳤다.

통신구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빠르군. 역시 부성애는 위대해. 자, 주변을 둘러봐.]


카리우스는 숨을 몰아쉬며 주위를 살폈다. 평화로운 숲이었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까먹고, 요정들이 날아다니는.

그런데 분수대 주변에 낯선 사내 두 명이 더 있었다.


하나는 험상궃게 생긴 근육질의 용병, 그롬.

다른 하나는 호리호리한 체격에 류트를 멘 음유시인, 엘리안.


그들도 카리우스처럼 통신구를 귀에 대고 헐떡이고 있었다. 셋의 눈이 마주쳤다. 동질감과 경계심이 동시에 피어올랐다.


[선수 입장 완료. 자, 게임을 설명하지.]


목소리가 셋의 통신구에서 동시에 흘러나왔다.


[오늘의 참가자는 너희 셋이다. 하지만 승자는 단 한 명뿐이지. 승리한 사람의 소원만 들어주겠다. 나머지는… 글쎄?]


“뭐라고? 장난해? 내 딸은!”


카리우스가 악을 썼다.


[쉿. 룰을 설명한다. 지금부터 5개의 미션을 줄거다. 선착순 1등에게 1점을 준다. 3점을 먼저 따는 놈이 우승이다. 우승하지 못하면… 너희가 지키고 싶은 건 영원히 사라질 거야.]


그롬이 바닥에 침을 뱉으며 으르렁거렸다.

“젠장, 빨리 시작해! 난 급하다고!”


엘리안은 류트 줄을 팅기며 여유로운 척했지만, 눈동자는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첫 번째 미션! 지금 숲의 야외무대에서 ‘왕실 무용단’의 공연이 열리고 있다. 무대 위로 난입해서 엉덩이 춤을 추며 ‘고블린 찬가(아주 저속한 노래)’를 불러라! 1절을 완창하는 놈에게 1점!]


카리우스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왕국 최고의 지성인인 내가 엉덩이를 흔들며 고블린 노래를 부르라고? 수많은 귀족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이런 미친… 난 못 해!”


[못 해? 그럼 딸은 죽는 거지 뭐.]


그 순간, 옆에 있던 용병 그롬이 총알처럼 튀어 나갔다.

“비켜! 1등은 내 거야!”


뒤이어 음유시인 엘리안도 날렵하게 뒤따랐다.

카리우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체면이고 나발이고 딸이 죽게 생겼다.

“으아아아!”

그는 로브 자락을 걷어 올리고 달렸다.



4. 엉덩이 춤과 호수 입수


야외무대에는 귀부인들이 우아하게 발레를 감상하고 있었다.

그때, 땀 냄새나는 사내 셋이 무대 위로 난입했다.


그롬은 무희들을 밀치고 무대 중앙을 차지했다.

“오오~ 고블린 아가씨~ 엉덩이가 빨개요~”

그는 끔찍한 음치였지만, 목소리는 우렁찼다. 그는 엉덩이를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경비병들이 달려들었지만, 그는 몸싸움을 하며 끝까지 노래를 불렀다.


엘리안은 무대 옆에서 류트를 연주하며 백코러스를 넣었다.

카리우스는… 차마 무대 중앙까진 못 가고, 구석에서 모기만한 목소리로 흥얼거렸다.

“고블린… 아가씨…”

얼굴이 화끈거려 터질 것 같았다. 귀부인들이 부채로 입을 가리고 수근거렸다.

“어머, 저거 카리우스 학장님 아니야?”

“미쳤나 봐. 노망나셨나?”


[딩동댕! 첫 번째 승자는 그롬! 무대 장악력이 뛰어났어!]


카리우스는 쪽팔림과 패배감에 치를 떨었다.


[두 번째 미션! ‘탐욕의 호수’ 중앙에 떠 있는 오리 배 인형을 가져와라!]


셋은 호수로 달렸다.

호수는 썩은 물이 고여 악취가 진동했다. 게다가 식인 물고기 피라냐들이 득실거리는 곳이었다.


엘리안이 가장 먼저 도착했다. 하지만 그는 물을 보더니 주춤했다.

“으… 더러워.”


그때 카리우스가 도착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신고 있던 구두까지 벗어 던지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풍덩!

차가운 구정물이 입과 코로 들어왔다. 피라냐들이 로브를 물어뜯었다. 하지만 카리우스는 딸의 얼굴만 생각하며 헤엄쳤다.


“리리야! 아빠가 간다!”


그는 죽을힘을 다해 헤엄쳤다. 하지만 물의 저항은 늙은 마법사에게 가혹했다.

그때, 뒤늦게 뛰어든 엘리안이 물 위를 걷는 듯한 가벼운 수영 실력으로 카리우스를 제치고 나갔다. 그는 소금쟁이처럼 빨랐다.


“안 돼! 이봐, 젊은이! 제발 양보하게! 내 딸이!”


카리우스가 물을 먹으며 소리쳤지만, 엘리안은 오리 인형을 낚아채고 유유히 빠져나갔다.


[축하한다! 엘리안 1점 획득!]



5. 고통의 맛


[세 번째 미션! 숲속 약초원에는 ‘불지옥 고추’가 있다. 그걸 씹어 먹어라!]


카리우스는 이번엔 질 수 없었다. 그는 마법으로 신체 강화(헤이스트)를 걸고 달렸다. 하지만 마나가 부족해 금방 숨이 찼다.


약초원에 도착했을 때, 그롬과 엘리안은 이미 고추를 입에 넣고 뒹굴고 있었다.

“으아아악! 매워! 살려줘!”


카리우스도 고추를 집어삼켰다.

입안에서 용암이 터지는 것 같았다. 혀가 녹아내리고, 위장이 뒤틀렸다.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어 흘러내렸다. 대마법사의 위엄은 온데간데없고,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혓바닥을 내밀고 헉헉거리는 늙은이만 있었다.


[간절함이 부족하군. 이번 승자는 가장 먼저 삼킨 그롬이다!]


현재 스코어.

그롬 2점. 엘리안 1점. 카리우스 0점.


카리우스는 절망했다.

“말도 안 돼… 내가… 내가 0점이라니…”



6. 마지막 승부: 거인의 탑


[마지막 미션이다. 숲의 북쪽에 있는 ‘거인의 석상’. 그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만세를 불러라. 이번 미션은 3점짜리다. 여기서 이기는 놈이 최종 우승이다.]


카리우스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역전의 기회다.

석상은 높이가 50미터에 달하는 매끄러운 돌기둥이었다. 마법 사용은 금지되었다. 오직 맨몸으로 올라가야 했다.


셋은 석상에 달라붙었다.

그롬은 힘으로, 엘리안은 기술로 올라갔다.

카리우스는… 손톱이 깨지고 무릎이 까지도록 기어올랐다.


“으드득… 으드득…”


손가락 마디마디가 비명을 질렀다. 땀이 눈에 들어가 따가웠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리리… 리리야… 아빠가… 조금만 참아…’


그는 평생 펜대만 굴리던 손으로 거친 돌을 잡았다. 손바닥 껍질이 벗겨져 피가 흘렀다.

그롬이 앞서 나갔다. 하지만 중간쯤에서 체력이 다해 미끄러졌다.

엘리안이 치고 나갔다. 하지만 그도 고소공포증 때문에 주춤했다.


기회였다.

카리우스는 초인적인 정신력을 발휘했다.

‘노력이다. 간절함이다. 내가 학생들에게 가르쳤던 그 간절함으로!’


그는 한 발, 한 발 내디뎠다.

마침내, 카리우스의 손이 석상의 정수리에 닿았다.


“해… 해냈다!”


카리우스는 정상에 올라섰다.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그는 양팔을 번쩍 들었다.


“만세! 만세! 만세!”


그의 목소리가 숲을 울렸다.


[축하한다! 최종 우승자는 카리우스!]


카리우스는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승리의 기쁨과 안도감, 그리고 육체의 고통이 뒤섞인 눈물이었다.



7. 대면


카리우스가 석상에서 내려오자, 그롬과 엘리안이 분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들은 욕설을 내뱉으며 사라졌다.


“이제… 내 딸을 보여줘. 약속대로.”


카리우스가 통신구에 대고 말했다.


[그래. 약속은 지켜야지. 뒤를 돌아봐라.]


카리우스가 뒤를 돌았다.

그곳에는 숲의 그림자 속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카리우스는 그 체형과 걸음걸이를 알 것 같았다.


남자가 가면을 벗었다.

그는 1년 전, 카리우스에게 추천서를 거절당하고 쫓겨났던 그 장학생, ‘제이’였다.


“너… 네놈이었구나!”


카리우스는 제이의 멱살을 잡았다.


“내 딸 어딨어! 내 딸!”


제이는 카리우스의 손을 뿌리치지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


“학장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 불렀습니다.”


“뭐?”


“오늘… 최선을 다하셨습니까? 목숨 걸고 하셨습니까? 정말 간절하게 하셨습니까?”


“당연하지! 내 손을 봐라! 이 피가 안 보이냐! 난 죽을힘을 다했다!”


제이는 피식 웃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힘드셨습니까?”


“뭐?”


“학장님은 목숨을 걸고 뛰셨죠. 그런데 아까 그 놈들은 왜 뛰었을까요?”


제이는 손가락으로 숲 쪽을 가리켰다.

방금 사라졌던 그롬과 엘리안이 나무 뒤에서 걸어 나왔다. 그들은 서로 낄낄거리고 있었다.


“저 용병 그롬. 제가 금화 10닢 주고 고용했습니다. 그냥 달리기 시합 좀 해달라고요.”


“뭐…?”


“저 음유시인 엘리안. 심심해서 죽으려던 찰나에, 재밌는 구경거리 있다고 꼬셨습니다. 그냥 놀러 나온 겁니다.”


카리우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학장님은 딸의 목숨을 걸고 뛰었고, 저놈들은 돈 몇 푼과 재미 때문에 뛰었습니다. 그런데… 학장님은 겨우겨우 이겼죠. 아니, 솔직히 말해서 운이 좋아서 이긴 거죠. 그롬이 미끄러지지 않았다면 졌을 겁니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난 이겼어! 노력해서 이겼다고!”


“아뇨. 학장님은 틀렸습니다.”


제이는 싸늘하게 말했다.


“학장님은 항상 말하셨죠. ‘간절하면 된다. 노력하면 된다. 네가 못한 건 노력이 부족해서다.’라고.”


“……”


“하지만 보세요. 학장님보다 덜 간절했던 놈들이 학장님을 압도했습니다. 그롬은 타고난 근육으로, 엘리안은 타고난 민첩성으로 학장님을 가지고 놀았습니다. 학장님의 그 ‘피 깎는 노력’은 재능 앞에서 얼마나 초라합니까?”


카리우스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오늘 하루, 그는 뼈저리게 느꼈다. 재능의 벽을. 늙은 육체의 한계를.

노력만으로는 메울 수 없는 격차를.


“이제 인정하시죠. 세상엔 노력으로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그리고 출발선이 다른 사람에게 ‘노력 타령’만 하는 건 폭력이라는 걸.”



8. 딸의 정체


카리우스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패배감보다 더 큰 수치심이 밀려왔다.


“그래… 네 말이 맞다. 내가 오만했다. 이제… 제발 내 딸을 돌려다오. 리리는 무사하냐?”


제이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따님은 무사합니다. 지금쯤 집에서 편안하게 쉬고 계실 겁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카리우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제이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그런데 학장님.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뭐냐.”


“학장님은 왜 그렇게 리리를 아끼십니까? 친딸도 아니잖아요.”


카리우스의 몸이 굳었다.


“그… 그건…”


“리리. 10년 전, 학장님이 금지된 흑마법 실험으로 만들어낸 ‘인공 생명체(Homunculus)’ 아닙니까?”


제이의 폭로에 카리우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네놈이 그걸 어떻게…”


“제가 학장님 조수로 일할 때, 연구 일지를 봤습니다. 리리는 딸이 아니라, 학장님의 ‘마나 배터리’죠. 나중에 늙어서 마력이 떨어지면, 리리의 생명력을 흡수해서 수명을 연장하려고 키우시는 거잖습니까.”


정적.

숲에는 바람 소리만 들렸다.


카리우스의 눈빛이 변했다. 아까의 애절한 부성애는 사라지고, 탐욕스럽고 비열한 눈빛이 돌아왔다.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는 거냐. 내가 만든 물건, 내가 쓰겠다는데.”


카리우스는 본색을 드러냈다.


“네놈이 감히 내 소유물을 건드려? 내 수명 연장의 꿈을 방해해?”


제이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역시… 학장님은 변하지 않으시는군요. 부성애인 줄 알고 아주 잠깐, 아주 잠깐 감동할 뻔했는데.”


제이는 품에서 수정구슬을 하나 꺼냈다.

수정구슬에는 영상 통화가 연결되어 있었다.


화면 속에는 10살짜리 소녀, 리리가 있었다.

그런데 리리는 묶여 있거나 울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최고급 소파에 앉아 케이크를 먹으며,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리… 리리야?”


카리우스가 당황했다.


리리는 화면을 통해 카리우스를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그 눈빛은 10살짜리의 것이 아니었다. 증오와 경멸이 가득했다.


“아빠. 아니, 주인님.”


리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 엉덩이 춤추는 거 잘 봤어요. 아주 웃기더라.”


“리, 리리야. 아빠가 널 구하려고…”


“구해? 날 잡아먹으려고 키우는 주제에?”


리리가 포크를 집어 던졌다.


“나도 다 알아. 내 심장에 박힌 ‘마력 흡수진’에 대해서. 제이 오빠가 다 알려줬어.”


제이가 끼어들었다.


“학장님. 오늘 이 게임, 사실 리리가 제안한 겁니다. 학장님이 얼마나 추하게 망가지는지 보고 싶다고 해서요.”


“뭐…?”


“아빠가 말했지? 노력하면 된다고. 그래서 나도 노력했어. 아빠의 금고 마법을 해제하는 방법을 10년 동안 연구했지.”


리리는 화면 속에서 열쇠 꾸러미를 흔들어 보였다. 카리우스의 비밀 금고 열쇠였다.


“아빠의 전 재산, 그리고 내 심장의 저주를 푸는 해독제. 다 챙겼어. 난 이제 떠날 거야. 제이 오빠랑 같이.”


“안 돼! 내 돈! 내 수명!”


카리우스가 화면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안녕, 아빠. 부디 남은 여생은 그 잘난 ‘노력’으로 살아남아 봐. 빈털터리로.”


뚝. 화면이 꺼졌다.



에필로그: 텅 빈 숲


제이는 카리우스에게 정중하게 인사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리리가 기다려서요. 아, 학장님. 돌아가실 때 마차비는 있으십니까? 지갑도 잃어버리신 것 같은데.”


제이는 동화 한 닢을 바닥에 던져주고 사라졌다.


홀로 남은 카리우스.

그는 진흙투성이가 된 로브를 입고, 퉁퉁 부은 발을 부여잡은 채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의 손에는 아까 1등 상품으로 받은 ‘싸구려 트로피(도금)’만이 들려 있었다.

트로피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노력상: 참가하는 데 의의를 둠.]


카리우스는 트로피를 집어 던지며 오열했다.

숲속에는 늙은 마법사의 비참한 울음소리만이 메아리쳤다.


그는 노력했다. 정말 죽을힘을 다해 노력했다.

하지만 결과는 0점이었다.

아니, 마이너스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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