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의 알고리즘과 시스템의 보신주의
우리 사회에서 "안전을 위해서요"라는 문장은 가장 완벽하고도 정중한 거절의 언어이다. 이 짧은 문장은 상대를 배려하는 듯한 온정주의적 가면을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화를 종료시키고 특정 신체를 공간 밖으로 밀어내는 배제의 메커니즘을 작동시킨다. 정보학 연구자의 시각에서 볼 때, 이는 시스템이 '비표준 데이터'를 마주했을 때 발생하는 알고리즘적 오류 처리 방식과 매우 닮아 있다.
표준값의 폭력과 정보 아키텍처의 설계 오류
대부분의 운동 시설이나 공공 서비스의 매뉴얼은 비장애인의 신체를 '기본값(Default)'으로 설정하여 설계되어 있다. 이는 데이터베이스 설계 시 표준화된 메타데이터만을 수용하고, 그 규격에서 벗어난 변수들을 '위험 요소'나 '노이즈'로 규정하는 것과 같다. 시스템 구축 단계에서부터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설계는 결국 장애인의 몸을 운동의 한 주체가 아닌 관리하기 까다로운 변수로 치부하게 만든다.
디지털 보안 시스템에서 보안을 이유로 접근성을 제한하는 행위 또한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예를 들어, 보안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시각적 요소가 강한 캡차(CAPTCHA)를 도입하거나 특정 신체적 반응만을 요구하는 생체 인증 방식은 그 장벽을 넘지 못하는 사용자들에게 "안전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접근 권한을 박탈한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안전은 사용자의 안전이 아니라, 시스템이 감당해야 할 책임의 무게를 덜어내기 위한 '시스템의 안전'일 뿐이다.
대화의 종료와 알고리즘적 배제
"안전을 위해서요"라는 선언은 리터러시의 부재를 은폐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지도자가 낯선 신체를 마주했을 때 느끼는 두려움과 불확실성은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이를 구조적 개선이나 소통의 과정으로 풀어나가지 않고 곧바로 거절이라는 결과값으로 출력하는 것은 전형적인 알고리즘적 배제이다.
정보 검색 엔진이 정제되지 않은 검색어를 단순히 '검색 결과 없음'으로 처리하고 더 이상의 탐색을 멈추는 것처럼, 현장의 지도자들은 안전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 조율과 수정의 기회를 차단한다. 비장애인 이용자에게는 시행착오를 성장의 과정으로 인정하는 유연함을 보이면서도, 장애인 이용자에게는 완벽한 안전이라는 도달 불가능한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이중잣대이다. 이는 지식 조직의 체계가 주류 담론만을 정교하게 분류하고 비주류의 기록은 '미분류'라는 이름의 동굴 속에 방치하는 것과 유사한 폭력성을 지닌다.
배리어프리 필라테스와 가소성 있는 설계
안전은 거절의 명분이 아니라 조정을 시작하기 위한 하한선이 되어야 한다. 최근 사용자 경험(UX) 디자인에서 강조되는 '포용적 디자인(Inclusive Design)'은 처음부터 모든 극단적 변수를 고려하여 시스템을 설계할 것을 요구한다. 배리어프리 필라테스 현장에서 발견되는 진실은 명확하다. 위험한 것은 장애인의 몸이 아니라, 그 몸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견고하고 경직된 구조 그 자체이다.
우리는 질문의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무엇이 위험한지를 묻기 전에, 우리가 가진 지도 방식과 시설의 환경이 얼마나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는지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 정보 시스템이 다양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제공하여 정보 격차를 줄이듯, 운동 현장 또한 개별 신체의 특성에 맞춰 동작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지적 가소성'을 발휘해야 한다. 안전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장벽이 아닌, 서로의 몸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연결하는 공동주의의 출발점이 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포용 사회가 실현된다.
"안전을 위해서요"라는 말이 대화의 마침표가 되는 사회는 안전한 사회가 아니라, 서로를 향한 상상력이 멈춘 정체된 사회이다. 진정한 안전은 배제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한 변수들을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여 함께 감당하고 조정하는 과정에서 구축된다. 104세 과학자 구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마감하며 마지막까지 주체성을 지켰듯, 우리 사회의 모든 신체 또한 안전이라는 미명 아래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하지 않고 삶의 다양한 텍스트를 직접 써 내려갈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