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으로 가는 길은 지레짐작으로 포장되어 있다

톨텍 인디언의 생존 가이드

by 김경훈

외과의사였던 돈 미겔 루이스가 임사 체험 후 샤먼이 되어 들고 온 '네 가지 약속'은 단순한 인디언의 전설이 아니다. 이는 사회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우리에게 강요한 '길들이기'라는 이름의 악성 코드를 삭제하고, 나만의 독립적인 운영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실존적 보안 패치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아를 잃어버리기 쉬운 2026년의 우리에게, 이 고대의 지혜는 꽤나 유효한 정보 필터링 전략을 제공한다.



첫째, 말로써 죄를 짓지 말라: 정보 무결성의 법칙


말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세상을 창조하거나 파괴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다. 톨텍의 첫 번째 약속은 정보학적 관점에서 '데이터 무결성(Data Integrity)'의 보존과 같다. 우리가 내뱉는 험담이나 거짓말은 정보 생태계에 치명적인 노이즈를 뿌리는 행위이다.


오늘날의 SNS는 '말의 죄'가 실시간으로 박제되는 거대한 기록관이다. 무심코 던진 비난의 텍스트가 부메랑이 되어 자신의 디지털 평판을 무너뜨리는 것을 우리는 수없이 목격한다. 자신과 타인을 거스르지 않는 정직한 말하기는 복잡한 네트워크 속에서 나라는 노드(Node)의 신뢰도를 유지하는 가장 고차원적인 리터러시이다.


둘째, 남의 반응을 내 것으로 삼지 말라: 필터 버블의 외부 효과


타인의 말과 행동을 자신과 연결해 반응하지 말라는 두 번째 약속은 심리적 '방화벽'을 세우라는 권고이다. 누군가의 비난이나 찬사는 사실 그 사람의 내면에 있는 환상이나 두려움이 출력된 결과물일 뿐이다. 그것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타인의 감정적 슬러지(Sludge)를 내 서버에 복사해오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독설이나 악성 댓글에 일일이 대응하며 감정을 소모하는 것은 남이 버린 쓰레기 데이터를 내 아카이브에 소중히 보관하는 것과 다름없다. 타인의 반응은 그저 그들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로그 기록'일 뿐임을 인정할 때, 우리는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적 자아를 지킬 수 있다.



셋째, 함부로 추측하지 말라: 추론 엔진의 오작동 방지


세 번째 약속은 인간의 뇌가 가진 가장 위험한 기능인 '부정적 추측'을 멈추라는 것이다. 사정을 모를 때 지레짐작으로 빈틈을 메우는 행위는 정보학에서 말하는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과 닮아 있다. 확실한 데이터가 없을 때 뇌가 가짜 정보를 지어내어 확신하게 만드는 것이다.


"연락이 없는 걸 보니 나를 싫어하나 봐"라거나 "사고가 난 게 분명해"라는 식의 시나리오는 근거 없는 예측 모델이 낳은 비극이다. 톨텍의 지혜는 우리에게 '데이터의 가용성'이 확인될 때까지 판단을 보류하라고 조언한다. 추측 대신 질문을 던지는 용기야말로, 오염된 정보가 신념으로 굳어지는 것을 막는 최고의 방어 기제이다.



넷째, 항상 최선을 다하라: 가변적 최적화의 미학


마지막 약속인 '항상 최선을 다하라'는 기계적인 완벽주의를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의 에너지는 매일의 컨디션과 환경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결과의 절대값이 아니라, 그 순간 내가 가진 자원을 최상으로 활용했느냐는 '프로세스의 진정성'이다.


이는 현대의 '애자일(Agile)' 방법론과도 맞닿아 있다. 완벽한 결과물에 집착해 시작조차 못 하기보다, 현재 가능한 최선의 버전을 내놓고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실패를 데이터의 일부로 수용하고 자신에게 너그러워질 때, 우리는 비로소 '성공의 강박'이라는 낡은 약속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톨텍 인디언의 네 가지 약속은 우리를 둘러싼 무수한 사회적 계약들 사이에서 나를 지켜주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다. 우리 역시 이 약속들을 통해 일상의 소음을 걷어내고 본질에 집중할 수 있다.


오늘 무심코 받아들인 '불안'이나 '추측'이라는 낡은 계약서는 없는지 점검해 보자. 스스로에게 너그러운 최선의 노력이 모일 때, 당신의 인생이라는 텍스트는 그 어떤 외부의 간섭에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아키텍처를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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