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함과 아삭함의 이중주
재료 준비하기
따뜻한 밥 1과 1/2공기(300g)
김밥 김 2장
시판 돈가스 2장 (200g)
깻잎 4장
양배추 3장(손바닥 크기)
식용유 7큰술
절임양념
설탕1큰술
식초2큰술
소금 1/4작은술
깨소스
통깨 간 것 1과 1/2큰술
돈가스 소스 1과 1/2큰술
마요네즈 1과 1/2큰술
밥 양념
통깨 2작은술
소금 1/4작은술
참기름 2작은술
"돈가스 먹을 때 양배추 샐러드 꼭 같이 먹지?"
보보의 질문은 늘 예상을 빗나가는 곳에서 시작된다.
"그렇지? 느끼함을 잡아주니까."
"그럼 그걸 한 번에 말아버리면 완벽하겠네. 오늘은 '돈가스 김밥'이야."
보보의 논리는 반박 불가다. 돈가스와 샐러드, 그리고 밥. 이 삼박자를 김 하나에 가두겠다는 야심 찬 계획. 오늘은 우리 집 주방이 분식집으로 변신하는 날이다. 탱고는 벌써 뭔가 심상치 않은 냄새를 맡았는지 주방 매트 끝자락에 턱을 괴고 자리를 잡았다.
[대체 텍스트 : 시각 없는 사진 1 - 소리의 재료 손질]
소리: 도마 위에서 양배추가 썰리는 경쾌한 '삭, 삭, 삭' 리듬. 스테인리스 볼에 밥을 넣고 참기름을 두를 때 나는 '찰박찰박'한 비빔 소리.
냄새: 식초와 설탕이 만나 코를 톡 쏘는 새콤달콤한 절임 양념 냄새. 그 뒤를 이어 고소한 참기름 향이 주방의 공기를 무겁게 누르는 풍미.
"자, 재료 준비부터가 요리야. 잘 들어봐."
보보는 재료를 하나씩 내 손에 쥐여주며 설명한다.
첫 번째 주인공은 양배추. 손바닥만 한 잎 3장을 아주 얇게 채 썬다. 여기에 설탕 1큰술, 식초 2큰술, 소금 한 꼬집(1/4작은술)을 넣고 버무린다.
"이게 핵심이야. 그냥 생양배추가 아니라 '절임'이어야 해. 10분 정도 절였다가 물기를 꽉 짜면 오독오독 식감이 살아나거든."
보보의 말대로 절여진 양배추를 만져보니, 뻣뻣하던 녀석들이 한결 부드러워지면서도 탄력이 생겼다.
두 번째는 이 김밥의 '킥(Kick)'인 깨 소스. 갈아 둔 통깨에 돈가스 소스와 마요네즈를 1대 1 비율(각 1.5큰술)로 섞는다. 젓가락으로 휘휘 저으니 고소함과 느끼함, 짭짤함이 뒤섞인 '악마의 소스' 냄새가 난다.
이제 메인 이벤트, 돈가스 굽기다.
프라이팬에 식용유 7큰술을 넉넉히 두른다. 기름이 예열되면서 '지글지글' 노래를 부를 때 돈가스 두 장을 투하한다.
"여기서 꿀팁! 젓가락으로 고기를 3~4군데 콕콕 찔러줘야 속까지 잘 익어."
보보가 내 손을 잡고 젓가락질을 돕는다. 튀겨지는 소리가 빗소리처럼 주방을 채운다. 중약불에서 2분, 뒤집어서 3분 30초, 다시 뒤집어 2분. 시간을 정확히 지키는 보보는 마치 실험실의 연구원 같다.
[대체 텍스트 : 시각 없는 사진 2 - 고소한 건축학]
촉각: 한 김 식힌 밥알의 미지근하고 찰진 감촉. 까슬까슬한 김밥 김의 표면과 그 위에 닿는 깻잎의 보들보들한 잎맥.
온도: 갓 튀겨낸 돈가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열기와, 절인 양배추의 서늘한 온도 차이.
이제 조립의 시간이다. 김발 위에 김을 깔고, 양념한 밥을 3/4 지점까지 얇게 편다. 여기서부터는 손끝의 감각이 중요하다. 밥이 너무 두꺼우면 김밥이 터지고, 너무 얇으면 찢어진다.
"자, 밥 위에 깻잎 4장을 겹쳐 깔고, 아까 만든 깨 소스를 미장하듯이 펴 발라."
깻잎은 소스가 밥에 스며들어 눅눅해지는 것을 막아주는 방수막 역할을 한다. 그 위에 3cm 폭으로 썰어둔 돈가스를 올리고, 물기를 꽉 짠 양배추 절임을 듬뿍 얹는다.
"이제 만다! 탱고야, 비켜!"
보보의 구령에 맞춰 김발을 힘차게 말아 올린다. 손안에 묵직한 원통형의 그립감이 느껴진다. 꾹꾹 눌러 담은 재료들이 서로를 껴안는 순간이다.
완성된 김밥을 썬다. 칼이 들어갈 때마다 '바삭' 하고 돈가스 썰리는 소리가 손잡이를 타고 전해진다. 김밥 꼬다리 하나를 집어 내 입에 먼저 넣어주는 보보.
"어때?"
입안에서 축제가 열렸다.
부드러운 밥알 사이로 돈가스의 바삭함이 치고 들어오고, 곧이어 양배추 절임의 아삭함과 새콤함이 느끼함을 단칼에 베어버린다. 깻잎 향은 은은하게 감돌며 뒷맛을 깔끔하게 정리한다.
"와, 이건 식감이 미쳤는데? 바삭하다가 아삭하고, 고소하다가 새콤해."
"그렇지? 만약 돈가스 지겨우면 새우튀김 넣고 타르타르소스(다진양파+마요네즈+연겨자) 넣어도 대박이야."
응용 레시피까지 읊조리는 보보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친다.
탱고가 식탁 아래서 꼬리로 내 종아리를 툭툭 친다. 튀김 냄새만 맡게 해서 미안하지만, 이 바삭한 행복은 양보할 수가 없다.
오늘의 교훈. 맛있는 건 따로 먹지 말고, 말아 먹자. 그게 더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