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엔트로피를 다스리는 법

by 김경훈

돈과 물건, 그리고 정보가 과잉된 시대에서 마음이 채워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의 수행자 출신 작가 코이케 류노스케는 그 원인을 소유를 대하는 방식에서 찾는다. 문헌정보학 연구자의 시각에서 이 서사는 단순한 미니멀리즘 권고가 아니라, 무분별하게 확장되는 개인의 아카이브를 어떻게 관리하고 정제할 것인가에 대한 컬렉션 관리론(Collection Management)으로 읽힌다.



인덱싱 없는 수집은 쓰레기 적체와 같다


저자는 불안이 적게 가져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아무 기준 없이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려는 내적 혼란에서 온다고 진단한다. 이를 정보학적으로 해석하면 데이터 엔트로피(Data Entropy)의 무한 증식 상태이다. 분류 체계가 없는 서가에 책을 무작위로 쑤셔 넣는 행위는 도서관을 지식의 전당이 아닌 거대한 종이 무덤으로 만든다.


우리가 검색 엔진의 결과를 무 비판적으로 스크랩하고, 나중에 읽겠다며 북마크를 수만 개씩 쌓아두는 행위는 정보의 질을 높이기보다 시스템의 부하만 가중시킨다. 소유하려는 집착은 정보를 내면화하는 지적인 여유를 앗아간다. 결국 '많이 갖는 것'은 지식의 해상도를 높여주지 않으며, 오히려 핵심 정보에 접근하는 경로를 노이즈로 덮어버리는 역설을 초래한다.



메타데이터의 비대화 : 학력, 직업, 그리고 인간관계


소유의 대상은 비단 물리적인 물건에 국한되지 않는다. 저자는 돈, 명예, 학력, 인간관계조차 소유의 대상으로 전락한 현실을 꼬집는다. 정보학 관점에서 이는 개인이라는 객체에 붙는 메타데이터(Metadata)의 비대화 현상이다. 우리는 자신의 본질을 정의하기보다, 화려한 속성값들을 덧붙여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려고 애쓴다.


문제는 이 메타데이터가 늘어날수록 본체(Core)의 가치가 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속성을 관리하는 데에만 막대한 연산 능력이 낭비된다는 점이다. 타인과의 비교라는 불필요한 연산 프로세스를 백그라운드에서 상시 구동하는 삶은 시스템 전체의 속도를 늦춘다. 저자가 제안하는 '덜 갖는 삶'은 결국 나라는 시스템의 성능을 최적화하기 위해 불필요한 프로세스를 강제 종료하는 시스템 튜닝 과정과 다름없다.



포기가 아닌 에너지의 회복 : 큐레이션으로서의 자유


덜 갖는다는 것은 무언가를 포기하는 인색함이 아니다. 그것은 나에게 불필요한 것에 에너지를 쓰지 않을 자유를 회복하는 지적인 선택이다. 문헌정보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은 자료의 수집이 아니라 엄격한 기준에 따른 제거와 폐기(Weeding)이다. 가치 없는 자료를 솎아낼 때 비로소 남은 자료들이 빛을 발하며 비로소 유기적인 컬렉션이 완성된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욕망에 즉각 반응하지 않는 '거리감'은 정보 리터러시의 정수라 할 수 있다. 자극적인 정보나 소유욕이라는 팝업 창이 뜰 때마다 클릭하지 않고 잠시 멈추는 능력, 즉 지연된 반응이 우리에게 사유의 공간을 제공한다. 무엇을 더 채울까 고민하기보다 무엇에 더 이상 에너지를 할당하지 않을지 결정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정보의 주인으로 거듭나게 된다.



소유의 시대에 덜 갖는다는 것은 가장 힙하고 발칙한 저항이다. 그것은 세상이 강요하는 무한 수집의 알고리즘에서 로그아웃하여 자신만의 정갈한 로컬 서버를 구축하는 일이다. 오늘도 나는 스크린리더를 통해 쏟아지는 수많은 텍스트 중에서 내 삶을 진정으로 풍요롭게 할 핵심적인 키워드만을 인덱싱하려 애쓴다. 옆에서 잠든 털 뭉치 동료의 단출한 삶(간식, 산책, 낮잠)을 보며, 진정한 자유란 결국 본질에 집중하는 심플한 인터페이스에서 온다는 사실을 다시금 배운다.

매거진의 이전글필연적 혼자의 시대와 정보학적 생존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