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같은 뇌를 쓰고 있는지도 몰라

by 김경훈

논문을 쓰다 보면 가끔 이런 기분이 들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고민이 혹시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와 실시간으로 동기화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야. 1910년과 1965년에 실시된 생쥐 지능 검사 결과를 보면 이런 의심은 꽤 합리적인 근거를 갖게 돼.



생쥐들의 기묘한 단체 진화


흥미로운 실험 데이터가 있어. 1910년에 전 세계 생쥐들을 대상으로 지능 검사를 했더니 평균 6점이 나왔대. 그런데 1965년에 똑같은 검사를 다시 했더니 평균 8점이 나온 거야. 재미있는 건 이 변화가 지리적 위치와 상관없이 지구상의 모든 생쥐에게서 동시에 일어났다는 사실이지.


유럽의 쥐가 특별히 더 공부를 많이 한 것도 아니고, 아시아의 쥐가 과외를 받은 것도 아니야. 그냥 생쥐라는 종 전체의 지능이 시간이 흐르면서 함께 업그레이드된 셈이지. 이걸 보면 개별적인 생물체의 뇌를 넘어, 지구적인 차원의 어떤 집단적인 지능, 즉 게슈탈트적인 의식의 바다가 존재하는 게 아닐까 싶어.



인류의 발명은 왜 짠 것처럼 동시에 일어날까


인간의 역사도 마찬가지야. 불, 화약, 직물 같은 위대한 발명품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중국, 인도, 유럽에서 비슷한 시기에 툭툭 튀어 나왔어. 당시에는 지금처럼 인터넷이 있어서 정보를 실시간으로 퍼 나를 수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야.


오늘날에도 이런 현상은 자주 보여. 전혀 다른 지역의 연구자들이 비슷한 시기에 같은 원리를 발견해서 특허 전쟁을 벌이곤 하지. 이걸 보면 아이디어나 영감이라는 건 어떤 특정한 사람의 머릿속에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대기권 밖 공중에 보이지 않는 전파처럼 떠다니고 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 주파수를 우연히 혹은 필사적으로 맞춘 사람들이 그 아이디어를 낚아채는 거지.



정보 리터러시는 공중의 아이디어를 낚는 그물


내가 공부하고 있는 정보 리터러시도 결국 이 관점에서 보면 꽤 근사해져. 리터러시라는 건 단순히 정보를 읽고 쓰는 기술이 아니야. 공중에 떠다니는 수많은 생각의 조각들 중에서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것을 골라내고, 그것을 우리 삶의 맥락에 맞게 엮어내는 지적인 낚시 기술인 셈이지.


누군가 위대한 아이디어를 낚아 올리면 인류 전체의 지능 지수가 조금씩 올라가. 생쥐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서로 연결되어 있고, 누군가의 깨달음은 보이지 않는 통로를 통해 우리 모두의 지적 수준을 상실하지 않게 지탱해주고 있어. 결국 나 혼자 잘나서 논문을 쓰는 게 아니라, 인류라는 거대한 게슈탈트의 한 부분으로서 공동의 지도를 그려나가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



우리가 지금 이 순간 느끼는 고뇌나 번뜩이는 생각들은 어쩌면 나만의 것이 아닐지도 몰라. 그것은 지구 어딘가에서 누군가와 함께 공유하고 있는 시대의 공기 같은 것이지. 그러니 연구가 막히거나 답답할 때는 잠시 고개를 들어보자고. 보이지 않는 공중에서 나를 향해 신호를 보내고 있을 그 수많은 아이디어 조각들을 향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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