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자 소아레스와 기록의 힘

by 김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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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봉 드 포레 작가님의 글을 통해 만난 엘자 소아레스의 삶은 비극적인 서사시가 강렬한 삼바의 리듬을 입고 부활한 듯한 전율을 준다. 작가는 엘자라는 이름을 빌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뻗어 나간 한 예술가의 영혼을 문학적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배고픔의 별에서 건너온 근원적인 슬픔


엘자가 오디션장에서 자신을 비웃는 사회자에게 던진 나는 배고픔의 별에서 왔다라는 대답은 이 글의 가장 강렬한 상징이다. 작가는 이 문장을 통해 엘자의 가난이 단순한 경제적 결핍이 아닌 우주적인 고립이자 투쟁의 시작이었음을 암시한다. 12살의 조혼과 14살의 출산이라는 참혹한 현실은 그녀의 목소리를 거칠게 연마시켰으며 그 거친 음색은 역설적으로 가장 진실한 예술의 도구가 된다. 작가는 엘자의 목소리가 예쁘지 않아서 더욱 아름다웠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포착하고 있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수렁과 침묵의 대가


브라질의 영웅 가린샤와의 관계를 서술하는 작가의 시선은 냉철하면서도 비통하다. 사랑이면서 동시에 감옥이었다는 엘자의 고백은 한 여성이 사회적 성취와 개인적 행복 사이에서 얼마나 처절하게 부서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작가는 국가적 영웅의 그늘에 가려져 마녀사냥의 제물이 되어야 했던 엘자의 침묵을 문장으로 복원해 낸다. 폭력과 고립 속에서도 그녀가 끝내 노래를 놓지 않았던 행위는 그 자체로 거대한 침묵에 맞서는 가장 시끄러운 저항이다.



세상의 끝에서 비로소 시작된 절창


글의 후반부에서 70세가 넘은 엘자가 보여주는 재기는 노년의 승리라는 진부한 수사를 넘어선다. 작가가 소개한 세상의 끝에 선 여자는 단순히 나이 듦에 대한 노래가 아니라 평생을 억눌러온 분노와 슬픔이 정점에 달했을 때 터져 나오는 해방의 함성이다. 가장 값싼 고기는 흑인의 살이라는 서늘한 가사를 내뱉는 80대의 엘자를 통해 작가는 예술이 어떻게 사회적 무기가 되고 개인의 구원이 되는지를 증명한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 한 노래는 멈추지 않는다


마봉 드 포레 작가님의 글은 엘자 소아레스라는 한 인물에 대한 기록을 넘어 우리 삶의 진창 속에서도 어떻게 노래를 멈추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실존적인 질문을 던진다. 거칠고 험한 팔자를 기꺼이 자신의 리듬으로 삼았던 한 여자의 일생을 우리는 작가의 섬세한 문장을 통해 비로소 온전하게 대면하게 된다. 엘자의 이름이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작가의 간절한 마음은 이제 글을 읽은 모든 이의 가슴속에서 새로운 삼바의 리듬으로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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