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대한민국에서 환기 시설 유지비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곳이다. 천장에는 항공기 엔진만 한 대형 환풍기 열두 대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우웅- 우웅-’. 저음의 기계적인 진동이 바닥을 타고 올라와 방청석 의자에 앉은 한의 엉덩이를 둔탁하게 울렸다. 공기 중에는 묘한 냄새가 섞여 있었다. 갓 구운 빵 냄새처럼 고소한 ‘진실’의 향은 아주 희미했고, 하수구 냄새 같은 ‘거짓’과 삭힌 홍어 냄새를 닮은 ‘위선’이 콧속 점막을 맵게 찔렀다.
한은 방독면을 고쳐 썼다. 고무 밴드가 뒤통수를 조이는 느낌이 뻐근했다. 그의 직업은 ‘언어 방역 전문가’였다. 유력 대권 주자인 김 의원의 연설이 있을 때마다, 실시간으로 터져 나오는 거짓말의 악취를 화학 중화제로 덮어버리는 게 그의 일이었다. 말이 곧 냄새가 되는 세상에서 그는 일종의 특수 청소부였다.
단상에 김 의원이 올라왔다. 묵직한 구두 굽 소리가 ‘또각, 또각’ 적막을 깼다. 마이크를 톡톡 치는 소리가 스피커를 찢고 나왔다. ‘퍽, 퍽’. 김 의원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제가 당선된다면, 전 국민에게 매월 50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습니다!”
그 순간이었다. 김 의원의 입에서 누런 가스가 뿜어져 나왔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코는 속일 수 없었다. 순식간에 음식물 쓰레기 봉투가 터진 듯한 시큼하고 역한 냄새가 본회의장을 덮쳤다. “우욱!” 방청석 앞줄에 앉은 기자들이 헛구역질을 했다. 썩은 냄새는 묵직하고 끈적하게 바닥을 기어다녔다. 한은 익숙하게 콘솔 박스의 레버를 당겼다. ‘치익-’. 천장 스프링클러에서 라벤더 향 중화제가 쏟아져 내렸다. 쓰레기 냄새와 라벤더 향이 뒤섞여, 마치 화장실 방향제로 똥냄새를 덮으려다 실패한 듯한 기괴한 악취가 만들어졌다.
기자들이 코를 싸쥐는 사이 상대 당 의원이 독사처럼 파고들었다.
“김 의원님, 지난번 불법 청탁 의혹과 내연녀 스캔들, 사실입니까?”
장내가 술렁거렸다. 김 의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여기서 인정하면 정치 생명은 끝이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면? 저 엄청난 악취 때문에 경보기가 울리고 회의장이 강제 폐쇄될 것이다. 딜레마였다. 김 의원은 땀을 뻘뻘 흘렸다. 셔츠 깃이 땀에 젖어 목을 조여오는 것이 보일 듯했다.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마이크를 통해 목울대가 움직이는 소리가 ‘꿀꺽’ 하고 적나라하게 들렸다.
한은 긴장했다. 이건 핵폭탄급 거짓말이다. 아마 방독면 필터를 뚫고 들어오는 생화학 테러 수준의 암모니아 냄새가 터질 것이다. 한은 최대 출력으로 환풍기를 돌릴 준비를 했다. 손가락 끝에 차가운 플라스틱 버튼의 감촉이 닿았다.
김 의원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저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습니다! 그 모든 것은 조작된 음모이며, 저는 결백합니다!”
한은 즉시 레버를 당길 준비를 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쉬이잉-’. 환풍기 돌아가는 소리만 요란할 뿐, 공기는 맑았다. 아니, 오히려 상쾌했다. 마치 새벽 숲속에 와 있는 듯한 청량한 피톤치드 향이 김 의원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와아아아!”
지지자들이 환호했다. “진실이다! 진실의 향기다!” 기자들은 방독면을 벗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향긋한 솔잎 냄새가 폐부 깊숙이 들어왔다. 거짓말 탐지기인 대중의 ‘후각’이 그를 ‘무결점’으로 판정한 것이다. 김 의원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보십시오! 제 말은 진실입니다!”
한은 멍하니 계기판을 바라보았다. 수치는 정상이 아니었다. 거짓말 농도는 ‘0’이 아니라 ‘측정 불가’였다. 기계가 고장 난 걸까? 그때, 한의 헤드셋으로 김 의원의 주치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치고 들어왔다.
“한 팀장! 큰일 났네. 김 의원님 MRI 결과가 지금 나왔어. 전두엽 손상이야.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 말기라고!”
“네? 그게 무슨...”
“본인은 그게 거짓말인 줄 몰라! 진짜로 자기가 결백하다고 믿고 있다고! 뇌가 완전히 망가져서 현실과 망상을 구분을 못 해!”
한은 소름이 돋았다.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거짓말을 하면 악취가 난다. 이 사회의 대전제였다. 하지만 자신이 진실이라고 믿어버린 완벽한 ‘망상’은 악취가 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어떤 진실보다 순수한 확신이기에, 가장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
단상 위의 김 의원은 이제 완전히 미친 눈빛으로 외치고 있었다.
“제가 당선되면, 태양을 서쪽에서 뜨게 하겠습니다! 바닷물을 꿀물로 바꾸겠습니다! 저는 신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말도 안 되는 헛소리였다. 논리적으로는 명백한 개소리였다. 하지만 회의장에는 그 어느 때보다 진하고 달콤한 아카시아 꽃향기가 진동했다. 꿀처럼 끈적하고 달디단 향기가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사람들은 그 치명적인 향기에 취해 박수를 치고 있었다. 열광적인 박수 소리가 ‘짝짝짝’ 귓가를 때렸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향기가 곧 진실인 세상이었으니까.
한은 다시 방독면을 눌러썼다. 필터 틈새로 들어오는 꽃향기가 역겨워 구역질이 났다. 이 향기는 악취보다 더 위험했다. 그것은 나라를 통째로 집어삼킬 ‘광기의 향기’였다. 환풍기는 여전히 ‘우웅-’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지만, 이미 오염된 것은 공기가 아니라 사람들의 뇌였다. 꽃밭 같은 지옥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