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 통곡 주식회사

by 김경훈

강남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실의 공기는 건조하고 서늘했다. 천장형 에어컨이 뱉어내는 냉기가 국화꽃의 비릿한 향과 섞여 코끝을 맵게 찔렀다. 주인공 ‘케이(K)’는 목을 가다듬었다. 목젖이 껄끄러웠다. 그는 오늘만 벌써 세 번째 출근이었다. 그의 직업은 ‘곡비(哭婢)’, 즉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조선시대의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는 ‘감정 노동자’가 아니라 ‘감정 배수구’였다. 슬픔을 느낄 시간조차 아까운 자본주의의 정점들이 자신의 뇌에서 ‘비탄’이라는 화학 신호를 뽑아내 케이에게 전송하면, 케이가 대신 소리 내어 울어주는 시스템이었다.


빈소 안에는 수천만 원짜리 조화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었지만, 정작 상주인 회장님의 자식들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그들은 최신형 스마트폰을 들고 주가 그래프를 확인하거나, 변호사와 상속세 절세 방안을 논의하느라 바빴다. 그들의 눈은 사막처럼 메말라 있었다. 현대 의학은 ‘슬픔 제거 시술’을 가능케 했다. 편도체를 건드려 우울감을 느끼는 회로를 차단해 버린 것이다. 덕분에 그들은 부모의 죽음 앞에서도 이성적이고 효율적인 비즈니스를 할 수 있었다. 단, 사회적 체면을 위해 ‘울어줄 개’가 필요했을 뿐이다.


“준비됐나?”


상주인 장남이 케이에게 눈짓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물기가 전혀 없었다. 마치 AI 스피커처럼 건조했다. 케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영정 사진 앞에 무릎을 꿇었다. 차가운 대리석 바닥의 냉기가 무릎 연골을 파고들었다. 케이는 귀 뒤에 부착된 ‘감정 수신 패치’의 전원을 켰다. ‘삐빅’. 곧이어 장남이 자신의 손목시계 버튼을 눌렀다. 전송이 시작되었다.


“으어어어엉! 아이고! 회장님! 아이고!”


케이의 입에서 짐승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것은 연기가 아니었다. 장남의 무의식 속에 억눌려 있던, 그러나 느끼기는 거부했던 거대한 상실감이 케이의 뇌로 다이렉트로 꽂혔기 때문이다. 케이는 가슴을 쥐어뜯었다. 심장이 믹서기에 갈리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눈물과 콧물이 범벅되어 넥타이를 적셨다. 끈적하고 뜨거운 액체가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감각이 생생했다.


“꺼이꺼이! 아버님! 불효자는 웁니다! 어찌 가셨습니까!”


케이의 통곡 소리가 장례식장 복도를 울렸다. 그 소리는 처절하다 못해 기괴했다. 바닥을 구르고 머리를 찧었다. ‘쿵, 쿵’. 이마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조문객들은 그 광경을 보고 수군거렸다. “역시 효자시네. 아드님이 고용한 곡비가 저렇게 서럽게 우는 걸 보니, 고인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겠어.” 그들은 케이의 고통을 소비하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반면, 감정을 전송해 버린 장남은 세상에서 가장 개운한 표정이었다. 묵은 체증이 내려간 듯, 그는 뒷목을 잡고 스트레칭을 했다. ‘우두둑’. 뼈 소리가 경쾌했다. 그는 비서에게 귓속말했다. “야, 저 친구 성능 좋네. 내 슬픔 수치가 0%가 됐어. 아주 상쾌해. 밥맛이 다 도네. 육개장 준비해.” 장남은 아버지가 죽은 날, 가장 맑은 정신으로 육개장에 밥을 말아 김치까지 얹어 먹었다. ‘후루룩, 쩝쩝’. 국물을 들이켜는 소리가 케이의 통곡 소리와 묘한 화음을 이루었다.


3시간의 통곡이 끝났다. 케이는 탈진하여 바닥에 널브러졌다. 성대는 찢어질 듯 아팠고, 눈은 퉁퉁 부어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패치 연결이 해제되자, 거짓말처럼 슬픔이 사라지고 지독한 허무함만이 남았다. 장남이 다가와 수표 봉투를 던졌다. 봉투가 케이의 땀 젖은 셔츠 위에 툭 떨어졌다.


“수고했어. 덕분에 주주총회 방어 준비를 완벽하게 할 수 있겠군. 감정에 휘둘리면 판단력이 흐려지거든.”


케이는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새벽 공기가 차가웠다. 입금이 확인되었다는 진동이 울렸다. 100만 원. 남의 슬픔을 대신 소화해 준 대가였다. 그때, 케이의 주머니 속 개인 전화기가 울렸다. 요양병원이었다.


“여보세요? 케이 씨 되시죠? 방금... 어머님이 운명하셨습니다. 빨리 오셔야겠습니다.”


케이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야 했다. 세상이 무너지는 슬픔을 느껴야 했다. 그는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영안실의 차가운 철제 침대 위에 어머니가 누워 있었다. 쭈글쭈글한 손, 감겨진 눈. 케이는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촉감이 손바닥에 전해졌다.


그는 울려고 했다. 목구멍을 열어 소리를 지르려고 했다. 어머니, 하고 불러보려 했다.

하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눈을 찡그려봤지만, 눈물샘은 사막처럼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쳇바퀴’ 소리처럼 쇳소리만 픽픽 새어 나왔다.


[경고: 일일 감정 할당량 초과. 눈물샘 기능 정지.]


케이의 뇌 속에 이식된 칩이 경고음을 울렸다. 그는 오늘 하루치 슬픔을 돈 받고 모두 팔아버린 것이다. 남의 부모를 위해 너무 많이 울어버린 나머지, 정작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 흘릴 눈물이 단 한 방울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의 뇌는 어머니의 죽음을 ‘처리 완료된 데이터’로 인식하고 있었다. 케이는 멍하니 서 있었다. 슬프지 않았다. 오히려 끔찍할 정도로 차분하고 상쾌했다.


결국 케이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 익숙한 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대리 통곡 센터죠? 여기... 특급 곡비 한 명만 보내주세요. 제가... 제가 지금 울 수가 없어서요.”


자신의 어머니 장례식장에서 울기 위해, 그는 오늘 번 돈을 고스란히 다른 곡비에게 송금해야 했다. 잠시 후 도착한 동료 곡비가 케이 대신 바닥을 구르며 통곡했다. “아이고! 어머님!” 그 처절한 울음소리를 들으며, 케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육개장 국물을 떠먹었다.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 짠 국물이 식도로 넘어갔다. ‘꿀꺽’. 그 소리가 적막한 영안실에 유난히 크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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