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취의 가격

by 김경훈

김 씨는 스포이트로 ‘노네날(Nonenal)’ 용액을 한 방울 떨어뜨렸다. 시큼하고 퀴퀴한, 흔히 ‘홀아비 냄새’라고 불리는 지방산 화합물이었다. 2080년의 서울은 무균실처럼 깨끗했고, 사람들의 땀샘은 유전자 가위로 편집되어 더 이상 악취를 풍기지 않았다. 하지만 김 씨의 ‘후각 연구소’에서는 그 역겨운 냄새가 1밀리리터당 10만 원에 팔렸다.


“찾으시는 향이 있습니까?”


마스크를 쓴 여자가 들어왔다. 그녀는 최신형 안드로이드 ‘허즈번드 모델’을 대동하고 있었다. 남편 로봇은 조각상처럼 완벽한 외모에, 은은한 시트러스 향수 냄새를 풍겼다.


“이거… 냄새 좀 바꿔주세요.” 여자가 로봇을 가리키며 말했다.


“향수가 마음에 안 드십니까? 최고급 라벤더 오일로 바꿔드릴 수 있습니다만.”


“아니요. 향기 말고… 냄새요. 진짜 사람 냄새.”


여자는 신경질적으로 로봇의 셔츠 깃을 잡아당겼다.


“얘는 너무 깨끗해요. 잘 때 옆에 누우면 섬유유연제 냄새만 나요. 마치 백화점 마네킹이랑 자는 기분이라고요. 살아있는 것 같지가 않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냄새를 원하십니까?”


김 씨는 태블릿을 켰다.


“땀 냄새? 입 냄새? 아니면 비 오는 날 젖은 양말 냄새?”


“그냥…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 냄새요. 찌들어 있고, 지쳐 있고, 약간은 쉰내가 나는.”


김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피로’의 냄새. 가장 인기 있는 품목 중 하나였다.


그는 조향대(調香臺) 앞에 섰다. 이곳에는 장미나 재스민 오일 따위는 없었다. 대신 ‘피지 추출물’, ‘니코틴 농축액’, ‘묵은 먼지’, ‘알코올 분해 효소’ 같은 라벨이 붙은 갈색 병들이 즐비했다.


그는 베이스 노트를 깔기 위해 ‘피지 냄새’를 선택했다. 머리를 사흘쯤 안 감았을 때 정수리에서 나는 기름진 냄새였다.


미들 노트로는 ‘지하철 2호선의 공기’를 섞었다. 금속성 먼지와 수많은 사람의 날숨이 섞인 꿉꿉한 냄새.


그리고 톱 노트가 중요했다. 김 씨는 ‘저렴한 소주’ 향과 ‘삼겹살 기름’ 향을 아주 미세하게 블렌딩했다. 회식하고 돌아온, 고단한 가장의 냄새를 재현하기 위해서였다.


“조금 역할 수도 있습니다.”


김 씨는 완성된 향수를 시향지(스멜 스트립)에 적셔 여자에게 건넸다.


여자는 조심스럽게 코를 댔다.


킁.


그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으… 독하네요.”


“네. 알코올 분자가 코 점막을 자극하니까요. 그리고 지방산이 산화되면서 나는 냄새가 섞여 있습니다.”


여자는 시향지를 내려놓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한번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찌푸려졌던 미간이 서서히 펴지더니, 눈가가 촉촉해졌다.


“맞아요… 이 냄새였어요. 현관문 열고 들어오면 나던 냄새.”


그녀는 옆에 서 있던, 무표정한 안드로이드 남편을 바라보았다. 완벽하게 잘생겼지만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 플라스틱 인형. 그녀는 그 인형에게서 죽은 전남편의 지독한 술 냄새를 찾고 있었다.


“이걸로 해주세요. 아주 진하게.”


김 씨는 로봇의 목덜미와 겨드랑이에 있는 향기 분사구 카트리지를 교체했다. ‘시트러스’ 카트리지를 빼고, ‘고단한 가장 Type-B’ 카트리지를 끼워 넣었다.


칙.


로봇의 몸에서 퀴퀴한 쉰내가 풍겨 나왔다. 위생 검열관이 맡았다면 당장 폐기 처분을 내렸을 법한 악취였다.


하지만 여자는 로봇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


“다녀왔어?” 여자가 물었다.


로봇은 입력된 알고리즘대로 대답했다. “응, 피곤하네.”


여자는 로봇의 땀 냄새, 아니 합성된 지방산 냄새를 폐부 깊숙이 들이마셨다. 그제야 그녀는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더럽고, 불쾌하고, 코를 찌르는 그 악취가 그녀에게는 ‘존재의 증명’이었다.


여자가 계산을 하고 나갔다. 가게 안에는 아직도 쿰쿰한 냄새가 남아 있었다.


김 씨는 환풍기를 틀려다가 멈췄다.


그는 자신의 손목 냄새를 맡았다. 무취(無臭). 완벽한 소독과 유전자 조작 덕분에 자신에게선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그는 선반 구석에 있는 작은 병을 꺼냈다. ‘여름 장마철 곰팡이’라고 적힌 병이었다. 뚜껑을 열자 눅눅하고 비릿한 냄새가 올라왔다. 쾌적함과는 거리가 먼, 불쾌함 그 자체.


하지만 김 씨는 눈을 감고 그 냄새를 음미했다.


세상은 너무 깨끗해져서 이제는 더러움이 사치가 되었다. 썩어가는 것들만이 살아있다는 증거니까.


그는 가게 셔터를 내렸다. 어둠 속에서 오직 코끝만이 예민하게 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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