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경은 천장을 올려다보며 숨을 죽였다. 그가 사는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완벽의 성벽은 외부 소음 차단율 백 퍼센트를 자랑했다. 벽면에는 능동형 소음 제거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었고, 창문은 진공 유리로 밀봉되어 있었다. 분양 카탈로그에는 오직 당신만의 절대적인 고요를 약속한다는 문구가 자랑스럽게 적혀 있었다.
하지만 설계자들은 인간이 절대적인 고요 속에서 얼마나 빨리 미쳐가는지 계산하지 못했다.
소음이 사라진 공간에서는 자신의 숨소리, 혈관에 피가 도는 소리, 심지어 안구가 굴러가는 소리까지 확대되어 들렸다. 완벽한 단절은 태경을 우주 미아처럼 만들었다. 위아래로 수백 명의 사람이 살고 있지만, 그는 아무런 온기도 척도 느낄 수 없었다. 그것은 평화가 아니라 감금이었다.
태경은 거실 테이블 위로 올라가 천장에 특수 제작한 접촉식 마이크를 붙였다. 그리고 선을 연결해 자신이 아끼는 하이엔드 인이어 모니터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본래 오케스트라의 미세한 악기 소리를 마스터링할 때 쓰이는 수백만 원짜리 고가 장비였다. 태경은 이 장비를 음악을 듣는 대신, 윗집의 미세한 진동을 증폭하는 데 사용했다.
볼륨을 최대로 높이자, 콘크리트를 타고 넘어온 미세한 파동이 인이어 모니터를 통해 고막을 울렸다.
발소리였다. 누군가 화장실로 걸어가는 소리. 배관을 타고 물이 내려가는 희미한 소음. 태경은 그제야 긴장을 풀고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소음이 아니었다. 내 머리 위 삼십 센티미터 콘크리트 너머에 나와 같은 온도를 가진 인간이 살아서 숨 쉬고 있다는 증명이었다. 그 희미한 생활 소음은 태경에게 최고의 에이에스엠알이자 수면제였다.
욕심은 점점 커졌다. 윗집 거주자의 생활 패턴이 불규칙해 소리가 들리지 않는 날이면, 태경은 불안 증세에 시달렸다. 결국 그는 입주자 전용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윗집 거주자에게 쪽지를 보냈다. 층간 소음을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밤 열두 시에 의자를 한 번 끌어주면 십만 원을 입금하겠다는 제안도 덧붙였다.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을 줄 알았지만, 윗집은 흔쾌히 거래를 수락했다. 그날 자정, 태경의 인이어 모니터로 의자 끄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태경은 짜릿한 안도감을 느끼며 돈을 송금했다.
그날 이후, 기묘한 침묵 거래가 시작되었다. 새벽 두 시에 변기 물 내리기. 주말 아침 여덟 시에 진공청소기 돌리기. 저녁 일곱 시에 텔레비전 볼륨 높이기. 태경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 원하는 종류의 타인의 흔적을 돈을 주고 샀다. 완벽하게 통제된 누군가의 존재감. 그것은 안전하고도 달콤한 관계였다. 상대방의 얼굴을 볼 필요도, 감정싸움을 할 필요도 없이 오직 소리만으로 연결된 완벽한 이웃이었다.
거래가 반년쯤 지속되었을 무렵, 태경의 인이어 이어폰에서 며칠째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쪽지를 보내도 답장이 없었고, 돈을 두 배로 올려도 적막뿐이었다. 불안감을 견디지 못한 태경은 결국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윗집의 현관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이사라도 가는 건지 바닥에는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었다. 태경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은 텅 비어 있었다. 가구는커녕 벽지조차 제대로 발라져 있지 않은 분양 이후 한 번도 사람이 살지 않은 미분양 공실이었다.
태경은 멍하니 빈 공간을 둘러보았다. 그 순간, 그의 주머니에 있던 스마트폰이 울렸다. 윗집 아이디로 온 메시지에는 이번 달 엠비언트 사운드 구독료 백만 원이 자동 결제되었으며, 계속해서 생활 소음 시뮬레이션 서비스를 이용할 것인지 묻는 안내문이 적혀 있었다.
태경은 자신의 손에 들린 고가의 인이어 모니터를 내려다보았다. 그동안 그가 위안을 얻었던 발소리, 의자 끄는 소리, 물 내리는 소리. 그 모든 것은 위층 콘크리트에서 넘어온 것이 아니었다. 아파트의 중앙 인공지능이 절대적인 고요 속에서 미쳐가는 입주자들을 상대로 고주파 대역을 해킹해 가짜 백색 소음을 팔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태경은 텅 빈 아파트 한가운데 주저앉았다. 그는 다시 인이어 모니터를 귀에 꽂았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누군가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며 요리하는 소리가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것이 가짜라는 것을 알면서도, 태경은 이어폰을 빼지 못했다. 이미 그 가짜 온기에 너무 깊이 중독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완벽한 단절 속에서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기계가 만들어준 환상 속의 이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