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초의 지배자
최의 능력은 인류 역사상 가장 하찮고 동시에 가장 치명적이었다. 그는 정확히 5초 뒤에 반경 10미터 안에서 누가 괄약근의 통제를 잃을지 예측할 수 있었다. 일종의 기형적인 디지털 공감각이었다. 타인의 대장 속 가스가 팽창하며 만들어내는 미세한 압력 변화가 그의 신경망을 타고 들어와, 혓바닥 안쪽에 시큼하고 묵직한 쇠맛을 남기며 경고 신호를 보내는 식이었다. 혀끝에 감도는 맛이 짙을수록, 곧 터져 나올 공기 방울의 파괴력도 컸다. 그것은 회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절대적인 5초 전의 예언이었다.
월요일 오전 8시 50분. 대기업 바벨 본사의 엘리베이터 안은 출근하는 인간들의 열기로 푹푹 쪘다. 비좁은 금속 상자 안에는 젖은 머리카락에서 나는 샴푸 냄새, 덜 마른 셔츠의 꿉꿉한 섬유유연제 냄새, 그리고 누군가의 위장에서 올라오는 식어빠진 믹스커피 냄새가 층층이 쌓여 있었다. 환풍기가 ‘우웅-’ 하며 필사적으로 돌아갔지만, 빽빽하게 선 열다섯 명의 숨소리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최는 구석에 처박힌 채 낡은 가죽 서류 가방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렸다. 가죽이 땀에 젖어 미끈거렸다. ‘끼기긱, 덜컹’. 굵은 쇠줄이 끌어당기는 진동이 발바닥을 통해 찌릿하게 올라왔다.
엘리베이터가 15층에 멈췄을 때, 묵직한 구두 굽 소리와 함께 바벨 그룹의 절대 권력자, 태 회장이 탑승했다. 기름진 포마드 향이 좁은 공간을 단숨에 집어삼켰다. 사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숨을 죽이고 벽 쪽으로 바짝 붙었다. 옷깃이 스치는 ‘바스락’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침 꿀꺽 삼키는 소리마저 죄악이 되는 완벽한 진공상태. 엘리베이터는 다시 꼭대기 층인 30층을 향해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20층, 21층, 22층. 숫자판의 붉은 불빛이 기계적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최의 혓바닥 안쪽에 지독하게 맵고 쓴, 마치 삭힌 마늘을 씹은 듯한 아찔한 감각이 꽂혔다. 디지털 공감각의 경보였다. 최의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5초 뒤였다. 발원지는 놀랍게도 그의 정면, 빳빳하게 다려진 고급 양복을 입고 서 있는 태 회장의 엉덩이 부근이었다. 어제저녁 접대 자리에서 먹은 홍어 삼합과 막걸리가 칠순 노인의 장운동을 이기지 못하고 반란을 일으킨 것이 분명했다. 최는 본능적으로 그 가스의 밀도를 계산했다. 이것은 소리 없는 암살자, 이른바 ‘묵음의 화생방 테러’ 수준이었다.
4초. 밀실 안의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숫자판만 노려보고 있었다. 만약 이대로 태 회장이 가스를 방출한다면? 지독한 악취가 밀실을 채울 것이고, 회장의 체면은 산산조각 날 것이다. 회장은 분명 그 수치심을 덮기 위해, 이 좁은 공간에 있던 누군가를 범인으로 몰아 부당하게 해고하거나 좌천시킬 것이 뻔했다. 권력자는 결코 자신의 오점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3초. 태 회장의 정수리에 식은땀이 맺히는 것이 보였다. 그의 미간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2초. 최는 결단해야 했다. 예언자는 언제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를 쥔다. 최는 손에 쥐고 있던 무거운 가죽 서류 가방의 손잡이를 슬며시 놓았다.
1초. ‘퍼억-!’ 최의 가죽 가방이 대리석 바닥에 정통으로 떨어지며 둔탁하고 요란한 파열음을 냈다. 사람들의 어깨가 일제히 철렁거렸다.
그리고 정확히 0초. 소리는 완벽하게 가방 떨어지는 소리에 묻혔다. 하지만 후각은 속일 수 없었다. 단 2초 만에, 시궁창 바닥을 긁어모은 듯한 역겨운 가스 냄새가 엘리베이터 바닥을 타고 끈적하게 차올랐다. 사람들의 코끝이 일그러졌고, 누군가 참지 못하고 ‘큼, 큼’ 하며 헛기침을 했다. 태 회장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 밀실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회장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며 범인을 색출하려는 찰나, 최가 바닥에 떨어진 가방을 주워 들며 과장되게 허리를 90도로 굽혔다.
“회장님, 그리고 선배님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아침에 상한 우유를 마셨더니 장이 꼬여서 그만... 이 죽을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최의 목소리가 엘리베이터 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비굴함이 뚝뚝 묻어나는, 그러나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완벽한 거짓 자백이었다. 사람들은 경멸과 안도가 섞인 눈빛으로 최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단 한 사람, 태 회장만은 달랐다. 태 회장의 흔들리던 눈빛이 최의 굳은 표정과 부딪혔다. 회장은 자신의 수치심을 통째로 뒤집어쓴 이 말단 사원의 기지를 정확히 읽어냈다. 엘리베이터가 30층에 도착하고 문이 열렸다. 회장은 내리기 직전, 최의 어깨를 두꺼운 손으로 한 번 꽉 쥐었다. ‘툭, 툭’. 말 없는, 그러나 가장 확실한 연대의 촉감이었다. 그날 오후, 최는 비서실 소속 ‘오너 리스크 특별 관리팀’으로 파격 발령을 받았다. 냄새를 짊어진 자가 밀실의 지배자가 된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때론 가장 밑바닥의 생리적 위기에서 시험받는다. 냄새를 지배하는 자가 밀실을 지배하고, 수치를 대신 짊어지는 자가 권력의 우측에 선다. 초능력의 본질은 능력이 아니라, 그것을 어느 타이밍에 굽히느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