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의 뮈스테리아

by 김경훈

인간은 무수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동물적인 조건을 넘어서서 더 높이 올라가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럼으로써 결국 인간의 삶에 수직의 차원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고대의 많은 종교들이 입문자들에게 심오한 교의를 전수하기 위해 치렀던 비밀 의식, 즉 뮈스테리아는 바로 그 상승의 문을 열기 위한 가혹한 과정이었다. 빛을 잃고 영원한 어둠 속으로 입문한 나에게 세상은 매일매일이 거대한 신비 의식의 연속과 같다. 내 이름은 엘리야. 남들이 보지 못하는 이면의 진실을 냄새와 소리 그리고 촉각으로 읽어내는 탐정이다. 내 발치에는 나의 완벽한 눈이자 동반자인 래브라도 리트리버 탱고가 규칙적인 숨을 내쉬며 엎드려 있다.



봄비가 아스팔트를 적시는 눅눅한 오후였다. 약혼자 보보와 함께 준비하고 있는 성당에서의 결혼식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익숙한 커피 향이 감도는 나의 사무실에 불규칙하고 무거운 발소리를 내며 한 여자가 찾아왔다. 그녀의 구두 굽 소리는 극도로 불안하게 흔들렸고, 옷자락에서는 짙은 상복의 냄새와 오래된 국화꽃 향기가 배어 있었다. 그녀는 일주일 전 의과대학의 비밀스러운 지하 실습실에서 추락사한 남동생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찾아달라고 했다. 경찰은 안전 수칙을 어긴 단순한 실족사로 결론을 내렸지만, 그녀는 동생이 죽기 전 남긴 기묘한 음성 메시지 때문에 타살을 강하게 확신하고 있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동생은 의과대학에서 가장 뛰어난 지능을 가진 수재였다. 그는 최근 해부학과 고대 상징 체계의 권위자인 저명한 교수의 은밀한 독서 모임에 선발되었다고 한다. 그 모임은 단순한 학술 단체가 아니었다. 교수는 고대 이집트의 이시스 신비 의식을 현대에 재현하려는 기괴한 광기를 가진 자였다. 여신 이시스는 그리스 신화의 데메테르와 동일시되는 곡물의 여신으로, 죽음과 부활에 관한 궁극의 깨달음을 주관한다. 교수는 자신의 학문적 후계자를 발탁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이시스 신비 의식을 모방한 네 가지 원소의 시련을 통과하도록 강요했다. 동생은 그 가학적인 시련을 치르던 중 마지막 단계에서 깊은 심연으로 추락해 목숨을 잃은 것이다.



나는 탱고의 하네스를 잡고 여자가 안내한 교수의 사유지로 향했다. 도심 외곽에 위치한 거대한 저택은 음산하고 서늘한 공기를 품고 있었다. 저택의 지하에는 교수가 고대의 의식을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설계한 거대한 콘크리트 미로가 숨겨져 있었다. 교수는 시각장애인 탐정인 나를 보고 오만하고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지하의 문을 열어주었다. 그는 자신의 완벽한 지적 성채에서 일어난 일이 그저 나약한 제자의 불행한 사고였음을 당당하게 증명하고 싶어 했다. 지하로 내려가는 가파른 계단에서부터 서늘하고 축축한 곰팡이 냄새가 나의 폐부를 무겁게 찔렀다. 나는 지팡이로 거친 벽의 질감을 느끼며, 기원전의 입문자처럼 고요한 어둠 속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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