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중소기업 영업 이 팀 사무실의 공기는 늘 매캐한 프린터 토너 냄새와 덜 마른걸레의 쉰내로 찌들어 있었다. 만성 피로에 찌든 삼십 대 대리 이민수는 모니터 앞에서 양 손목을 부여잡고 신음했다. 손가락 끝부터 팔꿈치까지 수만 개의 바늘로 찌르는 듯한 저릿한 통증이 혈관을 타고 올랐다. 손목 터널 증후군. 현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달고 사는 흔한 질병이라지만, 민수의 병증은 마우스를 많이 쥐어서 생긴 영광스러운 상처가 아니었다. 그것은 오직 한 사람, 머리가 훌렁 벗겨진 영업 팀 김 부장을 향한 맹목적이고도 처절한 아부의 대가였다.
민수의 초능력은 이 기괴한 하향 평준화 시대에서도 유독 치사하고 비굴한 능력이었다. 그가 두 손을 마주쳐 박수를 치면, 그 마찰음이 울려 퍼지는 정확히 삼 초 동안만 주변 사람들의 탈모가 완벽하게 치료되었다. 삼 초. 호흡 한 번이면 끝나는 그 찰나의 시간 동안, 죽어버린 모낭에서 거무스름하고 풍성한 머리카락이 기적처럼 솟아올랐다가, 박수 소리가 멎으면 썰물처럼 두피 속으로 잔인하게 빨려 들어갔다. 세상을 구하거나 범죄자를 잡는 데는 단 1그램의 쓸모도 없는, 오직 탈모인의 헛된 희망만을 삼 초간 희롱하는 악마 같은 능력이었다.
오전 열한 시, 김 부장이 헛기침을 하며 회의실 상석에 앉았다. 그의 정수리는 대구의 뜨거운 초여름 햇살을 받아 형광등처럼 번쩍거리고 있었다. 번들거리는 피지 냄새와 싸구려 아저씨 스킨 향이 회의실의 무거운 공기를 갈랐다. 김 부장이 신경질적으로 서류를 책상에 내리쳤다.
"이 대리, 이번 달 영업 실적이 이게 뭡니까. 팀원들 사기가 이렇게 바닥을 쳐서야 회사가 돌아가겠어? 분위기 한 번 띄워봐. 나 오늘 기분 아주 우울하니까, 제대로 한 번 살려보라고."
김 부장의 뱀 같은 눈이 민수의 손목을 핥고 지나갔다. 실적은 핑계였다. 삼 년 전, 회식 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운다며 무심코 쳤던 민수의 박수 한 번이 모든 비극의 시작이었다. 그때 삼 초 동안 자신의 정수리에서 찰랑거리던 이십 대 시절의 풍성한 머리숱을 맛본 김 부장은, 그 마약 같은 찰나의 쾌감을 잊지 못하고 매일같이 민수의 박수를 갈취하고 있었다.
민수는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덜너덜해진 손목 인대가 당장이라도 끊어질 듯 비명을 질렀지만, 인사 고과를 쥔 부장의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자, 팀장님 말씀대로 우리 영업 이 팀, 파이팅하자는 의미에서 힘차게 박수 세 번 시작합시다. 짝, 짝, 짝."
민수가 이를 악물고 양 손바닥을 강하게 부딪쳤다. 짝. 둔탁한 마찰음이 회의실을 울리는 순간, 끔찍한 통증이 손목 신경을 타고 뇌수를 강타했다. 하지만 기적은 즉각적으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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