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테노페의 눈물

by 김경훈

바다의 비릿한 냄새가 섞인 끈적한 바람이 불어온다.


나는 지팡이를 짚고 거대한 해안가 대극장의 로비에 서 있다.


내 발밑에는 안내견 탱고가 매끄러운 대리석 바닥의 진동을 느끼며 엎드려 있다.


시각이 차단된 나의 세계에서 이 극장은 거대한 소리의 동굴과 같다.


어디선가 바이올린의 현을 조율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고 두꺼운 벨벳 커튼이 쓸리는 무거운 마찰음이 공기를 타고 흐른다.


오늘은 평화로운 오페라 관람을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이 화려한 극장의 무대 아래 깊고 습한 지하 수조에서 기묘한 죽음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사망한 자는 최근 예술계에서 가장 주목받던 천재 연출가였다.


그는 세이렌이라는 제목의 대형 창작 오페라를 준비하고 있었다.


세이렌은 밧줄로 묶는 여자들이라는 뜻을 가진 고대 신화 속의 존재다.


완벽하고 마력적인 노래로 방향 감각을 잃은 뱃사람들을 암초로 이끌어 난파시키고 그들을 잡아먹는 치명적인 괴물들.


연출가는 무대 아래에 실제 바닷물을 채운 거대한 투명 수조를 설치하고 그 안에서 배우들이 유영하며 노래하는 파격적인 무대를 기획했다.


하지만 며칠 전 새벽 연출가 본인이 그 수조 안에서 익사한 채 발견되었다.


경찰은 그가 수조의 조명을 점검하다가 발을 헛디뎌 빠진 단순 사고사로 결론을 내리려 했다.


하지만 극장의 총감독은 나를 찾아와 조용히 사건의 재조사를 의뢰했다.


연출가가 죽기 전 누군가 자신의 무대를 망치려 한다며 극도의 망상과 피해망상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나는 탱고의 하네스를 잡고 무대 뒤편의 좁고 가파른 나선형 계단을 내려갔다.


지하로 내려갈수록 공기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습도가 높아졌다.


수조가 있는 지하 공간에 도착하자 나의 후각이 예민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바닷물을 흉내 내기 위해 풀어놓은 정제염의 짠내 사이로 대극장의 지하라고는 믿을 수 없는 이질적인 냄새가 섞여 있었다.


매캐하고 목구멍을 찌르는 유황의 냄새 그리고 동전의 표면을 핥았을 때 느껴지는 금속성의 비릿한 수은 냄새였다.


중세의 연금술사들은 세이렌이 유황과 수은의 결합을 상징한다고 믿었다.


유황과 수은은 평범한 금속을 불멸의 황금으로 변화시키는 연금술의 핵심 물질이다.


연출가는 단순한 오페라를 만드는 것을 넘어 자신의 작품을 완벽한 황금으로 연금하려는 광기에 사로잡혀 지하에서 기괴한 화학적 실험을 병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어둠 속에서 불규칙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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