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조용하게 호평을 얻고 있는 영화 <두 교황>은 관례적으로 종신직이기 때문에 죽기 전까지는 직무 계승이 허용되지 않는 바티칸 교황직을 두고 선임 베네딕토 교황이 임기 중 돌연 후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자리를 물려주면서 일어난 해프닝과 대화를 조명한 전기 영화입니다. 세간에 알려진 대로 베네딕토 교황은 교리 주의자에 무뚝뚝한 반면 프란치스코는 유연하고 인간미가 넘치는 인물입니다. 영화를 보면 이런 장면이 있습니다. 베네딕토 교황이 프란치스코 예비 교황에게 묻습니다. 사람들이 그토록 당신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어냐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줄 뿐이라고 응답합니다. 나지막이 이어지는 베네딕토 교황의 독백이 또 자못 씁쓸합니다. 난 내 자신을 보여주면 다들 싫어하던데.
리더십 과목이었나요. 강의에서도 말씀드렸던 적이 있었습니다만 동기 여러분들 앞에서는 자연인으로서의 '저'일 수 있었습니다. 프란치스코와 베네딕토 둘 중 어느 교황과 닮은 호응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있는 그대로의 저를 보여줄 수 있어서 그것 자체로 자유롭고 행복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저를 무리 안에 받아들여주셔서 동기 여러분 모두 새삼 고맙고 감사합니다.
한 해 동안 동문수학 하시느라 수고와 고생 정말 많으셨습니다. 지난 2018년이 아끼어 마지않는 우리 동기 여러분을 만난 것으로 큰 수확이 있던 해였다면 이제 보내는 19년은 그 사이가 조금 더 좁혀지고 두터워져서 말 그대로 벗, 세상을 살아가는 또 하나의 든든한 힘이 되게 해주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정말 한 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샘나도록 따뜻한 시간 보내시고 경자년 새해에는 더욱더 큰 성취 이루시는 가운데 무엇보다 건강하십시오. 필연 돈과 부를 좇는 경영학을 배웠습니다만 몸 성치 않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입니까.
날씨가 극적으로 찹니다. 다시 한번 동기님들 가정에 신의 은총이 봄볕처렴 깃들기를 기도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북적이는 출근길 은하철도 1호선, 그래도 용케 앉은 가장 따뜻한 끝에서 두 번째 라디에이터 나오는 자리에서 여러분의 동기 Hoon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