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삶

by Hoon

어떤 삶이 성공한 삶인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 직업인으로서 대가의 반열에 오른 삶? 막강한 권력이나 영향력을 손에 쥔 삶? 저마다 다를 터. 목표한 바가 이루어지면 마침내 내 삶이 성공, 완성의 단계에 이르렀다고 느낄 것이다. 그런 이들이 생에 마지막 숨을 뱉으며 맞이하는 감정은 충만한 것일까, 아니면 그럼에도 티끌만 한 회한과 미련이라도 남을까. 적어도 이번 생은 완전히 망쳤다고 자책하는 어떤 가엾은 이보다는 훨씬 나은 것이렸다.


나는 타인의 삶에 대체로 무관심하다. 남의 성공과 행운이 부러워지거나 시샘하는 것을 경계한다. 타인의 실패와 불운을 두고 몹쓸 우월감과 안도감을 누리는 건 더 끔찍하다. 이러한 태도가 이따금 원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타인의 중차대한 삶의 변곡점을 충실히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딴 사람한텐 관심도 없는 놈, 저만 아는 놈이라고 손가락질받아도 하는 수 없다. 그게 나다.


그런 나에게 새삼스럽게 감지된 통계가 있다. 어쩌면 남들은 다 알고 있었고 나만 몰랐던 것일는지 모른다. 사회 통념과 인식 안에서 ‘성공한 삶’으로 분류되는 이들 주변에는 유독 ‘좋은 사람’이 많다. 그들이 기꺼이 조력자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절대자와 엇비슷한 별명까지 얻은 코미디언, 업계의 대부가 된 외식 사업가, 그 옛날 짜릿한 역전으로 국가 원수의 자리에 오른 정치인까지, 그들 주변에는 늘 좋은 사람, 동료, 벗들이 있어왔다. “나는 아무개의 친구올시다!”하며 운을 뗀 그의 명연설이 당선의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성공한 삶을 대변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생각도 해본다. 주변의 좋은 사람들 덕분에 그들이 성공한 것이냐, 그들이 성공했기 때문에 좋은 사람들이 주변으로 모여든 것이냐. 결론은 그가 좋은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아 더 나은 사람이 되었고 상호 간의 거듭된 상승 작용으로 마침내 성공에 이르게 되었다는 말씀이다. 끼리끼리 모인다고, 결국 유유상종이어서 좋은 이들은 서로를 금세 알아보고 끌어서 당긴다. 좋은 이는 더 좋은 사람을, 작은 성공이 더 큰 성공을 부른다.


내 주위에는 좋은 이들이 얼마나 있나 돌아본다. 어느 퇴근길 문득 최단거리 귀가가 싫다. 누군가 혈육이 아닌 타인을 만나 고단한 어깨를 의탁하고 싶었다. 휴대전화 연락처 목록을 한참 손가락으로 훑는데 적당한 이름 석 자에서 멈추지 못한다. 내 알량한 고독을 위로해줄 마음씨 좋은 이가 이토록 귀할 줄이야. 앞에 거론한 통계대로라면 나는 성공에서 여태 먼 사람이다.


참인 명제는 언제나 단순하고 그래서 조금 빤하다. 나부터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새삼스럽기가 한심하기까지 한 다짐을 하던 중 나이를 떠올린다. 그러기엔 이미 늦은 것 아닌가. 생애 반환점을 진즉에 돌아온 듯한 기분에 부풀던 마음이 피식 꺼진다. 애먼 하늘로 고개를 쳐드니 오월 볕이 부시다 못해 아리다. 계절감을 걷어차는 옹색한 자기 비하는 물리치기로 한다.


어제는 사소한 실행이 있었다. 선배 하나가 강남에서 외식점포를 운영한다. 감염병 시국에서 어렵게 살아남았다. 그가 피알, 홍보의 일환으로 동영상 플랫폼에 채널을 개설했다. 아마추어들끼리 얼기설기 만들다 힘에 부쳤다. 며칠 전 나에게 전화가 왔다. 프로페셔널 좀 구해달라고. 너무 비싸지 않은 사람으로. 세상에 싸고 좋은 것은 없다. 비싸고 일 잘하는 사람의 몸값을 친분을 이용해 억지로 조금 낮췄다. 쇼트폼 콘텐츠 제작에 관심이 많던 프리랜서 피디 후배가 있다. 후배를 선배와 이어줬다. 두 사람의 욕구가 아름답게 만났다. 좋은 사람 둘을 조금은 성공으로 밀어준 것 같아 뿌듯했다.


영원한 터미네이터 아널드 슈월제네거 형님이 얼마 전 미국 명문대 졸업식 헌사에서 그렇게 말씀하셨단다. “저는 빈털터리로 이곳에 왔습니다. 20달러와 냄새나는 옷가지가 제가 가진 전부였습니다. 작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는데 추수감사절에 다니던 헬스클럽의 보디빌더들이 찾아와 이불이며 접시, 수저 등 제게 없던 것들을 주셨습니다. 누구도 스스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저를 뭐라고 불러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제가 자수성가했다고는 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것은 우리가 혼자 힘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오해하게 만듭니다. 자수성가한 사람이란 말은 착각입니다. 저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래서 저는 자수성가를 믿지 않습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여러분들이 타인의 도움을 받아 이곳에 있음을 깨닫고, 그래야 지금이 바로 타인을 도울 적기임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성공한 삶이란 무엇이냐. 다름이 아니오라, 좋은 친구, 동료, 벗이 많은 삶 자체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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