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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토막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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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 Jun 22. 2022

로켓 발사와 페이크 삭스

  대한민국이 순수 자력 기술로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했다. 로켓이 우주로 날아오르는 높이만큼 ‘국뽕’이 차오른다. 성능 끝내주는 방송국 카메라로도 좁쌀만 하게 보일 만치 멀어진다. 잠시 후 할리우드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 나온다. 관제 센터에 있는 수십 명의 과학자, 엔지니어들이 발사 성공을 직감한다. 서로 얼싸안고 악수를 나눈다. 저렇게 느끼는 성취감은 얼마나 진한 맛일까. 저 수학이며 과학, 우리나라에서 공부 제일 잘했던 분들이 몇 날밤을 하얗게 새웠을까. 수고하신 여러분, 오늘은 퇴근하시고 기분 좋게 시원한 맥주 한 잔씩들 하세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일곱 번째 위성 발사 기술 보유국이 된 날, 퇴근길 당찬 걸음을 걷다 멈춘다. 페이크 삭스, 그러니까 겨우 발등 아래까지만 덮어서 겉으로 보면 맨발에 신발 신은 것처럼 보이는 양말, 그 뒤꿈치가 벗겨져서 발바닥 아래로 말려들어갔다. 아, 이거 자꾸 이렇게 되네. 그럴 때마다 걸음을 멈추고 허리를 숙인다. 신발 틈새로 억지로 손가락을 집어넣는다. 양말 뒤축을 뒤꿈치에 다시 걸으려고 용쓴다. 도무지 안 돼서 결국 신발을 벗는다. 어정쩡하고 흉한 자세로 양말을 고쳐 신는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살 때 분명 ‘절대 안 벗겨지는’이라고 광고 문구도 있었는데. 연구 개발의 흔적이 아주 없지는 않다. 양말 뒤꿈치 안쪽에 실리콘을 발라 맨살과 밀착력을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한데 실제는 시뮬레이션과 다를 수 있다. 그 시행착오의 당사자가 나다.


  양말 회사 연구개발 부서의 기술진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내년 여름에는 걷다가 걷다가 걷다 보면 자꾸 흉한 자세로 허리 구부리지 않고, 바라던 내가 널 기다리는 퇴근길을 간절히 원한다. 대한민국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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