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순수 자력 기술로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했다. 로켓이 우주로 날아오르는 높이만큼 ‘국뽕’이 차오른다. 성능 끝내주는 방송국 카메라로도 좁쌀만 하게 보일 만치 멀어진다. 잠시 후 할리우드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 나온다. 관제 센터에 있는 수십 명의 과학자, 엔지니어들이 발사 성공을 직감한다. 서로 얼싸안고 악수를 나눈다. 저렇게 느끼는 성취감은 얼마나 진한 맛일까. 저 수학이며 과학, 우리나라에서 공부 제일 잘했던 분들이 몇 날밤을 하얗게 새웠을까. 수고하신 여러분, 오늘은 퇴근하시고 기분 좋게 시원한 맥주 한 잔씩들 하세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일곱 번째 위성 발사 기술 보유국이 된 날, 퇴근길 당찬 걸음을 걷다 멈춘다. 페이크 삭스, 그러니까 겨우 발등 아래까지만 덮어서 겉으로 보면 맨발에 신발 신은 것처럼 보이는 양말, 그 뒤꿈치가 벗겨져서 발바닥 아래로 말려들어갔다. 아, 이거 자꾸 이렇게 되네. 그럴 때마다 걸음을 멈추고 허리를 숙인다. 신발 틈새로 억지로 손가락을 집어넣는다. 양말 뒤축을 뒤꿈치에 다시 걸으려고 용쓴다. 도무지 안 돼서 결국 신발을 벗는다. 어정쩡하고 흉한 자세로 양말을 고쳐 신는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살 때 분명 ‘절대 안 벗겨지는’이라고 광고 문구도 있었는데. 연구 개발의 흔적이 아주 없지는 않다. 양말 뒤꿈치 안쪽에 실리콘을 발라 맨살과 밀착력을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한데 실제는 시뮬레이션과 다를 수 있다. 그 시행착오의 당사자가 나다.
양말 회사 연구개발 부서의 기술진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내년 여름에는 걷다가 걷다가 걷다 보면 자꾸 흉한 자세로 허리 구부리지 않고, 바라던 내가 널 기다리는 퇴근길을 간절히 원한다. 대한민국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