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폰을 열면 알고리즘이 종종 이런 제목이 붙은 웹페이지를 추천한다. ‘일 잘하는 사람들의 5가지 특징’, ‘부자가 된 사람들의 3가지 특징’,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들의 7가지 특징’ 등등. 이것 말고도 셀 수 없이 많다. 소위 잘 나가는 사람들의 몇 가지 특징을 정리하고 분석한 내용이다. 혹 해서 클릭하기도 하고 무심결에 열어보기도 한다. 반대로 잘 못 나가는 사람들을 다룬 글도 많다. ‘실패하는 리더의 5가지 특징’, ‘불행한 사람들의 3가지 특징’, ‘투자 못하는 사람들의 4가지 특징’ 이런 식이다. 후자는 잘 읽어보지도 않는다. 왜냐고? 그 몇 가지 특징이 다 나에게 있는 걸까 봐. 봤다가 기분만 망칠 것 같으니까.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을 보다가 언제부터인가 뜻 모를 반항심이 몽글몽글 뭉친다. 그럼 이번엔 내가 정리하고 분석해본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몇 가지 특징을 다룬 글이 싫은 이유 몇 가지. 빠밤! 일단 배가 아프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땅씩이나 샀으면 사촌인 내게 돈가스라도 사줬어야지. 콩고물이라도 떨어져야 축하를 하든가 말든가 할 것 아냐. 그럴 거면 자랑을 말든가. 처음부터 내가 모르게 했어야지.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잘 나가는 사람들이 나에게 해줬어야 하는 일은 고작 그치들 성공담의 공유가 아니다. 피부에 와닿게 무언가 보여 달라.
게다가 그 성공담이라는 게 대체로 자기 입으로 한 말도 아니다. 주변 누군가가 보고 들은 것들이다. 심하게 말하면 그 성공에 숟가락 하나 슬쩍 올리려는 시도와 진배없다. 꿈보다 해몽일 수 있다. 김영하 소설가는 자신의 작품이 교과서에 실리는 것을 고사했던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문학은 자신만의 해답을 찾기 위한 것이지 작가가 숨겨놓은 보물찾기가 아니다. 작가는 그런 걸 숨겨놓지 않는다.” 내 경험도 그렇다. 수능 언어영역 문제를 풀 때마다 ‘작가의 의도’를 맞히라는 문제가 가장 싫었다. 그거 맞아? 그 작가 살아생전에 직접 물어보기라도 한 거야?! 적절한 예가 될지는 모르겠다. 성공자 본인도 모르는 비결을 타인이 함부로 정의할 수는 없다.
그러니 근거도 빈약하다. 주장이 있으면 근거가 있어야 하는 법. 그렇다고 맹목적으로 권위에 기대는 것을 선호하진 않는다. 그래도 적당히 짜임새 있는 연구의 결과라도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지난 2018년 영국 네이처 지(紙)에 실린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리처드 로버트슨 교수의 논문에 의하면..” 정도의 근거까진 바라지 않는다. 최소한 연구 방법론에 충실한 객관적 증명에 요만큼이라도 근접해야 옳다. 실제로는 작자 본인 머릿속에서 구성하고 조합한 결과다. 시쳇말로 ‘뇌피셜’이다.
몇 가지 특징의 갈래가 전체를 아우르지도 못한다. 뇌피셜 좋다. 창작의 노력까지 인정한다. 그러면 그 몇 가지 특징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텐가. 세상 만사가 몇 개의 범주로 모두 귀속되지 않는다. 성급한 일반화 오류의 전형이다. 난 분명 성공했지만 당신이 말한 유형에는 해당사항 없는데? 하는 양반도 있을 수 있다는 거다. 그럴 거면 제목에 ‘몇 가지 특징과 기타 등등’이라고 붙이든가 글 말미에 “이상 유형에 해당하지 않는 사례는 제보 바랍니다.”라고 첨부하시라. 아니면 혹시 그런 거 아냐? 5가지 특징을 쓰고 싶었는데 3가지밖에 생각 안 나서 줄인 거? 이런 거라면 유형 분류를 애당초 시도하지 말았어야 한다.
결과론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들이 그런 특징을 가진 결과 마침내 성공했다는 인과의 관계를 증명하지 못한다. 사회과학 분야의 연구가 그렇듯 자칫 인과에 대한 설명에 치명적인 오류를 내포할 수 있다. 여러 사회과학 연구에서 제한적이나마 표본 실험을 수반하는 까닭이다. 그가 그런 인지적 특징이 있어서 성공한 것인지, 그런 특징에도 불구하고 현상을 거스르는 요행이 작용한 것인지, 성공한 이후에 깨달은 바 있어 성격 개조를 단행한 것인지, 피상적인 관찰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렵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 모른다고 우리네 조상님들이 일찍이 말씀하셨잖은가. 천리안은 신의 영역이다.
관련하여 대학시절 특강 에피소드 하나. 부전공이었던 신문방송학 전공 수업에서다. 지상파 방송사 저녁 뉴스 앵커를 맡고 있는 유명한 여자 아나운서가 특별 강사로 왔다. 입사시험 합격을 위해 당신이 했던 노력을 충실하게 정리해서 알려주었다. 나는 그때도 의심 많은 놈이었다. 당신처럼 한다고 다 합격하는 거 아니잖아요. 당신도 알잖아요. 그렇게 해도 누군가는 통과하고 나머지는 떨어진다는 거. 강의를 마치며 수강생 여러분의 입사 합격을 바란다는 덕담이 무척이나 공허하게 들렸다. 이 방에 있는 몇십 명 중 과연 몇이나 그 영광을 누릴까.
내가 알고 싶은 건 성공하는 사람들의 특징 같은 게 아니다. 고등학교 때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이라는 베스트셀러 책이 있었다. 그 책 닳도록 읽었는데 성공은 아직도 요원하다. 이제 그런 것에 현혹되지 않겠다. 대단한 특장점이나 자질 없이도 세상 사는 데 큰 문제 없었던 사람들, 그들의 경험담이 더 궁금하다. 잘 나가는 사람과 스스로를 비교하여 공연한 열패감에 휘둘리는 것 더는 원하지 않는다. 몇 가지 갈래로 정리하는 큰 수고도 사양한다. 나와 엇비슷한 능력과 여건을 가진 어떤 사람이, 세상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나름대로의 작은 성취를 얻어 적어도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가 훨씬 힘이 된다.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일지도. 그런 웹페이지를 찾아 오늘도 인터넷 세상을 헤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