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추위가 제대로 느껴지는 1월 중순. 회사로부터 인사고과 통보를 받았다. 처음으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지난 1년간의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마치 쓸모없는 일을 해버린 것 같은 기분. 혼자서만 뒤쳐진 느낌이다.
패배감과 수치심이 뒤섞여서 온몸을 짓누른다.
이런 기분이 처음이 아니다.
내 인생은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뭔가 꾸역꾸역 억지로 해쳐나가는 그런 삶이었다.
수능시험에서 좌절감을 맛보았고, 재수를 하면서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준비를 꽤나 오랫동안 했었다. 수십 번 회사에 지원하고 떨어졌다.
그때마다 나는 참 많이 힘들었고, 많이 아팠다.
경쟁이라는 것은 어릴 때부터 지독하게 나를 따라다니면 괴롭혔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매번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노릇이다. 차라리 홀가분하게 생각하면 될 것을 그러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벌써 2번이나 앓아누웠다.
더 잘해보려고 무리를 했다. 게다가 부담감을 잔뜩 짊어지고 있으니 몸과 마음이 더 무거워서였을까?
놓아버리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연차를 내고 집에서 하루를 쉬면서 물렁물렁한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거운 부담감도 날카로운 아픔도 물렁함에 파묻혀서 마음 에 상처 내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