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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Oct 09. 2018

딸에게 바라는 것들

딸과 함께 색종이 접기와 그림 그리기를 하며..

요즘 딸아이와 색종이 접기와 그림 그리기를 자주 한다. 그러면서 딸과 더 가까워지고 딸의 성격을 알게 되었다.  


색종이 접기

어릴 때 김영만 아저씨 방송을 보면 즐겨하던 놀이라 자신 있게 접을 수 있는 것들이 꽤 많다. "짜잔"하고 딸에게 접어주면 딸이 좋아라 한다. 게다가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OO 접기'라고 검색을 하면 동영상으로 친절하게 접는 방법을 알려주므로 딸과 나란히 앉아서 색종이를 접으면서 놀기 수월하다. 


색종이를 접던 딸이 문득 나에게 질문을 했다.


"아빠! 아빠는 왜 나보다 종이접기를 잘해?"

"음.. 그건 말이야"


'아빠가 너만 할 때부터 30년간 수천 장의 색종이를 접었기 때문이지'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뭔가 용기를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아빠도 슈밍이 처럼 유치원 다닐 때 색종이 접기를 배우고 열심히 접었더니 지금처럼 잘 접게 되었지"

"아하~ 그렇구나"


딸은 마음처럼 예쁘게 안 접어져서 짜증이 났는지 색종이를 몇 번이나 접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그런데 나도 많이 접었는데 왜 아빠처럼 예쁘게 안 접히는 거야?"

"그건 말이지.."


학창 시절 전교 1등 하는 친구에게 나는 왜 너보다 공부를 많이 하는데 성적이 좋지 않은지 물어본 적이 있다. 황당해하던 그 친구의 기분이 이랬을까? 


"오늘은 아빠가 색종이 2장 접을 동안 슈밍이가 4장을 접어서 더 많이 접었잖아. 그런데 아빠가 지금까지 접은 색종이가 엄청나게 많아요. 아마 이방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이 접었을걸. 그래서 이렇게 잘 접을 수 있는 거야. 아빠는 처음에 엄청 못 접었어"

"아하~그렇구나"


딸아이가 어떤 일이든 처음 시도해보고 잘하지 못한다고 기죽거나 좌절하지 않고, 끈기 있게 잘해나갈 수 있는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 아빠의 마음이다.




그림 그리기

딸아이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일주일에 스케치북 한 권을 다 채운다. 아빠와 함께 자주 그림을 그리며 노는데, 그림 그리기를 내가 전담하게 된 것은 우연히 그려준 그림 한 장 덕분이다. 나름 미술학원 5년, 고교 만화동아리 2년의 경력은 나를 그림 잘 그리는 아빠로 만들어주었다.(역시 배운 것은 언제 써도 써먹는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딸의 성격은 내가 아닌 아내를 닮았다. 그림을 그리다가 조금 삐뚤어지거나 색칠을 하다 선 밖으로 튀어나가면 지우개로 모두 지우고 다시 그려야 직성이 풀린다.  


"슈밍아 조금 삐뚤어져도 괜찮아"

"싫어. 안 예뻐. 다시 그릴 거야"


나는 그림이 삐뚤거나 색칠을 하다가 튀어나가도 전혀 개의치 않고, 계속 그림을 그렸다. '이 정도면 잘한 거야'하는 자기합리화에 능한 나와 달리 아내는 꼼꼼하고 완벽한 것을 좋아한다. 


꼼꼼하고 완벽한 성격은 장점이 많다. 다만 자신이 너무 피곤한 게 흠이다. 타고난 성격대로 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잘하는 것도 좋은데, 너무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아빠의 마음이다. 


"조금 삐뚤어져도 괜찮아. 색칠이 조금 튀어나가면 괜찮아. 지금도 충분히 예뻐"



아이들도 타고난 성격이라는 것이 있나 봅니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어릴 때부터 스스로 선호하고 행동하는 게 신기하네요. 억지로 바꾸기보다 성격의 장점을 잘 살리고,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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